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7 하이브리드, 숨겨진 슈퍼영웅이라 불릴 만하다
2017-07-25 박상원
하이브리드의 편견을 깬 K7 하이브리드
미국의 슈퍼영웅(super hero) 만화 또는 영화를 보면 주인공들의 일상적인 모습은 배트맨을 제외하고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다. 영웅들은 보통 대학생(스파이더맨), 박물관 큐레이터(원더우먼), 기자(슈퍼맨) 등의 모습으로 사람들 속에서 생활하지만, 위험한 순간에는 슈퍼영웅으로 변신하여 활동한다는 특징이 있다. K7 하이브리드를 시승하고 나보니 이들 슈퍼영웅이 떠올랐던 것은 해당 차종이 다른 내연기관의 K7 차종들과 외관적으로 동일한 ‘평범함’이 있는 반면, 시동을 거는 순간 오히려 더 나은 운동성능 그리고 월등한 연비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물론, 하이브리드 차량은 지구환경을 지킨다는 ‘영웅’적인 목표도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하이브리드 차량이라면 연비의 극대화가 지상 목표인 만큼 운전의 재미가 다소 감소하는 경우를 여러 번의 시승을 통해 접하곤 한다. 마치, 다이어트를 위해서라면 샐러드도 소스 없이 먹어야하는 것처럼 고연비 달성의 당위성 앞에 운전 재미는 희생당해도 된다는 것이 기존의 하이브리드 개발 철학이 아니었을까? 이러한 와중에 기아차 K7 하이브리드는 소스를 뿌린 샐러드를 맛있게 먹으면서도 다이어트도 가능하다는 논리, 즉 고연비 달성은 물론 운전의 재미도 가능하다는 새로운 종류의 하이브리드 탄생을 알린다. 어느 뜨거운 7월 주말 시승했던 K7 하이브리드에 대한 평가를 다음과 같이 적어본다.
◆ K7 하이브리드와의 첫 대면
시승센터에서 접한 오로라 블랙 펄 색상의 K7은 외관적으로는 모 언론의 ‘올해의 차’ 심사위원으로 시승했었던 휘발유 K7 차종과 큰 차이가 없었다. 짧게 말해, K7의 외관은 하이브리드이던 내연기관이던 모두 매력적이다. 일단, 직선적인 벨트라인은 측면적으로 멀리서 관찰해보면 자칫 심심할 수 있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면 처리에 있어 볼륨감이 살아 있으며, 결과적으로 정적이면서 동적인 디자인이 구현되어 유럽차에서 볼 수 있는 간단하고도 깔끔한 형상이다.
앞부분은 기아차의 새로운 디자인 테마인 듯한 3개의 사각형 렌즈로 구성된 LED 전조등이 장착되어 있으며, 멀리서도 차가 K7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특히, Z자 모양의 DRL(Daylight Running Lamp)이 유난히 돋보이는 가운데 동일한 Z 형상의 램프 테마는 후미등에도 적용되어, 전면부 및 후면부의 디자인이 통일되어 있다.
그렇다면 시각적으로 내연기관 차종 및 하이브리드 차종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공기역학적으로 디자인된 17인치 휠이 하이브리드 차종임을 나타내며, K7 차종들 중에서 가장 작은 타이어는 자동차의 굴림 저항을 낮춰주고 더 나아가 차의 운동성능을 개선시키는 장점도 보유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휠 디자인이 좀 더 미적이었으면 하는 사실이다. 어찌 됐건 K7 하이브리드와의 첫 대면에서는 해당 차종이 ‘슈퍼영웅’과 같은 면모를 보유하고 있다는 징조는 전혀 없었다. 다만, ‘하이브리드’이니 운전 재미는 없겠구나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이러한 편견은 3일간의 시승 속에서 산산 조각나고 말았다.
◆ 하이브리드의 편견을 깨다!
왜 하이브리드 차종이라면 운전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편견이 들었을까?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특징을 서사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두 개의 심장, 하나의 몸.’ 통상 자동차를 구동시키는 구동요소가 엔진 또는 전기모터 등 하나뿐이었던 자동차의 역사 속에서 유일하게 내연기관 및 전기모터를 둘 다 사용하는 변종(變種), 영어로 번역하면 말 그래도 하이브리드(hybrid) 차종은 지난 1997년 도요타가 1세대 프리우스(Prius)를 출시하면서 탄생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중저속 구간에서 전기 배터리로 모터가 구동되는 반면, 고속에서 내연기관이 주로 사용된다. 이렇게 구동 모드(mode)를 이원화(二元化)시킨 이유는 자동차의 에너지 소모 패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단 자동차가 멈춘 상태에서 움직일 때 가장 많은 토크(torque)가 필요하고 에너지가 소모되는 반면, 자동차가 어느 정도 속도에 도달하면 그 이후의 추진에 있어서 관성 때문에 에너지가 덜 소모된다.
그렇다면 왜 도요타는 전기차만 개발, 판매하는 테슬라와 달리 복잡한 동력요소를 개발했을까? 그것은 바로 전기차의 경우 전기 충전소가 아직까지 흔하지 않고, 전기차 제조원가에 있어 약 25%를 차지하는 전기 배터리의 가격이 아직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요타는 자동차의 친환경성 달성이라는 이상(理想), 그리고 적당한 주행거리 또한 구현해야하는 현실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달성하게 된 것이다.
지난 20년간 하이브리드 차종들은 연비의 극대화라는 목표에만 초점을 맞춘, 마치 어떤 목표물을 제거하기 위해 모든 것을 투입하는 정교한 특수부대와 같은 무미건조하고 철저한 실행력이 중요했다. 특히 하이브리드 차종의 변속기가 통상 무단변속기(CVT)인 것도 운전의 재미 보다는 연비의 극대화라는 목표에 적합했기 때문이며, 많은 하이브리드 차들 (그리고 일부 전기차들)은 가속시 마치 고무밴드가 늘어나는 듯한 가속 패턴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심심’한 하이브리드 차종들이 등장한지 딱 20년이 되는 지금, K7 하이브리드와 같은 새로운 종(種, species)이 등장하고 있다.
◆ K7 하이브리드의 특징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승기간 동안 입가에서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카탈로그에서 설명하는 실내의 넓은 공간성이나 우수한 디자인 등 각종 상품성에 있어서 기아차의 주장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지만, 역시 자동차는 운전의 재미가 있어야 하는 법! K7 하이브리드는 이러한 면에서 충격이었고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우선, 하이브리드에서 느껴질 수 있는 이질감이 최소화되어 내연기관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체험을 할 수 있었다.
통상 하이브리드차라면 저속의 전기차 모드에서 들을 수 있는 높은 피치(pitch)성 고주파음, 또는 감속시 회생제동 시스템을 통한 배터리 충전 상황에서 들리는 소음 등은 K7 하이브리드에서 들을 수 없었다. 이는 2세대 K7 하이브리드가 이중접합 차음유리, 능동 부밍 제어, 엔진커버 흡음재 등을 적용하여 아이들 소음이 25 데시벨(회사 측정 기준), 양호한 노면에서의 소음이 52 데시벨, 그리고 실내 주차장에서 시속 10km 주행시(즉, 전기차 모드)의 소음이 39 데시벨을 기록할 정도로 정숙하기 때문이고, 결론적으로 2.4리터 휘발유 엔진 K7의 소음 수준보다 최대 42% 정숙함이 확보된 것은 K7 하이브리드의 또 다른 세일즈 포인트(sales point)이다.
뿐만 아니라, 6단 변속기를 사용하는 본 차종은 통상 CVT를 사용하는 여타의 하이브리드 차종에 비해 변속충격이 자연스러웠다. 핸들링에서도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하이브리드 K7이 내연기관 K7보다 더 낫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흥미로운 것은, K7의 차종별 중량에 있어 2.4리터 휘발유 엔진 차종이 17인치 휠 기준 1,555kg, 3.3리터 휘발유 차종이 18인치 휠 기준 1,665k인데 반해 하이브리드 차종은 2.4리터 휘발유 엔진 외에도 전기모터 및 전기배터리라는 추가 구성 요소로 인해 1,680kg라는 가장 무거운 차종이라는 사실이다.
분명 무겁다면 운동성능도 영향을 받았겠지만 기아차 엔지니어들은 핸들링에 있어 이러한 ‘약점’을 장점으로 돌려놓는 반전의 실력을 보여주었고, 그것은 바로 배터리 배치 장소의 재설정이었다. 이전 세대 K7 하이브리드는 전기 배터리를 뒷의자 바로 후면의 트렁크 내부에 배치했었다면, 신형 K7은 배터리를 통상 스페어 타이어(spare tire)가 들어가는 트렁크 바닥에 배치했다. 결과적으로 자동차의 무게중심이 낮아지면서 자동차의 핸들링이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했으며, 따라서 하이브리드의 경우 3.3리터 휘발유 차종보다 핸들링이 좀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연비는 어땠을까? 일단, 시승센터에서 받았던 차량은 휘발유가 가득 찬 상태에서 1,060km의 주행가능거리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후 30분 동안의 시내주행에서 1,060km라는 숫자는 변하지 않았고, 따라서 센서가 고장 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차의 연비를 떨어뜨리기 위한 급가속(물론 시내 주행 속도를 지키는 한도에서) 및 급정거를 보다 강하게 해보았다. 참고로 급가속의 경우 엔진과 모터 출력 합산 기준으로 200마력을 나타내는 출력 덕분에 부담감 없는 고속도로 합류 및 차선 변경을 구현할 수 있었고, 이는 기아차에서 선전하는 ‘래피드 다이나믹 킥다운 로직’(rapid dynamic kickdown logic)이 꽤 잘 작동한다는 증거였다.
시승 첫날에 별로 떨어지지 않던 주행거리는 비가 쏟아지는 토요일, 서울 강북에서 분당으로 내려가는 길목에서부터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강도가 높은 주행패턴 중에서도 평균연비는 리터당 16킬로미터를 기록, 매우 만족스러웠다. K7 하이브리드의 연비가 예상보다 좋았던 데에는 배터리 용량이 1.76kWh로 이전 세대 K7 하이브리드 보다 23%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다른 회사의 일부 하이브리드 차종처럼 전기차 모드를 선택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지만, 예상보다 출중한 운동성능과 높은 연비로 인해 이런 아쉬움은 한낮 여름의 아이스크림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 하이브리드도 재미있을 수 있다!
하이브리드에 대한 업계와 소비자의 평은 매우 분분한 편이다. 업계에서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 및 배터리의 결합체인 관계로 제조원가가 높으며, 연비 극대화를 너무 복잡한 시스템을 통해 구현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소비자들은 필자가 시승 직전까지 그러했듯 연비 극대화라는 하이브리드 차들의 경우 운전 재미가 반감된다는 편견을 갖고 있으며, 적잖은 하이브리드 차종들이 실제로 그러하다. 반면 2세대 K7 하이브리드는 이러한 우려들에 대해 높은 연비, 그리고 생생한 운전 재미를 통해 정면으로 반박한다.
아쉽게도 현재 유가가 역사적으로 낮은 구간에 있는 관계로 하이브리드 차종에 대한 관심이 적지만, 우리가 열대성 폭우와 같은 장마철 패턴변화에서 볼 수 있듯 지구 온난화는 현실이다. K7 하이브리드는 킬로미터 당 97그램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착한’ 차량인 동시에 휘발유를 가득 채운 상태에서 주행가능거리가 1,000킬로미터가 넘는 ‘슈퍼영웅’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낮아진 무게중심과 보다 강해진 전기배터리로 인하여 운동성능 또한 일반 휘발유 차량을 뛰어넘는, 진정한 변종(hybrid)이다. 앞으로도 2세대 K7 하이브리드처럼 지구를 구하기 위한 더 많은 슈퍼영웅들의 탄생을 기대해보며, 소비자들의 많은 응원이 뒤따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박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