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삼륜차 밀어내고 에리카 자리 차지한 스파크
2017-09-08 정덕현
‘삼시세끼’의 에리카 스파크, 이쯤 되면 소품 아닌 섬 주민
‘삼시세끼’ 바다목장편의 스파크 vs ‘청춘시대2’ 모닝 (1)
[강희수·정덕현의 스타car톡] 우리에게 소형차는 어떤 의미로 이미지화되어 있을까. 유럽 같은 경우 경차는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어째 우리에게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차의 크기가 그 사람의 신분과 위치를 나타내는 것처럼 자동차 문화가 과시 형태로 이상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차는 중형차에 비해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거라는 편견 또한 여전하다.
하지만 실 운전자들에게는 합리적일 수 있는 경차에 대한 수요는 항상 꾸준히 존재해 왔고, 최근 들어 경차의 성능 또한 스마트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최근 경차의 이미지를 바꾸려는 노력 또한 계속 이어지고 있다.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바다목장편에서 우리에게 ‘에리카’로 친숙한 스파크와 최근 시작한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2>의 모닝을 통해 지금 변화를 시도하는 경차에 대해 자동차 전문기자인 강희수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인 정덕현이 수다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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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의 이 프로그램은 : <삼시세끼>는 나영석 사단이 만든 대표적인 성공작. 그간 예능 프로그램들이 ‘무언가를 하는’ 미션형 예능이었던 것과 상반되게, <삼시세끼>는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으로 성공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저 특정 공간으로 가서 삼시 세끼를 챙겨먹는 것이 전부인 예능. ‘바다목장편’은 <삼시세끼> 어촌편을 했었던 득량도에서 이서진, 에릭, 윤균상이 지내는 일상을 담아내면서 특이한 포인트로 산양 목장을 운영한다. 여기서 나오는 산양유를 마을 어르신들에게 제공하고 마을 분들은 그들에게 식재료를 보답하는 훈훈한 정경은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푸근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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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이하 정) : 최근 <삼시세끼>를 보니 에리카가 엄청나게 진화했더라. 한때 에릭이 끈다고 해서 붙여진 에리카는 스쿠터에 소형트럭을 붙여 만든 삼륜전동차로 시작했다. 사실 ‘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소박했던 것이었는데, 이번 ‘바다목장편’에서는 경차 스파크가 아예 번득한 에리카로 등장했다. 이서진이 모는 서지니호를 타고 처음 득량도로 들어오면서 멀리 놓여진 에리카를 발견한 윤균상이 깜짝 놀라는 장면이 등장한다. 에릭은 “아니겠지?”하고 의심하지만 에리카라고 대문짝만하게 써져 있는 걸 보면서 ‘삼형제’가 반색한다.
그런데 이 에리카를 처음 타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짐도 꽤 많은데 뒷문 손잡이가 위쪽에 달려 있는 걸 모르고 어떻게 뒤에 탈까 셋이 고민을 한다. 그러다 그 문 손잡이를 발견한 윤균상이 문을 열자 경탄하는 장면. 그리고 작아보여도 넉넉하게 짐이 다 들어가고 세 사람이 타기에 무리가 없는 차의 면면이 소개된다. 특히 뜨거웠던 여름에 촬영했기 때문에 에어컨이 달린 에리카에 탄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반가운 얼굴들이다. 여러모로 득량도라는 작은 섬과 경차인 스파크가 잘 어울린다는 점을 그 짧은 장면만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강희수(이하 강) :나도 그 장면을 봤다. 스파크는 이 프로그램에서 마치 고정 출연자처럼 활약하고 있더라. 전남 고흥의 작은 섬 득량도의 슬로 시티(slow city)를 달리는 스파크는 원래 그 자리에 있어 왔던 섬 주민처럼 보였다. 바닷가를 따라 난 소로를 달리는 스파크를 부감 기법으로 찍은 영상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정 : 미적으로도 그렇지만 작아도 이 경차가 꽤 쓸모 있다는 걸 프로그램은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너무 더워서 물놀이를 자주 나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집에서 바람을 집어넣은 거대한 유니콘 모양의 튜브를 차 위에 묶어서 옮기기도 하고, 바다목장까지 가는 그 좁은 길에 경차가 훨씬 더 유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예 처음부터 스파크는 에리카라는 이름을 가져가는 것을 염두에 두고 PPL을 한 것 같은데 그 이미지는 잘 맞았다고 생각된다.
강 : 나영석 사단의 영상 촬영이 부감을 활용한다든지 하는 다차원적이라 차가 프로그램에 더 잘 녹아들었다. 에리카라는 이름이 있어서인지 차라기보다는 하나의 캐릭터처럼 다가오는 면도 있었고.
정 : 그나저나 쉐보레의 스파크와 기아 자동차의 모닝 같은 경차 시장의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다고 들었다.
강 :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장악력이 미치지 않는 영역이 없지만, ‘장악’이라는 표현을 쓸 수 없는 세그먼트도 몇 있다. 대표적으로 ‘경차’를 들 수 있는데, 기아자동차의 ‘모닝’과 쉐보레의 ‘스파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는 스파크가 7만 8,035대를, 모닝이 7만 5,133대를 팔아 스파크가 2008년 이후 8년 만에 판정승을 거뒀다. 올해는 모닝 신 모델이 출시되면서 전세가 다시 역전 되고 있다. 그런데 두 모델의 판매량 경쟁에는 독특한 추이가 발견 된다. 어느 한 차가 꾸준한 우세를 보이는 게 아니라, 두 모델이 번갈아가면서 우위와 열세를 반복하는 점이다. 차의 성능과 디자인이 아닌, 외적인 요인에 의해 판매량이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다.
정 : 외적인 요인이라고 하면 <삼시세끼> 같은 프로그램이 주는 브랜드 이미지 같은 걸 말하는 건가.
강 : 그것도 있지만 마케팅도 빼놓을 수 없다. 항간에는 이런 말이 있다. “스파크와 모닝의 판매량은 냉장고가 좌우한다.” 기아차와 한국지엠, 양사가 치열한 판매경쟁을 펼치다 보니, 김치 냉장고나 세탁 건조기, 무풍에어컨 같은 가전제품들이 두 차의 경품으로 내걸리는 일이 잦았는데, 그 때마다 판매고가 출렁거렸기 때문이다. 1,000만 원에서 1,500만 원의 가격이 매겨 진 차에 200만 원이 넘는 김치 냉장고가 경품으로 지급 됐으니 말 그대로 ‘배보다 배꼽이 큰’ 격이다. 그러나 소비자 처지에서는 굳이 마다할 일도 아니다. 싼 가격에 좋은 제품을, 덤으로 경품까지 장만할 수 있는 경쟁은 치열 해질수록 소비자를 즐겁게 한다.
정 : 그런데 차가 이런 외적인 요인들에 의해 판매량이 좌지우지된다는 건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는 뜻 아닌가.
강 : 그렇다. 경품에 의해 판매량이 좌우 된다는 건 두 제품의 효용 차이가 크게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두 차 모두 배기량 1,000cc에 74, 75마력의 출력을 낸다. 가격대도 1000~1500만 원대로 비교우위를 판단하기 어렵다. 여기에 디자인까지 비슷해 엠블럼을 가리고 보면 어느 게 어느 차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정 : 그러고 보니 <삼시세끼>에 나온 에리카와 최근 시작한 드라마 <청춘시대2>에 나온 모닝이 나 같은 무식자에게는 다 비슷하게 보이더라.
강 : 두 차의 디자인이 점점 닮아가고 있는 배경에는 경차의 소비자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두 차는 공통적으로 귀엽고 부드럽게 변해갔다. 귀엽고 앙증맞으며 실용성이 강조 된 디자인 방향성이다. 여기에는 경차를 타는 소비자층의 여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 차의 구매자 패턴을 보면 여성이 50% 정도 된다고 하는데, 이는 다른 차종에 비하면 매우 높은 편이다. 남편 명의로 등록 된 세컨드카까지 고려하면 여성 운전자 비율은 더 높아진다. 디자인은 물론 각종 편의 사양도 주소비자층 즉, 여성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정 : 그러고 보니 <청춘시대2>에 모닝이 들어가 있는 이유를 알겠다. 청춘들이고 여성들이기 때문에 모닝이라는 차가 가진 특성과 너무 잘 어울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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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수의 이 차는 : 스파크의 전신인 대우의 마티즈는 전면부에 타원형으로 크게 자리 잡은 헤드라이트를 중심으로 동글동글한 인상이 강했다. 이후 쉐보레 스파크로 브랜드가 달라지면서 캐릭터 라인이 입체적으로 새겨지고, 상하체 비율에서 균형 잡힌 모습을 갖추게 됐다. 기아 모닝은 초기 모델에서는 측면에 일직선으로 쭉 뻗은, 단순하면서 선명한 캐릭터 라인을 갖고 있었다. 일직선의 캐릭터 라인은 스포티하고 강인한 인상을 주는데, 최근 모델은 측면 캐릭터 라인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하면서 부드러운 이미지를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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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 계속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x 자동차전문기자 강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