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과연 디젤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을까?
2017-07-20 나윤석
디젤 vs 하이브리드, 올바른 선택법을 알려드립니다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디젤차가 곤경에 빠졌습니다. 대안은 무엇일까요? 하이브리드가 디젤차의 빈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요? 아니, 디젤차가 자리를 비우기는 할까요?
지난 몇 해는 디젤의 시대였습니다. 특히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차의 기세는 엄청났습니다. 2015년에는 새로 판매된 수입차의 열대 가운데 일곱대가 디젤차였으니까요. 베스트셀러 10에는 렉서스의 하이브리드인 ES300h를 제외한 모든 모델이 디젤이었습니다. 국산 승용차 시장에서도 디젤 엔진에 익숙한 SUV의 바람 덕분에 디젤차의 판매량은 더욱 폭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디젤 게이트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디젤 게이트의 장본인이자 2015년에 베스트셀러 10 안에 1위를 포함한 3대를 포진시켰던 폭스바겐이 지금은 판매 중단 상태입니다. 아우디도 거의 전멸입니다. 작년에는 수입차 Top 10의 4대가 가솔린 모델이었고 역시 렉서스 ES300h도 포함되었습니다.
지금도 쉽지 않은데 디젤차의 앞길은 더욱 험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세계적으로 디젤차에 대한 매서운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디젤차를 퇴출시키거나 시내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뉴스가 들려오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경유의 세금 인상 등 디젤차 억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뉴스가 들립니다.
자, 그러면 나는 무슨 지금 무슨 차를 사는 것이 가장 경제적일까요? 그리고 가장 안심할 수 있는 선택일까요? 일단 현재 스코어를 기준으로 계산해 봅시다.
첫째, 주행 거리가 짧거나 차량을 오래 소유할 생각이 아니라면 가솔린 자동차를 사십시오. 디젤 승용차는 동급의 휘발유 승용차에 비하여 가격이 250~300만원 비쌉니다. 하이브리드 승용차는 더 비쌉니다. 공인 연비를 기준으로 가솔린 모델과 디젤 모델의 연비 차이는 3~4km, 비율로는 25% 전후입니다. 한 해에 1만 킬로미터 이하를 주행하는 분이라면 쏘나타를 기준으로 기름값의 차이가 50만원 정도 됩니다. 현재의 차 값 차이와 기름값을 기준으로 해도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5~6년 이상 보유할 경우에만 디젤차의 가격을 기름값 차이로 상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둘째, 차를 오래 보유할 계획이라면 디젤이나 하이브리드 모두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하이브리드에 적용되는 백만원의 보조금과 백여만원의 세금 감면, 등록비 할인을 고려하면 디젤과 하이브리드의 가격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쏘나타는 1.7 디젤과 2.0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격이 거의 같고, 그랜저는 2.2 디젤에 비하여 2.4 가솔린 하이브리드가 약 70만원 정도 비쌉니다. 등록비를 포함하면 하이브리드가 조금 저렴한 셈입니다.
연비는 공인 연비 기준으로 하이브리드가 약간 높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만 실제로 더 중요한 포인트는 주행 여건입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가감속이 많은 시가지에서 더 효율적이고 디젤 자동차는 정속 주행이 많은 교외와 고속도로에서 더 강점이 있습니다. (쏘나타의 경우는 하이브리드가 교외에서도 디젤보다 연비가 좋은 것으로 나와 있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디젤의 고속 및 교외 연비가 높은 경향을 보입니다.) 주행 감각에서도 모터의 즉각적인 도움이 더 잘 느껴지는 시가지에서 하이브리드가 더 재미있고 두툼한 토크가 추월과 오르막길을 시원하게 해 치우는 디젤이 교외에서 더 풍성합니다.
그러나, 미래에는 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확실한 것은 디젤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근원적으로 높은 열효율과 이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효과는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래가 불확실하지만 좋지 않은 쪽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좀 더 많습니다. 첫째로 더 비싸질 겁니다. 그리고 이번 9월 이후에 새로운 모델부터 적용되기 시작하는 실도로주행의 조건을 더 반영한 시험 방법인 WLTP 사이클을 통과하려면 SCR 시스템 등 더 복잡한 배출가스 정화장치를 달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경유값의 미래가 불투명합니다. 유럽은 경유가 휘발유보다 좀 싸고 미국은 보통 휘발유보다 경유가 비쌉니다. 우리나라도 경유의 가격을 세금 체계로 조정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 경우 산업용 경유는 감세유 바우처나 카드 같은 제도로 비용을 보전할 겁니다. 개인 고객만 비싼 가격을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환경개선 부담금과 같은 기타 비용이 부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더 보편화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것은 우선 자동차 제작사들이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배출가스 총량제와 같은 환경 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전기차처럼 ZEV, 즉 무 배출 차량(Zero Emission Vehicle)이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일단 너무 비싸서 많은 보조금이 없이는 판매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배출량이 많은 SUV의 판매량은 계속 늘어나서 문제입니다. 따라서 자동차 제작사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책을 내 놓아야 하는데 그 중에 가장 비용이 적게 들고 시장성이 좋은 것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입니다.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정확하게는 주행 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권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내에서는 전기차처럼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배터리가 방전되어 길에 멈추는 불안감은 해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제작사 입장에서는 일반 하이브리드보다 더 높은 배출가스 저감 효과로 규정의 부담을 더 해소할 수도 있습니다. 리튬이나 코발트처럼 제한된 원료를 순수전기차 한 대의 분량으로 세 대 가량의 PHEV나 EREV를 만들 수 있으면서도 자원의 효율적 활용 입장에서도 유리합니다.
그리고 적자 덩어리인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바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기도 합니다. 제가 EREV를 선호하는 이유는 나중에 충전 인프라가 확충되고 고용량 배터리를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나오면 EREV에서 발전용 엔진과 구형 배터리를 들어내고 순수전기차로 튜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나라 보조금 체계는 PHEV나 EREV에게 매우 불리합니다. 하이브리드 100만원 – PHEV와 EREV 500만원 – 전기차 2천만원 전후(지자체 보조금 포함)인 것이죠. 그 결과 PHEV가 가장 비쌉니다. 아이오닉의 경우 하이브리드는 2천만원 초중반이고 전기차는 이보다도 약간 더 저렴한 반면 아이오닉 플러그 인은 2천만원 후반~3천만원 초반으로 오히려 가장 비쌉니다. 원래 가격은 당연히 전기차인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비쌉니다만 보조금 때문에 역전된 것이죠.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친환경 대책인 PHEV와 EREV가 완전히 사장되어 버렸습니다. 당연히 팔리지 않죠. 따라서 미국처럼 배터리 용량에 비례하여 보조금을 주거나, EV모드 주행 가능 거리에 따라 보조금을 주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기차를 세컨드 카로 사 놓고 별로 타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을 생각하면 차 값은 다 받고 충전할 때마다 돈을 돌려주는 시스템처럼 전기차가 실제로 달리면서 환경을 보호하는 효과를 낼 때마다 그 ‘수고’에 보상을 주는 방식이 옳겠지요. 어쨌든 좀 더 고민이 필요합니다.
결론입니다. 만일 지금 당장 차를 사야 한다면 주행 거리에 따라 결정하세요. 연간 주행 거리가 1만 km 이하이거나 5년 이하 보유할 계획이면 그냥 휘발유 차를 사세요. 오래 보유하거나 차를 많이 사용하신다면 시가지 주행을 주로 하는 분은 하이브리드를, 장거리 주행이 많다면 디젤차를 구입하세요. 완전히 시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분이라면 전기차를 사십시오. 앞으로 보조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몇 년 뒤에 차를 사신다면 하이브리드를, 그리고 보조금 체계가 개선된다면 PHEV와 EREV를 구입하십시오. 디젤차는 장거리 주행을 주로 하시는 분들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일 겁니다만 시내 출입이 많은 분들에게는 점점 어려운 세월이 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