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배기음 빼고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2017-08-15     황욱익
멋과 낭만, 열정이 가득한 이탈리아 자동차 (Ⅻ)
이탈리안 럭셔리의 선두주자, 마세라티 (2)

[황욱익의 플랫아웃] 이탈리아 자동차 메이커 중에 주인이 가장 많이 바뀐 회사 중의 하나인 마세라티는 대량 생산 대신 늘 소품종 소량 생산에 집중했다. 2013년에 와서야 연간 생산량 1만5,000대를 기록했으며 최근에는 4만2,000대까지 끌어 올렸다. 공장은 원래 있던 모데나 공장(거의 공방)은 알파 로메오 4C를 비롯한 그란 쿠페와 그란 카브리오 등 소량 스포츠카를 생산하고 콰트로 포르테6와 기블리, 르 반떼 등 주력 모델은 신축한 자동화 공장에서 생산 된다. FCA 그룹 인수 후 어떻게 보면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는 곳이 바로 마세라티인데 디젤 엔진 탑재 모델과 SUV까지 선보이며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양한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 1990년대와 2000년대의 격동기

이 시기 마세라티는 가장 풍파가 심했던 시기이다. 드 토마소에서 피아트, 피아트+폭스바겐, 페라리 등 짧은 시기에 여러 회사가 마세라티의 주인장을 거쳐 갔다. 5세대 콰트로 포르테 출시까지 회사는 불안정했고 개발비를 댔던 폭스바겐과 마찰, 페라리가 공급하는 엔진을 사용하는 등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던 시기이다. 페라리가 경영권을 주도하던 시절에는 엔진 공급 뿐 아니라 마세라티 딜러가 페라리 딜러와 함께 있어야 한다는 조건도 있었다. 반면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마세라티는 쥬지아로 디자인의 4200GT와 피난파리나 디자인의 콰트로 포르테5, 스파이더 등을 내놓으며 상승세를 그린다. 물론 이 차들의 엔진과 변속기는 모두 페라리에 사용하던 것들이다.



◆ 마세라티의 슈퍼카 MC12

마세라티 하면 슈퍼카 브랜드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마세라티가 만든 슈퍼카는 MC12 하나뿐이다. 마세라티 설립 75주년을 기념해 제작한(피닌파리나 제작, 오쿠야마 켄 디자인) 버드케이지 75TH는 이후 페라리의 슈퍼카 엔초 페라리와 엔초 페라리의 서킷 버전인 FXX, 마세라티 최초의 슈퍼카 MC12 등으로 디자인 큐가 이어진다. 이중 MC12는 페라리의 엔진과 변속기를 사용한 슈퍼카인데 캄비오코르사 변속기를 탑재한 것으로 유명하다. 사실 상 캄비오코르사는 당시 페라리가 개발해 엔초 페라리에 처음 사용한 F1 기어 박스와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MC12는 FIA GT 레이스에 출전하기도 했으며 스트라달레와 버전 컴페티치오네 등 총 62대가 제작됐다. 캄비오코르사는 오버홀 주기가 매우 짧은 변속기였으며 4200GT 이후 마세라티는 ZF사의 토크컨버터 자동 변속기를 사용한다. 재미있는 점은 코엑스에서 열리던 서울 모터쇼에서도 전시가 되었다는 점인데 당시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이 차가 어떤 차인지 몰랐다고 한다.



◆ 끊이지 않는 품질 문제

FCA 인수전까지 소규모 수제작 생산을 고집했던 마세라티에게 품질 문제는 늘 따라다니는 꼬리표였다. 혹자는 가죽과 디자인, 배기음 빼고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폄하하기도 했지만 전세계 마세라티 마니아들이 아직도 상당히 많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일본에서 인기가 많았던(이탈리아 차라는 이유로) 마세라티의 잔고장과 떨어지는 조립 완성도는 악명 높은데 대량 생산 체제 전환 후 많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다만 한국어 메뉴는 번역에 문제가 많다. 서스펜션을 현탁액으로 번역하기도 하고 스톱 앤 스타트 시스템을 정지 시작으로 표기한 사례는 국내 자동차 기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사례로 통한다. 여기에 FCA 인수 후 등장한 콰트로 포르테나 기블리는 크라이슬러 부품과 인터페이스 등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편이다.



◆ 한때 시트로엥의 유압 서스펜션을 사용하기도

마세라티는 창립 이후 풍족했던 시절이 거의 없었던 자동차 회사로도 유명하다. 가난한 소규모 제작사가 럭셔리 GT를 만든다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상황도 있었고 회사의 주인이 바뀔 때 마다 주요 부품이 바뀌는 사례도 왕왕 있었다. 특히 시트로엥 시절에는 이미지가 다른 두 회사의 콜라보레이션이 암암리에 시행되었는데 시트로엥에 마세라티 엔진을 사용하거나 메락 같은 미드십 스포츠카에 시트로엥의 유압 섀시를 사용하기도 했었다. 물론 이런 선택은 양쪽 모두에게 그다지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 멋이 있는 차들이 많았다!

미스트랄과 기블리(지금의 기블리와 다른 쿠페)를 비롯해 자가토 스파이더, 보라, 메락, 캄신, 샤말 같은 차들은 지금도 클래식카 시장에서 굉장히 높게 평가 받는다. 마세라티 골수 마니아들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를 진정한 마세라티의 시대라 부르기도 한다. 유럽 메이커들이 고성능 스포츠카 개발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던 이 시기 마세라티는 나름의 방식으로 럭셔리 GT 혹은 미드십 스포츠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마세라티 특유의 디자인 감성(주로 마르첼로 간디니와 피닌파리나)에 소량 생산에 의한 희소가치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 스포츠 버전 구분

마세라티 만큼 차체 곳곳에 엠블럼을 무수히 많이 사용하는 회사도 드물다. 오히려 21세기 이후에는 엠블럼의 크기와 사용을 줄이는 추세인데 마세라티는 여전히 앞뒤, 옆, 시트 등등을 포함해 많은 곳에 엠블럼을 사용한다. 넵튠의 삼지창을 형성화한 이 엠블럼을 자세히 보면 모델 등급을 알 수 있는데 일반 모델은 삼지창 아래에 있는 세줄 사이가 크롬이고 스포츠 모델은 붉은색으로 표시 되어 있다. GT나 GTS, 스트라달레 등 스포츠 버전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참고로 국내에서는 BMW나 벤츠의 분위기를 벗어나고 싶은 연예인과 젊은 사업가들이 주로 마세라티를 선호하며, 배기음 단속 사건과 서태지와 비밀결혼 후 이혼한 이지아의 차로도 이름을 알렸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황욱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