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중국이 지프를 통째로 삼키는 걸 용납할까
2017-08-28 박상원
피아트 크라이슬러, 과연 중국에게 매각될 것인가?
[박상원의 Pit Stop] 세계 7위(2015년 판매량 기준) 완성차 업체인 피아트크라이슬러(이하 FCA)의 주인이 바뀔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근 주요 해외 언론 매체들을 통해서 GAC, 동풍 등 여러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FCA를 전부 또는 지프와 같은 일부 사업부들을 인수하고자 한다는 뉴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피아트, 크라이슬러를 비롯 마세라티, 알파로메오, 닷지, 램, 지프, 아바스 등 모두 9개의 역사적인 자동차 브랜드를 보유한 자동차의 명가, FCA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돌이켜보면 FCA는 회사가 결성되던 순간부터 한계가 명확했다. 2008년 4월 30일, 금융위기 직전에 크라이슬러 자동차가 법정보호(chapter 11)를 신청하면서 피아트가 구원투수로 들어왔다. 따라서 유럽 및 남미 지역에서 입지가 강한 피아트가 북미에서 강한 크라이슬러와 합병하면서 탄생한 것이 바로 FCA이다. 문제는 피아트 또한 오랫동안 낮은 수익성, 이태리 및 유럽 시장에서 낮아지는 시장 점유율 등으로 경쟁력이 약화된 상태였다.
어떻게 보면 구원투수인 피아트는 스스로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미국 자동차업계 빅 3의 막내인 크라이슬러와 합쳐진 것이다. 당시에도 일부에서는 약체들의 결합이라는 비난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FCA는 세르지오 마르치오네(Sergio Marchionne)라는 탁월한 경영자를 수장으로 두었고, 합병 이후 9년 째 생존하고 있지만 자율주행전기차라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에 있어 자본의 부족으로 인하여 한계를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마르치오네 회장은 그가 은퇴할 예정인 2018년까지 FCA를 인수 또는 합병할 수 있는 대상들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중이다. 이미 그는 2015년부터 월가를 비롯한 전세계 금융계를 상대로 완성차 업체들이 계속 통합되어야 하며, 이러한 M&A를 통하여 완성차 업체의 고질적인 저수익성적인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득하고 다녔다.
2015년 4월 29일, FCA가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발표한 ‘자본중독자의 고객’이라는 자료가 대표적이고도 유명한 설득 자료였다. FCA는 이 자료를 통해 소비자들이 자동차라는 제품을 구분함에 있어서 신차 개발비용의 50% 정도(예. 디자인)만 유효할 뿐이고, 나머지 50%(예. 엔진, 변속기와 같은 파워트레인)에서는 업체간 차별화가 되지 않는 낭비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경쟁업체 대비 낮은 수익성으로 자본시장의 외면을 당할 수 있는 FCA가 자본시장에게 동사가 현실을 인정하고 있으며, M&A를 비롯한 다양한 정책을 통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음을 알리고 시간을 벌기 위한 일종의 자구책이기도 했다.
반면, 지난 2년간 FCA의 타 업체에 대한 구애는 계속 실패하고 있는 중이다. 일단 마르치오네 회장은 GM의 매리 바라 회장에게 M&A에 대한 반응을 살피기 위해 직접 이메일도 보냈었지만 GM측은 관심 없다고 일축해버렸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독일의 폭스바겐 그룹이 FCA와 합병하기 가장 이상적인 상대라고 보고 있지만, 정작 폭스바겐은 2015년 하반기부터 발생한 디젤게이트로 경영적, 법적 어려움에 빠져 있는 관계로 M&A 활동에 관심이 저조한 상황이다.
결국 ‘시나리오 B’라고 할 수 있는 차선책으로 제시된 FCA의 미래는 1)마세라티 및 알파로메오를 럭셔리 사업부로 묶고, 2)마그네티 마렐리와 코마우를 비롯한 부품계열사들을 부품 사업부로 묶으며, 3)브랜드 파워가 큰 지프를 별도 회사로 분리하는 등 FCA를 사업부별로 분리하여 상장 또는 매각하는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FCA의 M&A 혹은 사업부별 매각은 궁극적으로 피아트의 창업가문이자 대주주인 아녤리 가문이 자동차 사업을 완전 정리하는 단계로 넘어가게 되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비록 창업가문이 손을 떼어도 각 회사들은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의 종업원 및 공장을 보유한 관계로 향후 사태의 방향은 정치적인 여파를 가지고 올 수 밖에 없다. 즉, 종업원들과 공장이 소재한 지역 또는 국가의 정치인들은 아녤리 가문의 향후 행동을 예의주시할 것이며, 아녤리 가문으로는 정치인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정리를 해야 한다.
따라서 그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것은 FCA를 통째로 매입해주는 업체의 출현이다. 이에 세계 7위의 업체를 인수함으로써 단숨에 글로벌 업체로 부상이 가능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입맛을 다시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 업체들이 FCA를 인수할 수 있을까? 필자는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하며 그 이유로 현재 미국과 중국 간의 상황, 특히 북한을 둘러싼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구애와 협박의 양면작전에서 보듯 호의적이지 않은 양국의 상황을 근거로 본다.
따라서 지프, 램, 닷지 및 크라이슬러라는 4개의 순수 토박이 미국 브랜드들이 포함된 FCA의 중국 업체에 대한 매각은 미국 연방 정부 산하 CFIUS(미국에 대한 외국투자 검토 위원회)에서 거부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난 2주일 동안 언론 등을 통해 이름이 언급된 동풍, GAC, 장성기차 등의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FCA 인수 가능성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모두 부정적으로 답변한 상황이며, 결국 시나리오 B를 통해 FCA가 분해 매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글로벌 톱 10 완성차 업체들 중에서는 GM과 폭스바겐 외에도 FCA와 협력할 수 있는 업체들이 M&A 후보로서 남아 있기는 하다. 따라서 연간 40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FCA의 향후 2년 간의 향방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재편할 큰 변수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과연 누가 FCA와 미래를 함께 하게 될 것인가? 자본시장은 물론 산업의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칼럼니스트 박상원 (자동차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