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 CTS 쿠페,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대안 노린다

2017-07-28     김종훈


브랜드를 다시 보게 만든 캐딜락 CTS 쿠페의 면

[김종훈의 자동차 페티시] 1970년대 자동차 디자인을 좋아한다. 모더니즘 디자인의 산물. 기능에서 발화한 형태는 간결함을 신봉했다. 쓸데없는 선을 긋지 않아 담백했다. 간결하게, 또 간결하게 직선으로 자동차를 그려나갔다. 조금 건조할까. 하지만 간결한 선은 여백이 많기에 더 많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주지아로가 그려낸 자동차들을 유독 좋아하는 이유다. 지금과는 무척 달라서 더.

지금 모더니즘 디자인을 계승한 브랜드라면 아우디다. 폭스바겐도 마찬가지고. 모더니즘 디자인은 유럽이 주도했지만, 미국도 다른 방식으로 해석했다. 1세대 CTS를 내놓은 캐딜락이다. 테일 핀 같은 장식미를 추구하던 브랜드가 계승한 간결한 선이라니. ‘아트 앤드 사이언스(Art & Science)’를 내세우며, 캐딜락은 선과 그 선이 이루는 면에 집중했다. 과학과 예술이란 뜻이니 모더니즘을 계승하는 표어로는 일견 적절하다. 창립 100주년을 맞아 변신을 꾀했다.



캐딜락은 1세대 CTS에서 시도한 직선의 묘를 2세대에서 발전시켰다. 2008년 일이었다. 세로형 전조등을 더 키우고, 선을 더 두텁게 그렸다. 그리고 한층 단호해진 선으로 CTS 쿠페를 그려냈다. 캐딜락의 모더니즘 디자인 언어는 CTS 쿠페에서 정점을 찍었다(3세대 CTS가 나오긴 했지만 기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선과 선이 이룬 면이 갑옷처럼 차를 둘렀다. CTS 쿠페를 보노라면, ‘아트 앤드 사이언스’를 알든 모르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캐딜락은 방패 문양을 브랜드 엠블럼으로 쓴다. 엠블럼과 차량 디자인은, 사실 하등 관계가 없다. 하지만 우연찮게 맞아떨어지면 디자인 완성도가 배가한다. 그런 경우가 적긴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한다. 캐딜락의 방패 엠블럼과 CTS 쿠페가 그랬다. 흡사 방패 엠블럼으로 CTS 쿠페의 사방을 두른 듯한 기분에 빠졌다. 물론 착각이다. 하지만 CTS 쿠페의 면은 그만큼 도드라졌고, 엠블럼은 그 면의 조합을 상징하는 요소로 기능했다. 방점이 찍혔다.



면이 강조된 CTS 쿠페를 보면 물성의 힘이 느껴진다. 쇠로 만든 자동차의 물성. 기계라는 것 이전에 기계를 구성하는 소재의 깊이랄까. 가만히 쳐다보면 강철이라는 재료의 그윽함마저 묻어나는 듯하다. 다른 장식이 없더라도, 그 면 자체만으로 충분히 감상할 여지가 있다. 아니, 다른 장식이 없기에 더 몰입시킨다. 철판을 반듯하게 접은 것만으로, 많은 걸 보여준다.



캐딜락은 CTS 쿠페로 확연히 달라졌다.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달까.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군림하는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어떤 대안이다. 자동차는 비싼 소비재다. 한 번 결정할 때 머리가 복잡해진다. 일단 자기 재원 안에서 두루 만족시킬 종착지를 선택한다. 왠지 밑지기 싫으니까.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로 가는 결정적 이유다. 하지만 경험하고 나면 또 달라진다. 새로운 걸 원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캐딜락이 보인다.

일단 눈에 들어와야 관심도 생긴다. 캐딜락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다른 디자인 언어를 내세웠다. 시선을 끈다. CTS 쿠페의 디자인은 간결하지만, 간결하기로 유명한 아우디와는 또 다르다. 어쩌면 장식미를 추구하던 과거를 계승한 간결함이다. 간결한데도 딱딱하지 않다. 널찍한 면으로 ‘치장’해 당당한 풍채를 드러낸다. 방패로 몸을 보호한 중갑 기마대 같은 화려함도 있다. 뽐내는 데 익숙한 미국차의 성격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셈이다. 해서 다르다.



CTS 쿠페는 이후 캐딜락 모델을 관심 있게 보게 했다. 모터쇼마다 캐딜락의 신 모델을 기다렸다. CTS 쿠페에서 만개한 디자인 솜씨는 여전했다. 세대가 바뀌면서 비율과 자세에도 신경 썼다. 그릴 바깥선도 강조하는 등 그 안에서 나름대로 장식도 했다. 보다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이다. 해서 3세대 CTS는 여전히 면을 중시하면서도 전 세대보다 한층 화려하다. 대안으로서 존재 가치를 꾸준히 높여간다.

물론 디자인만으로 캐딜락이 대안이라고 주장하긴 설득력이 약하다. 디자인만큼 운동 감각도 벼리는 중이다. 여전히 미국 차다운 느낌을 간직하면서 유럽 차에 대적할 탄탄함을 단련했다. 캐딜락만의 조미료를 가미해 운전하는 맛을 살렸다. 그럼에도 관심의 시작은 디자인, 특히 내게는 CTS 쿠페의 면이었다. 한 브랜드를 돌아보게 할 정도로 힘이 있는 면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