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의 마법, 아이오닉에도 통할까

2017-07-12     강희수·정덕현


현대차 아이오닉 vs <알쓸신잡> (1)

[강희수·정덕현의 스타car톡] 전기차는 자동차의 미래라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전기차 하면 먼저 떠올리는 건 그래서 아마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모델이 되었다는 영화 <아이언맨> 정도가 아닐까. 현대차에서 출시된 아이오닉은 그래서 미래를 위한 포석이지만 아직까지 대중적인 입지를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최근 나영석 사단의 tvN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등장한 아이오닉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자동차 전문기자인 강희수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인 정덕현이 이 날 <알쓸신잡>에 나온 아이오닉에 대한 수다를 나눴다.

정 : 정말 나영석 PD는 PPL도 잘 하더라. 이 코너를 한 취지가 그렇지만, PPL도 하나의 콘텐츠라고 생각하는데, 최근 방영된 <알쓸신잡>에 아이오닉이 나오는 장면은 하나의 정석이 아닐까 싶다. 정말 자연스럽게 등장시켜서 슬쩍 보여줬는데도 그 효과는 확실한 것 같더라.

강 : 여행 프로그램을 하니 자동차는 <1박2일> 시절부터 자주 PPL로 등장했었던 걸로 아는데. 이번 <알쓸신잡>은 아이오닉이라는 전기차를 등장시킨 점이 조금은 달랐다.



정 : 방송 프로그램을 분석하는 입장에서 보면 그 연결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먼저 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유시민, 김영하, 정재승, 유희열이 먼저 만나는데 황교익은 다른 일정 때문에 공주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제작진이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이전에는 버스나 기차로 이동을 했는데 오늘은 직접 운전해서 갈 거라고 말하는데 거기서 아무런 PPL을 의심할 수 있는 소지가 전혀 없다.

누가 운전할 것인가를 갖고 가위바위보를 하는 대목에서 지금껏 가위바위보만 하면 매번 유희열에게 졌던 김영하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결국 진 김영하가 차를 향해갈 때 처음으로 ‘오늘의 파트너는 전기차’라는 자막과 함께 그가 던지는 “이거 전기차인가 봐요?”라는 질문이 덧붙여진다. 그리고 넷이 차에 올라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장면이 부감으로 찍혀진다.

강 : 그런 게 모두 아이오닉이라는 전기차를 제대로 설명하기 위한 전제 작업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공주에서 황교익과 합류하면서 충전을 하는 장면이 꽤 자연스러울 수 있었다.

정 : 그 장면도 참 기가 막히다. 모여서 차 한 잔씩을 마시며 점심 메뉴는 뭘로 할 것인가를 출연자들이 논의한다. 그 때 아이오닉이 등장하면서 ‘박사님들이 점심 메뉴를 고르는 동안 서울에서 타고 온 전기차도 밥 먹이는 중’이라는 자막이 붙는다. 먹는 이야기를 한참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오닉을 충전하는 장면에 ‘밥 먹이는 중’이라는 자막이 전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그 자막은 나영석 PD가 했다기보다는 그 제작진 중 한 명이 했을 것이지만 어쨌든 그런 자연스러움이 나영석 사단의 예능 프로그램 성격이라는 걸 아는 나로서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런 센스로 PPL을 전하는 건 조금만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많은 제조사나 제작자들이 PPL을 이런 식으로까지 고려하지는 않는 것 같다.



강 : 아이오닉 같은 전기차는 특히 이런 방송을 통한 홍보가 중요하다. 아직까지 전기차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이 그리 넓혀지지 않은 상황이라서 그렇다. 성능은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러나 배짱 없는 사람이 절대로 타서는 안 되는 게 전기차다. 차가 나빠서가 아니다. 척박한 충전 인프라가 운전자를 안달하게 한다. 배짱이 두둑한 사람도 전기차를 타고 나들이 갔다가 피가 바짝바짝 마르는 경험을 하기 일쑤다. 아직은 이게 현실이다.

정 : 사실 가장 큰 장벽으로 다가오는 건 역시 충전에 대한 강박이 아닐까 싶다.

강 : 전기차의 충전 습관은 일체형 배터리를 장착한 스마트폰으로 보면 딱 옳다. 집에 가면 습관적으로 충전기를 꽂고, 회사에 오면 배터리가 충분하든 아니든 또 꽂는다. 외근을 나가더라도 충전을 할 수 있는 여건만 되면 충전코드를 찾는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배터리 잔량이 간당간당 하면 당연히 충전을 해야겠지만 눈금이 한 칸이라도 모자라면 습관적으로 충전 플러그를 꽂는 게 맞다.

전기 에너지라는 게 워낙 외부 환경에 따른 변수가 많다. 예측 가능성이 화석 연료를 에너지로 쓰는 내연기관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전기에너지의 기본 속성이 그러한 데다 우리나라는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가 척박하기 짝이 없다. 곳곳에 충전 시설이 설치 돼 있기는 하지만, 형식이 맞지 않거나 충전 시설이 고장 나 낭패를 당하는 일들이 허다하다.



정 : 그만큼 인프라가 없다는 건데, 그래서 <알쓸신잡>에 나온 ‘찾아가는 충전 서비스’를 보여주는 장면은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게 있었어? 하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았을 테니 말이다. 그게 워낙 신기해서였는지 그 충전하는 모습을 보고 “아 이렇게 충전을 하는구나”라고 말하는 유희열의 리액션이 전혀 의도적인 느낌이 없었다. 사실 내가 봐도 그건 신기한 장면처럼 보였을 테니 말이다. 거기에다가 김영하가 아이오닉의 충전지에 손을 대고 우리도 충전이 필요하다는 식의 농담을 던지는 장면은 화룡점정이었다.

강 : 현대자동차도 전기차 운전자들의 이런 불안감을 알고 ‘찾아가는 충전 서비스’라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오닉 전기차 사용자의 요청이 있으면 30분 안에 찾아가 무상 충전을 해 주는 서비스다. ‘알쓸신잡’에 이 장면을 굳이 등장시킨 건 그 충전에 대한 불안감이 아이오닉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적인 장벽으로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현재 이 서비스는 서울과 제주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주에서 무상 충전을 받았다는 것은 다분히 ‘촬영용’ 설정이다. 하지만 이 ‘설정’을 비현실이라고 꼬집고 싶지는 않다. 영화 <곡성>이 만든 유행어처럼 진짜 중요한 것은 전기차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다. 두려움을 떨치고 전기차와 친해져야만 ‘선험자’들의 걱정거리들이 더 빠르게 해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부에 계속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x 자동차전문기자 강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