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효율성 결정짓는 마력·토크·무게, 그 균형점은?
2017-08-02 김태영
소형 SUV 경쟁 통해 본, 마력·토크·車무게의 상관관계
지금 우리 주변에서 가장 현실적인 자동차는 소형 SUV다. 이런 차들은 마력과 토크, 연료 효율성을 고려한 절묘한 엔진 세팅이 중요하다.
B세그먼트 SUV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장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불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커진 시장, 그만큼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이 치열하게 경쟁한다. 2014년 르노삼성 QM3를 시작으로 쌍용 티볼리, 쉐보레 트랙스가 등장했고, 최근엔 현대 코나와 기아 스토닉도 시장에 합류했다. 코나와 스토닉은 후발주자지만 뛰어난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소형 크로스오버 SUV는 새로운 소비자, 소규모 가족에게 어울린다. 따라서 구석구석 젊은 감각과 실용주의를 담고 있다. 모든 제품의 지향점은 비슷하지만, 구성은 조금씩 다르다. 특히 엔진 출력과 무게, 연비 같은 수치에서 차이가 난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소형 크로스오버 SUV에 적당한 엔진 출력은 어느 정도일까? 출력과 무게, 연비의 균형은 어떤 기준으로 세팅해야 할까?
먼저 제원을 비교해 보자. 국내에서 판매되는 다섯 대의 소형 크로스오버 SUV 차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모든 모델을 관통하는 기준은 세 가지. 디젤 엔진, 앞바퀴 굴림(2WD), 자동변속기다. 일부는 디젤 엔진뿐 아니라 가솔린 엔진 라인업을 가졌다. 네바퀴굴림(4WD)과 수동변속기를 옵션으로 준비한 모델도 있다.
현재 한국에서 소형 크로스오버 SUV의 대부분은 1.6L 디젤 엔진을 주력으로 한다. 따라서 1.5L 디젤 엔진을 얹은 QM3가 여러모로 불리하다. QM3는 한눈에 보기에도 엔진 출력이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몸무게를 이용해 연비와 주행 성능을 보완하고 있지만, 경쟁 모델이 구현한 수치와 비교할 때 약간 부족해 보인다. QM3를 제외하면 엔진 출력 110마력대에서는 스토닉과 티볼리, 130마력대에서는 코나와 트랙스가 경쟁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두 그룹은 단지 엔진 출력의 수치로만 비교할 수 없다. 엔진 출력을 발휘하는 과정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따져봐야 한다.
◆ 좋은 엔진의 핵심 기술은 최고 출력이 아니다.
보통 우리가 엔진 출력을 비교할 때 마력(hp 혹은 ps)을 비교한다. 하지만 마력은 힘이 아니다. 일률의 단위다. 1마력이란 1초 동안 무게 75kg을 1m 거리만큼 움직이는데 필요한 동력을 말한다. 쉽게 말해 물체를 움직이는 능력이다. 같은 엔진으로 비교한다면 엔진 회전수(rpm)를 높일수록 일률이 높아진다. 즉, 마력이 높다. 물론 아무리 같은 조건이라도 엔진은 많은 변수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최대 토크와 배기량, 압축비, 터보의 과급 압력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기술자는 작은 세팅 변화만으로 엔진 출력을 쉽게 높일 수 있다. 1.6L 디젤 엔진을 얹은 소형 SUV의 경우 터보차저 부스트 압력, 실린더 압축비, ECU 매핑 변화만으로도 20~30마력이 쉽게 올라간다. 터보차저나 흡기/배기 시스템의 변화에 따라 50마력 이상 출력을 높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런 차들이 엔진 출력을 일정 수준 이상 높이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마력의 상승은 곧 연료 소모로 이어진다. 엔진 내구성과 원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다. 보통 엔진 출력이 높을수록 연비는 낮아지고, 관련 소모성 부품의 교환주기가 짧아진다. 그러니 좋은 엔진은 무조건 높은 출력으로 평가할 수 없다. 차의 목적과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최적화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 마력과 토크뿐 아니라 연료 효율성과 무게의 균형이 중요하다
제원을 통해 다섯 대의 국산 B 세그먼트 SUV를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그중 현대 코나 디젤과 기아 스토닉의 비교가 흥미롭다. 두 디젤 엔진은 같은 배기량(1582cc)으로 최고 출력이 나오는 시점도 4000rpm으로 같다. 정확한 최대 회전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계기반 기준으로 최대 엔진 회전수는 모두 4500rpm으로 제한된다. 그런데도 제원상 코나의 마력이 26마력 더 높다. 이런 결과가 가능했던 것은 마력을 높이는 세팅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둘은 터보차저(엔진 실린더에 공기를 밀어 넣는 장치)를 다른 것을 쓴다. 확인 결과 부품 품번이 282012A780과 202012A880이었고 가격도 달랐다. 또 엔진 제어 컴퓨터(ECU) 설정값도 다를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과정이 어찌 됐든, 마력이 높은 코나가 무조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앞서 말했듯 마력을 높이면서 희생한 점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토크가 발생하는 범위와 연료 효율성이다.
마력이 차의 주행 성능의 전부는 아니다. 마력이 설명하는 것은 엔진의 특징일 뿐. 오히려 실제로 엔진이 발휘하는 힘을 의미하는 것은 토크(torque)다. 토크는 내연기관에서 크랭크축에 발생하는 회전력이다. 토크가 높을수록 차의 가속력이 빠르고, 움직임이 날렵하다. QM3(22.4kg·m)를 제외하면 넉 대의 소형 SUV 모두 30kg·m 초반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흥미롭게도 티볼리와 코나 디젤, 스토닉 모두 최대 토크가 같다(30.6kg·m). 트랙스는 32.8kg·m으로 가장 높은 토크를 발휘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최대 수치만으로 완벽한 비교는 어렵다. 마력과 마찬가지로 토크도 특성이 존재한다. 엔진이 저속부터 고속까지 일정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토크 출력 범위가 넓고 풍부해야 한다. 1.5~1.6L 디젤 엔진은 보통 최대 토크가 출발 직후에 쏟아진다. 1500~2500rpm 사이에서 모든 토크가 분출된 후 점점 줄어든다. 이때 떨어지는 토크와 교차하며 마력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그러니 어느 한 가지 특성이 극단적이면 안 된다. 전체적인 균형이 중요하다.
최고 출력, 최대 토크로 주행 성능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차의 무게다. 비슷한 토크를 내는 엔진을 쓴다면 몸무게가 가벼운 쪽이 더 좋은 가속 성능을 실현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부분에서는 스토닉이 경쟁 무리를 크게 앞선다. 자동변속기, 17인치 휠 모델을 기준으로 스토닉의 공차 중량은 1270kg. 비슷한 구성의 코나는 이보다 100kg이나 무겁다. 코나뿐 아니라 트랙스는 145kg, 티볼리는 125kg이나 무게가 나간다. 세 모델 모두 스토닉보다 엔진 출력이 높지만, 무게에서 큰 손해를 본다. 심지어 스토닉보다 출력이 한참 낮은 QM3도 무게가 35kg 더 나간다.
차 무게와 엔진 출력의 관계는 곧바로 연비 수치로도 나타난다. 적당한 출력에 가벼운 몸무게를 가진 스토닉은 16.7km/l를 기록한다. 이 수치는 90마력으로 출력을 제한한 QM3를 제외하면, 코나를 가볍게 앞서고 트랙스와 티볼리를 크게 따돌린다. 트랙스 디젤은 16인치 휠을 기준으로도 복합 연비가 14.6km/l 수준이다. 언뜻 제원상 비슷해 보이지만, 출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공차 중량도 그룹에서 가장 무거운 편(1415kg, 2wd)이라 결과가 뻔하다.
◆ 소형 크로스오버 SUV, 가장 절묘한 엔진 세팅은 누구?
다섯 대의 B 세그먼트 SUV는 저마다의 목표가 다르다. 현대 코나는 그룹의 선두에서 이미지를 끌고나간다. 트랙스는 투박하지만, 정통 SUV의 본질에 가까운 감각을 고수한다. QM3처럼 철저하게 실용성에 집중한 차도 있다. 티볼리는, 제원이나 상품성의 수치 비교로는 나타나지 않는 독특한 매력이 존재한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비교할 때 가장 절묘한 엔진 출력과 섀시 세팅의 승자는 스토닉이다. 110마력이라는 엔진 출력은 시장의 요구에 비하면 어쩌면 무난한 수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는 기술자들의 치밀한 계산과 상품 구성의 노하우가 녹아있다. 엔진은 실제 주행 성능에 필요한 토크 범위를 넓히는 데 집중하면서도 동시에 연료 효율성까지 만족시킨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가벼운 몸무게를 유지하고 7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 같은 요소를 이용해 주행 성능을 효과적으로 끌어올린다. 이런 특성은 경제성과 스타일을 강조하는 B 세그먼트 SUV 시장의 최근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