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도 오토바이도 아닌 완벽한 합성, 마치모토

2017-08-24     안민희
세계의 자동차 (42) -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의 독특한 결합, 이탈디자인 마치모토

[안민희의 드라이브 스토리] 때로는 자동차보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엔진을 품에 안고 바람을 마주할 때면 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떤 자동차와도 비교할 수 없는 모터사이클만의 매력입니다. 그 때문인지 디자이너들은 종종 모터사이클에서 영감을 받은 콘셉트카를 선보였습니다. 오늘 소개할 이탈디자인 마치모토도 그 중 하나입니다. 오늘의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은 동력 기관을 이용해 움직인다는 점을 제외하면 사실 닮은 점을 찾기 어렵다. 그만큼 서로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이동수단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디자이너들은 종종 이 둘을 합친 새로운 자동차를 제시한다. 단순한 꿈만은 아니다. 지난 41화 칼럼에서 소개했던 ‘메르세데스-벤츠 F300 라이프 제트’는 모터사이클 기술을 자동차에 더한 기술적 역작이다.

한편, 이탈디자인(Italdesign)의 ‘마치모토(Machimoto)’는 급진적인 구성으로 충격을 남겼다. 바로 위 사진 속의 모델이다. 1986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데뷔한 마치모토 콘셉트는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 디자인으로 엄청난 이목을 끌었다고 한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이해하기 어려운 디자인이다. 당시의 충격은 한 층 더했을 것이다.



이탈디자인은 마치모토를 두고 “자동차가 아니다. 오토바이도 아니다. 둘 사이의 완벽한 합성이다”고 부른다. 사실 구성은 단순하다. 자동차의 지붕을 포함해 대부분의 뼈대를 걷어내고 모터사이클 안장을 달아 여럿이 함께 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왠지 요즘 물놀이에 종종 쓰이는 바나나보트가 생각나는 모습이다.

이탈디자인은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로 귀결된다. 그는 기능에 충실한 직선적 디자인을 선호한다. 비록 양산할 계획은 없었다지만 마치모토도 마찬가지다. 낮게 깔은 차체를 강조하기 위해 많은 치장을 걷어내고 단순한 구성만 남겼다. 유쾌한 상상을 담은 콘셉트카를 만들면서도 기본적인 기조는 변함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스티어링 휠과 기어 레버를 보면 운전방법은 자동차와 비슷해 보인다. 다만 모터사이클 닮은 디자인에 걸맞게 특이한 레버도 더했다. 이탈디자인의 설명에 따르면 스티어링 휠 스포크 안에 숨긴 두 개의 레버를 꺼내면 모터사이클 같은 감각으로 운전할 수 있다고 한다. 운전방법이 다른 둘의 절충안인 셈이다.

이탈디자인은 마치모토를 ‘젊은이들을 위한 사교의 자동차’라 부른다. 두 차례의 오일 쇼크를 겪고 난 뒤 최대한 저렴한 유가에 여러 사람을 태울 수 있는데다 지붕 열고 자유롭게 달리는 맛을 담았다는 이유에서다. 모터사이클처럼 일렬로 된 시트 2줄에는 모두 6명이 탈 수 있고, 뒤의 벤치형 시트를 이용하면 추가로 3명이 더 앉을 수 있다. 따라서 총 9명이 탑승 가능하다.



마치모토는 소형차의 ‘변신’이란 의미에서 바라봐야 납득할 수 있는 구성이다. 경제적인 소형차의 플랫폼과 엔진을 개조해 많은 사람을 태우기 위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는 평가다. 마치모토의 뼈대는 폭스바겐 골프의 것이다. 길이×너비×높이는 3,985×1,680×1,630㎜에 불과하다. 휠베이스는 2,475㎜.

엔진은 1986년식 폭스바겐 골프 2세대 GTi 16V용을 그대로 얹었다. 직렬 4기통 1.8L 배기량으로 최고출력 139마력, 최대토크 17.1㎏.m을 냈다. 가속 시간 및 주행 성능에 대한 정보는 없다. 다만 폭스바겐 골프 GTI가 달리는 맛이 쏠쏠하듯, 마치모토도 달리는 맛이 괜찮지 않았을까란 추정을 할 뿐이다.



이탈디자인 마치모토는 독특한 콘셉트 때문에 한 번쯤 몰아보고 싶은 차다. 지금 등장한다면 그저 재미에 올인한 로드스터로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30년 전 만든 콘셉트카가 주는 색다른 느낌이 궁금하기도 하다. 특히, 과거에 우리가 꿈꿨던 ‘미래’가 궁금하다. 당시 ‘미래의 자동차’를 고민한 디자이너들의 생각을 엿볼 단서가 아닐지.



자동차 칼럼니스트 안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