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역사상 가장 희귀한 자동차, M1
2017-07-26 안민희
[안민희의 드라이브 스토리] BMW는 시원한 달리기 실력을 자랑하는 차들로 이름 높지요. 그런데 정작 스포츠카의 끝판왕인 ‘미드십 쿠페’는 만든 적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조금만 거슬러 오르면 BMW의 첫 양산형 미드십 슈퍼카인 M1을 만날 수 있습니다. 레이스를 위해 태어나 소수만 생산된 희귀한 모델이지요. 오늘의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M1은 BMW 최초의 미드십 슈퍼카다. 태생부터 남달랐다. BMW는 레이스를 위해 M1을 만들었다. 레이스 참가를 위해 일반형 모델을 일정대수 이상 팔아야 하는 ‘호몰로게이션’ 규정에 맞춰 일반형 모델을 팔아야 했고, 이는 대량 생산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람보르기니에게 생산을 맡겼다.
그런데 람보르기니가 문제가 생겨(BMW에게 받은 돈을 다 썼다는 설이 유력하다) M1의 생산이 미뤄지면서 BMW 모터스포츠 디비전이 직접 만들었다. 대신 람보르기니 엔지니어였던 이들이 세운 ‘이탈엔지니어링’이 개발에 참여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생산이 늦어진 만큼 입은 손해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어쨌든 자동차를 완성한 BMW의 의지는 대단하다.
M1은 작고 빠른 차였다. 길이×너비×높이는 4,361×1,824×1,140㎜. 휠베이스는 2,600㎜에 불과하다. 하지만 엔진은 강력했다. 직렬 6기통 3.5L 트윈캠 엔진을 차체 가운데에 얹고, 수동 5단 변속기를 맞물려 뒷바퀴를 굴렸다. 공차중량은 1,300㎏다. 양산형 모델은 최고출력 277마력을 냈고, 최고시속은 260㎞였다. 레이스카는 터보차저를 달아 최고출력 850마력을 냈다.
BMW는 1978년부터 1981년까지 모두 456대의 M1을 생산했다. 이 중 20대는 프로카 BMW M1 챔피언십용 모델이다. BMW 모델 중 가장 희귀한 자동차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BMW는 M1 레이스카로 세계 선수권 대회인 ‘프로카 BMW M1 챔피언십’을 F1 서포트 레이스로 끼워넣는 등 모터스포츠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M1은 아트카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팝 아트(Pop Art)’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앤디 워홀(Andy Warhol)이 BMW M1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려 넣었기 때문. 그는 M1에 ‘속도’를 불어넣고자 했다. 그의 아트카는 곳곳에 페인트가 구분 없이 마구 칠해져있다. 그래서 선의 윤곽을 찾아보기 어렵다.
앤디 워홀은 “차가 정말 빠르게 달릴 경우 차의 윤곽과 색상의 경계는 흐릿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여러 색을 경계 없이 칠해서 속도를 표현했다는 이야기다. 그의 M1 아트카는 1979 BMW M1 그룹 4 레이스 버전. 최고출력 470마력으로, 최고속도 시속 307㎞를 냈다. 속도라는 테마가 어울리는 이유다.
BMW M1은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슈퍼카지만, 정작 BMW는 M1의 후속작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30주년이 되는 해인 2008년 4월 ‘M1 오마주 콘셉트’를 공개했다. 디자인은 오리지널 M1을 디자인한 주지아로가 다시 맡았다. M1의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많은 이들을 홀렸다. 하지만 M1 오마주 콘셉트에는 ‘리메이크’보다 더 큰 의미가 있었다.
BMW는 M1 오마주 콘셉트를 선보이며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자신의 뿌리를 인식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M1은 타협하지 않고 열정을 돋우는 슈퍼 스포츠카였습니다. M1 오마주는 우리의 역사로부터 만든 것이지만, 지금의 우리에게 새로운 영감을 안깁니다. 따라서 BMW M1 오마주는 살아있는 전통과 혁신적인 미래 모두를 상징합니다”.
M1 오마주의 멋진 디자인과 전통을 잇는 당위성 때문에 한동안 BMW가 M1의 후속 모델로 미드십 슈퍼카를 만들 것이라는 루머가 돌았다. 30년 전의 전설을 살려낼 당위성도 충분했다. 하지만 BMW는 M1 오마주를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새로운 미드십 슈퍼카를 선보였다. 바로 ‘친환경 슈퍼카’로 주목 받았던 BMW i8이다.
i8은 M1과 전혀 다른 지향점을 갖고 있다. 친환경에 초점 맞추고 개발했다. 하지만 BMW 미드십 쿠페의 계보를 이어 받은 차답게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BMW의 전동화를 상징하는 자동차로서 새로운 시대의 퍼포먼스를 제시한다. 역사의 계승보다 새로운 역사를 쓴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드는 이유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안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