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는 왜 가구회사 CEO 출신에게 운전대를 맡겼나

2017-08-17     박상원
포드의 변신: 제조업체에서 종합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자로

[박상원의 Pit Stop] 이달 초 기아차는 자체 모빌리티 서비스 브랜드인 ‘위블’을 런칭하면서 ‘주거형 카쉐어링’ (car sharing, 자동차 공유사업) 시장에 진출하였다. 현대차 또한 이르면 9월부터 카쉐어링 서비스, ‘딜카’를 현대캐피탈과 함께 런칭할 것으로 전해졌다. 왜 현대기아차는 신차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카쉐어링 사업에 진출했을까? 일단, 이것은 최근 자동차 산업을 강타하고 있는 Connected(연결성), Autonomous(자율주행), Sharing(차량공유), Electric(전기차) – 이하 C.A.S.E. – 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C.A.S.E.라는 추세(trend)는 완성차 업체들의 사업모델, 즉 판매량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패러다임(paradigm)을 뿌리 채 흔들고 있는 상황이고, 이러한 추세가 가장 많이 진척된 미국에서는 2008년 말 발생한 금융위기 이후 수익성을 큰 폭으로 개선한 완성차 업체들이 매년 적자를 보고 있는 테슬러 대비 시가총액이 낮아지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몇몇 메이저 완성차 업체들이 사업모델에 다양한 변화를 시도 중이며, 포드자동차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난 5월 18일 포드 자동차는 전세계 임직원의 10%를 감원하겠다는 발표를 했었다. 흥미롭게도 포드 CEO, 마크 필즈 사장은 나흘 뒤인 5월 22일 해고되었고, 이러한 감원노력은 이사회에서 해임 위기에 처했던 그의 마지막 ‘생존’ 시도였다고 밝혀졌다. 왜 포드는 28년간 일한 베테랑 사장을 해고했을까? 바로 C.A.S.E.가 가지고 올 산업적 변화에 있어 대응이 늦었기 때문이었다.

회사에 대한 충성을 높게 평가하는 포드 자동차에서 필즈 사장의 교체는 창업가문이자 오너들인 포드 가문이 포드 자동차가 현행 사업 모델로는 미래의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고, 따라서 이러한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포드 가문이 오래 전부터 자동차 산업에 C.A.S.E.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언’을 해왔다는 사실이다.

지난 2001년 10월, 단기적인 성과 중시로 직원들과 마찰을 빚던 자크 나세르(Jac Nasser) 사장이 퇴진하고 윌리엄 포드 주니어(이하 빌 포드)가 포드 자동차의 CEO로 취임했다. 창업가문 출신이 오랜만에 대표이사가 된 사실도 화제였지만, 그의 파격적인 주장이 더욱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왜냐하면, 빌 포드는 친환경차 시대가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고, 자동차는 궁극적으로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다양한 교통수단 중의 하나로 전락할 것이기에 회사가 이동성을 제공하는 모빌리티(mobility, 이동성) 회사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당시에 그의 주장은 ‘부잣집 도련님의 진보적인 이상(理想)’으로 치부되었다. 특히, 그의 주장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전기 배터리를 비롯 이동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발전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 같은 의견은 일면 ‘꿈’과 같아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리라.



이러한 가운데 미국이 2007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포드자동차는 생존을 위해 단기수익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고, 그의 주장은 잊혀지는 듯 했다. 금융위기의 전조가 있던 2007년 여름, 애플에서 출시한 아이폰이 촉발시킨 IT 산업에서의 빅뱅(Big Bang)과 같은 변화는 10년이 지난 지금, 자동차 산업에 있어서 C.A.S.E.라는 변화로 발전했다. 이제는 회장이 된 빌 포드는 마침내 그가 주장하던 순간이 마침내 왔음을 깨닫고 적절한 대응을 못하던 필즈 사장을 퇴진시켰다.

새로운 대표이사는 포드 사외이사(board of directors)의 하나였던 짐 해켓(Jim Hackett)으로 미국 오피스 가구 회사인 스틸케이스(Steelcase) CEO 출신이다. 짐 해켓은 누구인가? 자동차 업계에서는 무명에 가까운 그는 사실 1994년에 39살의 최연소 나이로 스틸케이스의 대표이사가 되었었으며, 이후 20년간 직책을 유지했을 정도로 관련 업계에서는 유명인사이다. 그는 스틸케이스 CEO로 재직 중에 사업모델을 단순히 가구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것에서 고객의 목적에 맞게 오피스 공간을 구상하고 여기에 필요한 제품을 제공하는, 즉 환경을 변화시켜주는 오피스 솔루션 프로바이더(office solutions provider)로 변화시켰었다. 빌 포드 회장은 해켓이 포드 자동차가 제조업체에서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mobility solutions provider, 즉 이동과 관련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로 변신하는 데 있어 적임자로 판단했다.

스틸케이스에서 은퇴 후 2013년 포드 자동차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해켓은 빌 포드의 눈에 띠여 사외이사직을 내려놓고 포드 내 신생조직인 Ford Smart Mobility(이하 포드 모빌리티)에 대한 책임을 맡고 캘리포니아 팰로알토(Palo Alto)에서 카쉐어링 및 자율주행차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는 우버 및 알파벳(구글 지주사)의 자동차 산업 진입에 대한 대책 차원이었으며, 포드 모빌리티는 샌프란시스코 소재 모티베이트(Motivate)와 자전거 공유 서비스인 Ford Gobike를 시작, 소비자들의 이동 패턴에 대한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을 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 앱 기반으로 사용자 위치에 따라 노선을 정하는 버스 공유 서비스, 채리엇(Chariot)을 샌프란시스코, 뉴욕, 시애틀과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운용하면서 카쉐어링 분야에서 노하우(know how)를 쌓아가고 있다. 동사는 자율주행차 분야의 경우 연초에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아르고 AI(Argo AI)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2021년까지 상용 자율주행차(Level 3)를 출시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친환경차 분야에서는 2000년대만 하더라도 앞서던 포드가 현재 다소 뒤진 모습이다. 도요타에게 기술료를 지급하면서 도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THS) 방식을 채용 중인 포드는 2016년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판매가 전년 대비 17% 증가했으며 2022년까지 13개의 친환경차(하이브리드, 배터리 전기차 등)를 출시할 예정이다. 머스탱 및 미국 부동의 판매 1위, F-150 픽업트럭 하이브리드 버전이 여기에 포함된다. 아쉽게도 GM 쉐보레 볼트(Bolt) 전기차와 같이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배터리 전기차는 2020년에야 출시될 예정이다.

결론적으로 포드는 자동차에서 버스는 물론 자전거까지 전기화된 이동수단을 판매뿐만 아니라 이동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종합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자(total mobility service provider)가 되고자 한다. 왜냐하면, IT산업의 발전이 가능하게 만든 C.A.S.E라는 추세(trend)는 결국 이동성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업체의 손을 들어줄 것이기 때문이며, 현대기아차가 뒤늦게라도 공유 서비스에 참여한 것은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다행인 일이지만 ‘운전의 재미’가 이동의 제공에 의해 축소되지 않을까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훗날 거대 부품업체인 델파이가 된 A.C.Delco의 창업자, 챨스 케테링이 100년 전에 말한 ‘진보의 대가는 고통이다’(‘The price of progress is trouble’)이라는 말은 지금까지도 유효한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상원 (자동차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