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좀 아는 남자들이 알파 로메오를 좋아하는 까닭
2017-08-03 황욱익
멋과 낭만, 열정이 가득한 이탈리아 자동차 (Ⅹ)
달리는 즐거움에 집중한 알파 로메오 (2)
[황욱익의 플랫아웃] 소품종 소량생산 자동차 메이커였던 알파 로메오는 한때 대량생산 자동차 메이커로 바뀌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었고 모터스포츠에서 갈고 닦은 기술들을 양산차에 접목해 기술적으로도 다른 자동차 메이커를 앞섰다. 하지만 고질적인 품질문제와 과도한 모터스포츠 투자 등은 알파 로메오를 늘 경영난에 허덕이는 회사로 만들었고 이를 개선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알파 로메오는 자동차 역사에 큰 획을 긋는 모델들을 선보였으며, 그들이 가진 정체성을 지금까지도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다.
◆ 네잎클로버
콰드리폴리오라 불리는 네잎클로버는 알파 로메오의 고성능 버전에 사용하는 엠블럼이다. 이 엠블럼은 1923년 타르가 폴리오를 앞두고 팀의 승리와 안전을 기원하며 차체에 그려 넣은 것에서 시작한다. 물론 그 해 알파 로메오는 우승을 거머쥐었고 이후 알파 로메오의 고성능 버전이나 레이스카에 쓰이는 엠블럼으로 자리 잡는다. 하얀 바탕에 녹색 네잎클로버가 그려진 콰드리폴리오는 알파 로메오의 대표 드라이버 우고 시보치가 맨 처음 사용했는데 티포 P1의 테스트 주행 중 생을 마감한 그의 차에는 이 엠블럼이 없었다고 한다.
◆ GTA, GTV
알파 로메오의 고성능 버전의 양산명이다. 1965년 줄리아에 처음 사용한 GTA의 의미는 GT에 경량을 뜻하는 이탈리어 Alleggerita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줄리아는 스프린트와 주니어 등 다양한 버전을 선보였는데 차체 패널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GTA 배지를 사용하는 모델 중에 가장 유명한 모델은 1968년 등장한 GTA 1300 주니어로 1.3ℓ 엔진을 탑재했다. GTV는 Gran Trismo Veloce의 약자로 알파 로메오 쿠페에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 알파 로메오 스파이더
듀에토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알파 로메오 스파이더는 1966년부터 1993년까지 4세대에 걸쳐 생산된 모델이다. 피닌파리나가 디자인을 담당한 알파 로메오 스파이더는 자동차 역사에서 디자인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모델이기도하다. 완벽한 사이드뷰와 캄 테일(2세대) 등 간결한 라인으로 다듬은 스파이더의 보디는 우아함과 섹시함이 공존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디자인만큼이나 기계적인 특성도 30년 가까이 거의 변하지 않아 호불호가 엇갈리기도 한다. 영화 졸업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타고 나왔던 모델은 1세대 스파이더이다. 알파 로메오 스파이더의 계보는 알파 로메오가 처음 미국에 진출했던 줄리에타 스파이더에서 시작하며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한 듀에토, 듀에토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스파이더(1995년 알파 로메오 스파이더)로 이어진다.
◆ 컴패니 컬러
지금은 이탈리아 모터스포츠를 상징하는 색이 된 붉은색을 가장 먼저 사용한 곳이 알파 로메오이다. 정확하게 알파 로메오의 메인 컬러는 로쏘 코르사로 완전한 붉은색이 아닌 진한 와인색에 가깝다. 이후 페라리가 활동하는 모든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붉은색을 사용하는데 알파 로메오의 붉은색과는 다른 색이다. 참고로 페라리는 자신들의 역사를 논할 때 알파 로메오와 마세라티, 피아트 등을 거론할 때가 많은데 페라리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 알파 로메오와 DTM
독일 투어링카 챔피언십인 DTM에서(1984년~1995년) 알파 로메오는 비교적 오랜 시간 활동 했으나 챔피언은 1993년 단 한 번뿐이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오펠 등과 경쟁했던 알파 로메오가 투입한 경주차는 155 V6 TI로 네바퀴를 굴렸으며 최고 출력은 480마력에 육박했다. 1993년 알파 로메오의 DTM 우승 의미는 시즌 자체의 치열함도 백미였지만 독일차를 이긴 최초의 비독일차라는 점이 크게 인정받는 부분이다. DTM은 이후 2000년부터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BMW 등 독일 자동차 메이커만 출전하는 투어링카 레이스로 바뀐다.
◆ 자동차를 여성성에 비유
알파 로메오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디자인과 여성성이다. 알파 로메오는 쥬지아로, 피닌파리나, 투어링 슈퍼레제라, 자가토 등 유명 디자인 업체들과 협업으로 유명하다. 특히 자동차를 여성에 비유한 디자인이 유명한데 알파 로메오를 수식하는 여러 가지 별명이나 애칭을 살펴보면 여성의 이름이나 여성성을 형상화한 것들이 많다. 차를 좀 아는 남자들이 알파 로메오를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황욱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