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 판매 현대차의 위기와 최고 성장 르노삼성의 기회
2017-08-04 김형준
상반기 국내 완성차 시장, 누가 누가 잘했나 (2) : 제조사별
[김형준의 숫자 깨먹기] 24만8,664대 vs. 12.7%
◆ 현대자동차
지난 7월 말 현대자동차가 발표한 상반기 경영실적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이익의 감소다. 전년과 비교해 영업이익은 16.4%, 경상이익은 35.7% 떨어졌으며 당기순이익도 34.3%나 하락했다. 그럼에도 매출액은 47조6,740억원으로 1.4% 올랐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는 “그랜저 등 신차 효과 및 판매 믹스의 향상” 덕분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랜저 IG의 판매 호조와 판매가격이 높은 중대형 차종(제네시스 브랜드)의 비중이 늘어난 것이 매출액의 소폭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그런데 지난해 말 출시한 그랜저 IG는 현재 국내에만 공급되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 제품 역시 해외보다 국내 공급량이 더 많다. 상반기 국내에서 생산한 제네시스 G80(3만3,350대) 중 수출물량은 1만1,318대(33.9%)에 불과하며, EQ900(G90)는 국내 생산분 9,777대 중 26.4%(2,583대)만이 수출 길에 올랐다. 여기에 국내 중대형 이상 승용차 시장에서 현대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60.6%에서 올해 75.4%까지 올랐다. 내수시장 실적이 현대차의 상반기 매출액을 보전해주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현대차에 내수시장은 그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올 상반기 현대차의 내수시장 성적표에는 썩 반갑지 않은 징조들이 있다.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나온 상품성 개선 모델들, 새로운 수익을 내기 위해 등장한 전략차종들의 성적이 영 신통치 않은 것이다. LF 쏘나타의 경우 SM6와 말리부에 호되게 당한 지난해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발 빠르게 대대적인 부분 변경(쏘나타 뉴 라이즈)을 단행했지만 판매성적(4만2,037대)은 지난해 이맘때(4만1,855대. YF LPG 포함 4만4,548대)와 큰 차이 없다. 세부 모델 판매도 LPG 모델 정도가 900대가량 늘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지난해보다 적게 팔렸다. 주력 제품인 2.0 GDI 모델 판매는 거의 제자리걸음(2017년 1만5,547대, 2016년 1만5,823대)이고, 하이브리드와 1.7 디젤 모델 판매는 각각 44.5%, 47.7%씩 떨어졌다.
또 현대차에 ‘성능’이라는 키워드를 이식하고자 했던 전략 차종 i30 판매(2,222대)는 주행감각이 차분하고 편안한 엔트리 모델(1.4T, 1,241대/약 56%)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친환경차 전용 플랫폼의 아이오닉(5,205대)은 EV 모델 판매(2,939대)가 주력 모델인 하이브리드 판매량(2,266대)을 뛰어넘었다. 여기에 준중형(투싼)과 중형(싼타페) SUV 판매도 눈에 띄게 떨어지는 추세다. 전년 동기 대비 투싼 판매량(2만1,700대)은 31.6% 하락했고, 싼타페 판매량(2만7,403대)은 33.4% 떨어져 힘이 빠진 인상이 역력하다. 이로 인해 일반 승용과 SUV 포함 중형차 시장에서 현대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6.8%에서 올해 31.1%로 하락했다.
하지만 비관적인 신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반떼 등의 위세가 예전만 못하다 해도 준중형차 시장(승용·SUV 포함)에선 여전히 51%대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코나의 등장은 5%대 점유율에 그친 소형차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기대케 한다. 여기에 앞선 설명처럼 대당 판매마진이 높은 중대형(E 세그먼트) 이상 승용차 시장에선 이미 독주 체제를 굳혔다. 올 하반기 이후 출시될 신차들의 면면(제네시스 G70, 신형 벨로스터와 싼타페 등)을 보면 현재 약화된 시장(C-D 세그먼트)도 머잖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는 그렇다.
◆ 르노삼성
르노삼성의 올 상반기 내수 승용차(SUV 포함) 시장 성적표는 5만2,882대 판매로 5위, 꼴찌다. 하지만 판매 증감률은 +12.7%로 가장 높다. 판매대수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65대 더 많다. 참고로 상반기 제조사 판매 순위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24만8,664대와 22만2,200여대로 1, 2위를 기록했고 한국지엠(6만7,960대)과 쌍용차(5만3,469대)가 뒤따랐다. 판매 증감률은 르노삼성, 쌍용차(+5.5%), 현대차(-3.3%), 기아차(-9.3%), 한국지엠(-16.3%) 순이었다.
르노삼성은 대대로 중형급 이상 시장에 강점을 보여왔다. 그리고 그 흐름은 올 상반기 더욱 강화된 모습이다. 지난해 상반기 67.1%였던 중형(D 세그먼트) 모델 비중이 75.8%로 올라선 것이다. 원동력은 QM6의 가세였다. 르노삼성은 QM5 후속 모델 이름을 QM6로 바꾸면서 체급을 한 단계 높였다. 준중형에서 중형 SUV로 격상시킨 것이다. QM6의 합류로 지난해 상반기 3만1,485대에 머물렀던 르노삼성의 중형차 판매량은 올 상반기 4만100대로 8,915대 늘어났다.
QM6의 상반기 누적 판매량은 1만3,920대로 동급 시장의 경쟁모델(쏘렌토, 싼타페)에 비해 1만3,500여대~1만9,700여대씩 적다. 매달 1,640~2,250여대씩 덜 팔리는 셈이다. 가장 최근에 선보인 제품임에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지 않다는 점은 속이 쓰리지만 르노삼성의 판매 포트폴리오 강화 측면에선 적잖은 힘이 되고 있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내세우는 르노삼성으로선 소형차급에 가까운 C 세그먼트보다 중형 D 세그먼트 모델의 비중을 키우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에 중형 다음으로 비중이 큰 시장은 소형 B 세그먼트였다. 6,194대 판매로 11.7%의 비중을 차지했다. 모든 판매량은 전량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해 들어오는 수입 소형 SUV QM3다. 흥미로운 부분은 소형차급의 ‘수입 모델화’가 한층 가속화될 거라는 점이다. 하반기 출시하는 르노 클리오, 그리고 국내 도입을 검토 중인 소형 전기차 르노 조에(Z.O.E) 역시 전량 수입되는 제품들이다.
바꿔 말해 현재 르노삼성의 제품 전략은 한국에서 개발을 주도한 국내 생산 중형차와 프랑스 르노가 움켜쥐고 있는 유럽 생산 수입 소형차의 투 트랙으로 이해할 수 있다. 수입 소형차는 고급이 아니라 남다른 가치를 제공하는 ‘덤’의 개념으로 해석한 프리미엄 제품 전략인 동시에 취약한 영역을 외부(르노) 역량으로 채우는 전형적인 선택과 집중 전략이기도 하다.
수입 모델 도입이 활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은 “르노삼성이 언제 르노 브랜드로 출범할 것인가”로 집중되고 있다. 르노삼성은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적 없지만 정황을 의심케 하는 활동은 꾸준히 펼쳐왔다. 새파랗던 전시장은 이미 르노 브랜드의 CI인 노란색으로 단장을 마쳤고, QM3는 올 상반기 내내 ‘캡처 라이프’ 캠페인을 펼쳐왔다. 알다시피 캡처(Capture)는 르노가 쓰는 QM3의 유럽 이름이다.
-3부에서 계속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형준 (모터트렌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