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모두 BMW 꺾은 벤츠, 이건 ‘별 일’이다

2017-08-26     김형준
마침내 벤츠가 BMW를 제압했다
BMW vs. 메르세데스 벤츠 (1)

[김형준의 숫자 깨먹기] 56,343-48,459.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수입차 시장 1, 2위 브랜드의 판매량이다. 그들은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다. 그럼 5만6,343대 판매로 1위에 오른 브랜드는 어디일까? 벤츠였다. 이는, 관점에 따라선 별 일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물론 여기선 ‘별 일’이라고 생각해서 꺼내 들어보는 이야기다.



우선, 수입차 브랜드가 연간 5만대 이상 판매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종전 최고기록은 2015년의 4만7,877대(BMW)였다. 참고로 쌍용 티볼리가 지난한해 5만6,900여대, 제네시스 G80은 4만2,950대(현대 제네시스 포함) 팔렸으며, 르노삼성자동차의 연간 판매량은 11만1,100여대였다.

한국에서 메르세데스 벤츠로 말하자면, 한국수입차협회가 집계자료를 내놓기 시작한 2003년 이래 2015년까지 13년 동안 단 한 번도 베스트셀링 브랜드에 오른 적 없다. 그러니까 지난해는 그들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판매 정상에 오른 해였다.



이전까지의 베스트셀링 브랜드? 모두 짐작하다시피 BMW였다. 그들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4년 동안 무려 10번이나 수입차 시장 판매 1위를 차지했다. 당연히 국내에서 활동 중인 수입 브랜드 중 최다 기록이다. 2009년부터 재작년(2015년)까지는 7년 연속 정상을 지켰다. 부동(不動)의 1위라는 말이 꼭 맞는 모습이었다. 물론 BMW도 항상 정상에만 있진 않았다. 2005년과 2006년엔 렉서스, 2008년엔 혼다에 선두를 내준 기억이 있다. 하지만 BMW에 지난해의 결과는 유난히 뒷맛이 쓰다. 판매량뿐 아니라 분위기, 즉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까지 넘겨주었다는 느낌이 강해서다.

예단은 금물이지만 올해의 흐름도 BMW에 썩 좋지 않다. 지난 7월까지 메르세데스 벤츠가 4만3,194대를 판매하는 동안 BMW는 3만2,186대가 팔렸다. 월평균 판매대수(4,598대)가 지난해 판매 기록을 세운 벤츠(월평균 4,695대)에 근접한 것을 보면 결코 뒤떨어지는 실적은 아니다. 그러나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매달 6,170대 꼴로 팔아 치우면서 역대 최고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BMW에는 완전신형 5시리즈라는 강력한 볼륨 모델이 최근 더해졌음에도 벤츠와의 격차가 좀체 줄지 않는다. 뮌헨의 그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세 꼭지 별 엠블럼을 쓰는 그네들이 ‘과하게’ 잘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 전 세계 판매량은 어떨까? BMW그룹은 지난 2007년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 그룹을 뛰어넘고 글로벌 톱 셀링 프리미엄 자동차회사로 올라섰다. 미니와 롤스로이스까지 포함해 모두 154만1,500여대였다. 그리고 지난해엔 전 세계에서 236만7,603대를 판매하며 6년 연속 프리미엄 자동차회사 톱 셀러 자리를 지켰다. 미니(약 36만대)와 롤스로이스(4,011대)를 제외하고 BMW 브랜드만으로도 연간 200만대 판매를 넘어섰다(200만3,359대).

프리미엄 브랜드 중 단독으로 판매량 200만대를 넘은 건 지난해의 BMW가 처음이었다. 아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가 처음이었다. BMW가 200만대 언저리의 기록을 세우는 동안 메르세데스 벤츠는 208만3,888대의 신차를 고객에게 전달했다. 비록 스마트까지 포함한 승용차 그룹 전체 판매량(222만8,367대)에선 BMW에 여전히 뒤처졌지만 브랜드 단독으로는 마침내 BMW를 뛰어넘은 것이다. BMW는 지난 2005년 112만2,000여대로 프리미엄 브랜드 전 세계 판매 1위에 올랐고(그 해 벤츠는 109만2,500여대를 팔았다). 2015년까지 11년 연속 이 부문 정상을 지켜왔었다.



격세지감이란 말이 절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BMW가 매년 판매 기록을 갈아치우며 전 세계에서 으뜸가는 21세기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우뚝 섰음을, 그에 반해 벤츠는 크라이슬러와의 합병 후유증으로 꽤 오랜 시간 부진에 빠져 있었음을 떠올려보면 더욱 그렇다. 두 프리미엄 브랜드에겐 그간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이로써 BMW의 시대는 저물었고 다시금 메르세데스의 전성기가 열린 걸까? 현 시점 최고의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는 과연 메르세데스일까? BMW일까?

속단하지 마시길. 두 브랜드는 수십 년간 우리 짐작 이상으로 치열한 경쟁의 역사를 만들어왔고 어느 브랜드도 왕좌의 단맛을 영속적으로 누리지 못했다. 그리고 그건 현 상황도 마찬가지다. 마침내 역전에 성공한 벤츠에도, 결국 정상에서 내려온 BMW에도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다는 얘기다. 다음 글에선 벤츠와 BMW의 처지가 바뀌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전망을 조금 더 꼼꼼하게 살펴보려 한다.



2부에서 계속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형준 (모터트렌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