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의 마릴린 먼로, 알파 로메오
2017-07-27 황욱익
멋과 낭만, 열정이 가득한 이탈리아 자동차 (Ⅸ)
달리는 즐거움에 집중한 알파 로메오(1)
[황욱익의 플랫아웃] 여자들이 엘비스 프레슬리의 섹시함에 열광했다면 남자들이 열광하는 섹시함은 마릴린 먼로 스타일에 가깝다. 자동차에도 이런 비슷한 예가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시작한 알파 로메오가 그렇다. 알파 로메오는 1906년 프랑스인 알렉산드르 다락과 투자자들이 설립한 SAID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1909년 알파(Anonima Lombarda Fabbrica Automobili)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1920년 니콜라 로메오가 합류하면서 알파 로메오가 되었다.
알파 로메오는 남자들의 꿈을 먹고 사는 자동차 메이커라 불린다. 열정과 투지, 이기기 위한 노력과 아름다운 디자인, 즐거운 운전을 선사하는 알파 로메오는 다른 이탈리아 자동차 메이커들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 피아트가 이탈리아 대중차 시장을 열고 란치아와 마세라티가 고급차 시장을 개척하는 동안 알파 로메오는 이들이 가진 장점을 모은 자동차를 만들었다. 대중적인 자동차 메이커를 표방했지만 그 안에 고성능을 불어 넣었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내세워 나름의 영역을 구축했다.
◆ 모터스포츠에 바친 한 세기
알파 로메오의 첫 차는 1910년 등장한 24HP이다. 주세페 메로시가 설계한 24HP는 이후 더 강력한 엔진을 사용했으며, 알페 로메오는 1911년 처음 모터스포츠에 진출하게 된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모터스포츠는 자동차 메이커들이 기술력을 시험하거나 과시하는데 가장 좋은 무대이다. 알파 로메오는 첫 양산차가 나온 직후부터 곧장 레이스에 출전한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밀라노 외곽의 알파 로메오 공장은 군수공장으로 전환되어 이탈리아 정부에 군수품을 납품한다.
자동차 생산 재개는 1차 대전 직후로 이때부터 알파 로메오의 전성기가 시작된다.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 유럽의 모터스포츠는 알파 로메오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1928년 밀레밀리아 우승을 시작으로 1938년까지 10승을 기록했으며, 타르가 폴리오에서는 1923년 첫 우승 이후 1935년까지 무려 7승을 기록했다. 이때부터 알파 로메오는 레이스에 특화된 메이커로 이름을 알린다.
양산차 판매보다 레이스에 집중하면서 알파 로메오의 경영난은 점점 악화되고 1928년에는 니콜라 로메오가 퇴출된다. 1933년부터는 이탈리아 정부가 알파 로메오의 경영에 개입하면서 사정이 좀 나아졌고 페라리의 설립자인 엔초 페라리도 1932년까지 알파 로메오의 모터스포츠 매니저로 근무했다. 이 시기 알파 로메오는 승용차보다 상용차 생산이 많은 회사였다. 연간 승용차 생산량은 500대 미만이었으나 사용차는 두 배 이상 생산량이 많았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알파 로메오의 공장은 폭격으로 자동차 생산이 불가능한 지경까지 간다. 1946년 생산을 재개했지만 경영난은 여전히 심각했고 급기야 1948년에는 핀메카니카가 알파 로메오를 인수한다.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었지만 알파 로메오는 모터스포츠를 포기 하지 않았다. 1950년 출범한 F1에서 초대 챔피언을 시작으로 1952년, 1975년, 1977년 등 통산 4번의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했다. F1 뿐 아니라 투어링카 레이스에서 알파 로메오는 늘 최강자 자리에 있었다. 유럽 투어링카 챔피언십 17회, 독일 투어링카 챔피언십 1회, 이탈리안 F3 챔피언십과 유럽 F3 챔피언십 10회 등 알파 로메오는 레이스 분야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대중차 시장에서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1954년 줄리에타로 대중차 시장에 뛰어든 알파 로메오는 판매량은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모터스포츠 활동과 유려한 디자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줄리에타는 세계 최초로 4기통 알루미늄 DOHC 엔진을 사용한 모델로 유명하다. 작은 차체, 가벼운 무게, 높은 성능을 지닌 엔진을 지닌 줄리에타는 이후 세대를 거듭하며 1990년대까지 생산 되었다. 영화 졸업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타고 나온 것으로도 유명한 줄리에타는 미국의 자동차 딜러인 막스 호프만의 요청에 따라 만들어진 스파이더가 인기를 끌었는데 이후 듀에토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알파 로메오를 대표하는 모델로 자리 잡는다.
1960년대에는 줄리아, GTA, 33 스트라달레, 1750/2000 벨리나 같은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알파 로메오의 경영난은 나아지지 않았고 급기야 1986년에는 피아트 그룹에 인수된다. 피아트는 알파 로메오의 기술력과 이미지를 계승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란치아의 행보와는 정 반대를 선택한 것이다. 이 시기 알파 로메오는 트윈 스파크 엔진과 수동 기반의 반자동 변속기인 셀레 스피드 같은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2부에 계속
자동차 칼럼니스트 황욱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