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자율주행차에 운전을 100% 맡길 수 있으신가요?

2017-07-25     김태영
자율주행 기술은 여전히 운전자의 통제를 벗어나 선 안 된다

주변 상황을 감지하고 스스로 달릴 줄 아는 자율주행차가 늘고 있다. 실제로 이런 차를 타고 다양한 주행 환경에 맞닥뜨려봤다. 그리고 결론을 냈다.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2015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노마 레이스웨이 서킷. 난생처음으로 자동차에게 운전 권한을 완전히 넘겨준 날이었다. 나는 앞 동승석에 앉아 있었고, 운전석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에겐 자동차를 통제할 권한이 전혀 없었다. 그랬다. 내가 탄 자동차는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였다. 평범한 자율주행 자동차는 아니었다. 서킷을 최대한 빠르게 달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니까 말이다.



테스트 자동차는 아우디 RS7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RS7은 560마력 V8 4.0L 트윈 터보 엔진을 얹고, 네 바퀴로 동력을 분배하는 무시무시한 성능의 슈퍼 세단이다. 아우디 기술자들은 이 차를 ‘보비(Bobby)’라 불렀다. 미국의 유명한 레이서의 이름에서 딴 코드명이다. 그들이 이런 무시무시한 기계를 만든 이유가 있었다. 한계 주행 성능에서도 컴퓨터가 안전하게 차를 제어하는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니까 자동차가 최대한 빨리 달릴 때 발생하는 각종 변수를 자동차 스스로가 인지하고, 올바르게 대응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완벽한 자율주행으로 가는 과정이었다.

보비는 일반적인 자율주행 자동차와는 달랐다. 신호등이나 사람을 인식하고 피하지 않는다. 서킷이라는 통제된 상황에서 주행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는 데만 집중할 뿐이다. 그래서 코스도 스스로 인지한다. 본격적으로 달리기 전, 트랙의 양쪽 가장자리를 한 바퀴씩 달리면서 정밀 GPS로 자료를 수집한다. 이때 차에 실린 분석 컴퓨터가 각 구간의 형태와 고저차를 계산해 트랙을 하나의 공간으로 구성한다. 그리고는 최적화된 레코드 라인을 계산한다. 이후엔 운전자가 할 일이 없다. ‘혼자 달리기’ 버튼만 누르면 된다. 이론적으로 보비는 어떤 트랙에서든 단 세 바퀴 만에 시스템 한계치의 95%까지 성능을 뽑아낸다. 대단히 빠른 적응력이다.



보비의 동승석에 앉았다. 그리고 직선 구간에 힘차게 가속해 서킷의 첫 코너로 뛰어들었다. 눈앞에는 급경사에 왼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고속 코너였다. 이때 속도계 바늘은 시속 130km를 가리켰다. 약간만 실수해도 차가 크게 언더스티어를 내며 코너의 밖으로 날아갈 순간이었다. 하지만 보비는 침착하게 하중을 유지하며 차를 제어했다. 운전 실력은 교과서 같았다. 감정의 기복도 없었고 불필요한 동작도 하지 않았다. 그저 스티어링휠과 스로틀, 브레이크를 수십 단계로 나눠서 필요한 만큼만 정교하게 사용했다. 코너의 입구에서는 매번 똑같이 최대한 감속했고, 부드럽게 무게 중심을 앞으로 옮겨 앞머리를 깔끔하게 회전시켰다. 엄청나게 빠른 주행이었다. 자동차 스스로가 이렇게 극적으로 차를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판단력과 대처 능력에 처음으로 믿음이 생기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2016년 3월, 포르투갈 리스본의 어느 고속도로. 2017년형 메르세데스-벤츠 E 클래스에 달린 반자율주행 기능을 활성화하고, 고속도로에서 처음으로 차에게 모든 통제권을 넘겨줬다. 당시 이 차에는 다른 양산차가 구현하지 못한 새로운 수준의 반자율주행 능력을 구현했다. 기존에 쓰던 능동형 크루즈 컨트롤에 능동형 조향 제어를 결합한 것이었다. 쉽게 말해 운전자 없이도 최대 1분까지 자동차 스스로 일반 도로를 달릴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미국도로교통안전국 기준 레벨 5)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운전 보조 기능의 진화였다. 그러니까 가속과 감속, 스티어링휠 조작을 자동차 스스로 제어하지만 시스템이 요구할 때는 언제든 운전자가 대응해야 했다(자율주행 레벨 3).



실제로 이 기능은 도심이나 고속도로를 가리지 않고 능동적으로 작동했다. 주행 속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격하게 꺾인 코너에서도 부드럽게 제동하며 동시에 안정적인 스티어링휠 조작으로 주행을 유지했다. 스스로 차로도 바꿨다. 반자율주행 상황에서 방향지시등을 켜면 자동차 주변 상황을 센서로 감지한 후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스스로 차로를 변경했다. 차선은 앞 윈드실드에 달린 카메라로 인식하지만, 일부 구간에서 차선이 사라질 때 당황하지 않고 앞차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똑똑함도 보여줬다. 실제로 이틀간 이 기능을 테스트하면서 제법 믿음이 간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도로에서 만나는 각종 변수에도 크게 문제없이 대처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운전자가 주행 상황을 파악하고 반자율주행을 ‘운전 보조 장비’로 활용할 때에 한해서였다.

2017년 6월,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 테슬라 모델 S 90D에 달린 가장 진화한 반자율주행(오토파일럿)을 활성화하고 장거리 주행에 나섰다. 여기에 쓰인 기술은 미국도로교통안전국 기준 자율 주행 레벨 3으로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의 일부 양산차에 쓰이는 규격과 동일하다. 물론 엄밀히 말해 기능적으로는 다른 브랜드보다 좀 더 진화한 구성이다. 그러니까 현재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성능의 반자율주행 기술이라는 설명이 과장이 아니다. 따라서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차를 믿고 반자율주행 기능을 활용할 수 있었다. 이번엔 좀 더 극단적인 상황까지 기능을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이틀 동안 750km를 달리며 반자율주행을 최대한 활용해 각종 변수에 대응하는 것이 목표였다.



테스트 주행의 결론부터 얘기하면 반자율주행은 운전의 보조적 수단으로만 활용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고 차에게 모든 통제권을 넘겨준 뒤 내버려 두면 언제든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할 수 있었다. 실제로 테스트 결과 고속도로에서는 갑자기 앞으로 끼어든 차, 공사 구간에서 갑자기 사라진 차선, 도로를 감싼 각종 철근 구조물이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다가왔다. 반자율주행 중 위험한 순간에 처할 때마다 원인을 꼽았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테슬라의 기술적 문제가 아니었다. 운전자의 조작 미숙과 관리 태만, 바로 부주의였다.

앞서 설명한 아우디의 자율주행 자동차(보비)는 위험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무지막지하게 빠르게 달리는 상황에서도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은 없었다. 변수가 많지 않는 통제된 환경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 E 클래스나 테슬라 모델 S의 경우 도로에서 만나는 수많은 변수에 대응해야 한다. 예컨대 길에 떨어진 깡통이 있다고 가정할 때 운전자는 대수롭지 않게 차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레이더 센서로 장애물을 인지하는 자율주행 차는 상황에 따라 완벽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깡통에서 잘못 반사된 레이더 정보가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사실과 경험을 토대로 볼 때 현재의 자율주행 기술은 여전히 운전자의 통제를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니 ‘자율주행 차에게 어디까지 제어 권한을 맡길 수 있을까?’라는 우리의 질문은 애초부터 틀렸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자율주행 기능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운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더 적합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