캐딜락 CT6, ‘벤츠 S클래스급’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2017-07-08     강희수·정덕현


GM 캐딜락 CT6 vs <파수꾼> 김영광 (2)
캐딜락과 김영광, 개성과 현실의 타협은 가능할까

[강희수·정덕현의 스타car톡] 우리에게 캐딜락이란, 그 이름은 익숙하지만 실체는 모호한 차다.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타기를 원하는 차로서 영화나 미드에 줄곧 등장하지만, 그것은 실로 미국인들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서인지라 우리에게는 다소 허세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힙합이 새로운 문화로 허세를 하나의 스웨그로 바꾸고 있듯이, 이제 수입차를 보는 것이 일반화된 도로에서 캐딜락이라는 모호함은 독특한 개성이 되고 있다. 물론 그 허세의 부담은 여전하고 그래서 캐딜락 역시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어떤 타협점을 찾아가지만 말이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파수꾼>에서 김영광이 타고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캐딜락 CT6. 그 모호하지만 어딘지 있어 보이는 정체에 대해 자동차 전문기자인 강희수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인 정덕현이 수다를 나눴다.

정덕현(이하 정) : 최근 캐딜락 CT6 광고를 보니 영락없는 미국식 광고 기법을 쓰더라. 우리나라의 자동차 광고는 이미지나 스토리텔링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는데 캐딜락 CT6는 내놓고 기능들을 설명하는 식이다. 거기에 ‘혁신’이라는 단어가 키워드였다.

강희수(이하 강) : ‘혁신’이라고 할 만큼 두드러진 변화들이 있다. 그것은 제원과 성능을 보면 단박에 드러난다. ‘캐딜락 CT6’는 6기통 3.6리터 직분사 엔진을 달고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 토크 39.4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종전의 6단 대신 8단 자동 변속기를 달았다. 전장이 5미터가 넘는(5,182mm) 대형차이지만 가혹한 다이어트로 공차 중량을 2톤이 안 되게 만들었다(1,950kg). 이 공차 중량은 캐딜락이 지목한 경쟁차(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대비 적게는 50kg에서 많게는 100kg까지 적다.

이런 노력 덕분에 첨단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을 장착하고도 연비는 복합 기준 8.2㎞/ℓ(도심 7.2㎞/ℓ, 고속도로 9.9㎞/ℓ)로 맞췄다. 대형차 세그먼트에서는 수준급 연비다. 차가 신호 대기로 정차하면 엔진이 정지하는 ‘오토 스톱 앤 스타트’ 기능, 많은 출력이 필요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6개의 실린더 중 4개의 실린더만 가동하는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Active Fuel Management System)’ 등을 갖춘 덕분이다.



정 : <파수꾼>에 김영광이 타고 등장한 캐딜락 CT6는 앞부분과 옆모습이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다. 앞부분은 웅장한 느낌으로 다소 무게감이 느껴지는 캐딜락의 이미지 그대로라는 느낌이었는데, 옆모습은 어딘지 여느 세단 같은 느낌이 강했다. 듣고 보니 그 이미지가 왜 그렇게 다른가가 이해된다. 하지만 이렇게 혁신을 시도했다고 해도 가격이 부담스러운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강 : 우리나라에 수입 된 모델은 ‘프리미엄’과 ‘플래티넘’ 두 종류인데 가격은 각각 7,880만 원, 플래티넘 모델 9,580만 원이다.(부가세 포함) 캐딜락이 경쟁상대로 지목한 ’S클래스’ ‘7시리즈’가 가볍게 억대를 넘어가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캐딜락은 공격적인 가격대를 발표하면서 “벤츠 S클래스급 가치를 E클래스급 가격으로 포지셔닝 시켰다”고 자랑했다.



정 : S클래스가 아니라 S클래스급이라고 한 표현이 흥미롭다. 사실 드라마에도 배우들에 따라 A급 B급 같은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파수꾼>의 김영광은 솔직히 말하면 A급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배우다. 모델 출신으로 배우가 되었고 아직도 성장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굿닥터>, <피노키오>, <디데이> 등을 통해서 점점 주연급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사실 <파수꾼>은 생각보다 시청률에서도 또 화제성에서도 그다지 성공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드라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 김영광 만큼은 확실히 도드라진 연기를 보여줬다고 보인다. 이전 작품들의 그저 착한 오빠 같은 캐릭터가 아니라 허세에서부터 숨겨진 아픈 과거의 슬픔과 분노까지를 표현해냈으니까. 그런 점에서 <파수꾼>에서의 김영광 만큼은 A급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벤츠 S클래스급 가치를 E클래스급 가격’으로라는 표현이 김영광이라는 배우에게도 잘 어울려 보인다.



강 : 사실 그 표현 속에 상당한 의미가 들어있다. 럭셔리 브랜드의 브랜드 가치가 단순히 출력이 얼마니, 스펙이 어떠하니로 결정 되는 부류가 아니다. 제조사가 경쟁상대로 지목하는 브랜드와 시장에서 실제로 경쟁하는 브랜드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언어유희 같지만 ‘벤츠 S클래스급 가치’라고 한 표현 속에 캐딜락 스스로 설정한 한계치도 엿보인다. ’S클래스’가 아니라 ‘S클래스급’ 가치라고 한 것은, 캐딜락으로서는 이상적 상대와 현실적 상대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사실을 언어유희로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배기량과 파워트레인으로 비교했을 때 가장 유사한 스펙을 지닌 메르세데스-벤츠 S400L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적은 배기량인 2,996cc짜리 가솔린 V6 엔진을 달고도 333마력 48.9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연비도 9.0~9.4㎞/ℓ로 CT6보다 낫다. 가격만은 훨씬 비싼 1억 6,000만 원이다.

정 : 다른 럭셔리카들의 억대 가격을 비교점으로 보니 상대적으로 캐딜락 CT6의 가격은 꽤나 현실적이라고 느껴진다.

강 : 그렇다. 스펙을 단순 비교하면 ‘S클래스급 가치를 E클래스급 가격’이라는 표현이 터무니없지는 않다. 다만 이 경우는 가격 경쟁력을 먼저 인정해 놓고 스펙을 비교할 때만 유효하다. 실제 시장에서 CT6와 S클래스를 놓고 브랜드 가치를 저울질 하는 이들은 많지 않으니까. 실제 차를 구석구석 뜯어보면 캐딜락 CT6는 완성도면에서 2%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차량 실내를 구성하는 디테일한 요소들은 비교 자체가 안 된다는 혹평도 있다. 미국적 실용주의에 걸맞게 퍼포먼스만큼은 아쉬울 게 없다는 의견 정도가 CT6의 위안거리다.



정 : 그러고 보면 <파수꾼>이라는 드라마와 캐딜락 CT6가 비슷한 구석이 있다. 김영광이 캐딜락 CT6를 타고 등장하는 초반만 보면 굉장한 액션 드라마가 탄생할 것처럼 느껴졌지만 중반쯤 오면 어딘지 현실감을 잃고 힘이 달리는 모습을 이 드라마는 보여줬다. 사실 사법정의가 해결하지 못하는 범죄를 피해자들이 나서서 해결한다는 설정 자체가 조금은 무리한 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후반부로 오면서 인사청문회에 오른 비리 검사장 후보를 피해자들의 증언을 통해 무너뜨리는 장면은 꽤 현실감을 주었다. 어딘지 조금 현실감이 떨어졌지만 그 진정성만큼은 확실히 전달된 그런 느낌.

강 : 캐딜락 CT6에게서 느껴지는 것도 그런 진정성이다. 어딘지 아쉬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CT6의 세계화 노력이 높이 사줄 만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미국이 곧 세계’라는 자존심을 내버리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향해 변신해 가는 노력은 이미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조금씩 통하고 있다. 지난 6월 캐딜락은 우리나라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238% 증가한 203대를 판매했다. 특히 CT6는 상반기 총 295대를 팔아 플래그십 모델의 존재감을 다지고 있다.



epilogue. 허세가 스웨그가 되기 위해서는

사실 우리네 도로의 풍경은 최근 10년 간 극적으로 변화해 왔다. 이전에는 벤츠나 BMW 같은 수입차를 보는 일이 굉장히 희귀한 경험이었지만, 지금은 이제 길에 채이는 차들이 바로 이런 수입차들이다. 아우디나 폭스바겐 같은 차들은 너무 흔해서 차라리 국산차와 그리 변별력이 있어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 이름은 누구나 다 알지만 그 실체를 본 적이 별로 없는 캐딜락 같은 브랜드가 우리 시장에도 먹히기 시작했다고 보인다.

하지만 캐딜락이 보여주는 그 웅장함은 우리에게는 여전히 과시나 허세로 보이는 게 현실이다. 유류비 따위는 걱정하지 않는 차의 이미지는 ‘부의 상징’이라는 과거의 긍정적 이미지보다는 ‘자본의 총아’나 환경적이지 않다는 부정적 이미지로 바뀌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니. 그래서 캐딜락 CT6 같은 변화에 대한 시도가 ‘혁신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 게다. 그런 시대에 맞는 혁신이야말로 허세를 스웨그로 만들어주는 것일 테니.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x 자동차전문기자 강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