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생각나게 만든 ‘청춘2’ 류화영의 좌충우돌 초보운전
2017-09-10 강희수·정덕현
‘청춘시대2’ 모닝, 청춘 여성들에게 딱 어울렸던 까닭
‘삼시세끼’ 바다목장편의 스파크 vs ‘청춘시대2’ 모닝 (2)
[강희수·정덕현의 스타car톡] 우리에게 소형차는 어떤 의미로 이미지화되어 있을까. 유럽 같은 경우 경차는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어째 우리에게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차의 크기가 그 사람의 신분과 위치를 나타내는 것처럼 자동차 문화가 과시 형태로 이상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차는 중형차에 비해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거라는 편견 또한 여전하다.
하지만 실 운전자들에게는 합리적일 수 있는 경차에 대한 수요는 항상 꾸준히 존재해 왔고, 최근 들어 경차의 성능 또한 스마트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최근 경차의 이미지를 바꾸려는 노력 또한 계속 이어지고 있다. tvN <삼시세끼> 바다목장편에서 우리에게 에리카로 친숙한 스파크와 최근 시작한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2>의 모닝을 통해 지금 변화를 시도하는 경차에 대해 자동차 전문기자인 강희수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인 정덕현이 수다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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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의 이 드라마는 : <청춘시대2>는 JTBC에서 2016년 8월 방영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던 동명의 시즌2 드라마다. 벨 에포크라는 빌라형 셰어하우스에서 함께 지내는 청춘 여대생들의 풋풋하면서도 짠내 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과거 <연애시대>를 썼던 박연선 작가의 작품으로 지금의 청춘들이 겪는 현실 공감을 청춘멜로의 장르로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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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이하 정) : 지난번에도 얘기한 것처럼 경차는 여성이 주 구매층이기 때문에 확실히 여성의 취향을 더 많이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JTBC <청춘시대2>에서 첫 회에 모닝이 등장한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드라마는 셰어하우스에서 지내는 5명의 청춘들, 그것도 여성들이 주인공이다. 첫 회 내용에 윤진명(한예리)이라는 이 셰어하우스의 맏 언니뻘 되는 인물이 해외에 나갔다 귀국하는데, 그를 마중 나가기 위해 같이 지내는 동생들이 차를 끌고 공항까지 가는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이 때 운전초보자인 강이나(류화영)가 운전하는 차가 바로 모닝이었다.
강희수(이하 강) : 그 드라마 첫 방 이야기에서 모닝은 꽤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작은 차’이지만 5명의 출연자들이 모두 타고도 여유가 있어 보였다. 물론 모두 여성이었기에 가능했겠지만 시각적으로 좁은 공간이 주는 압박은 느껴지지 않았다. 방향지시등 사용법을 몰라 막무가내 운전을 한다거나, 차로 변경을 못해 진출입로를 놓친다거나, 주유구를 열지 못해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들은 초보 운전자들이 한번쯤 겪었을 법한 에피소드들이다. 드라마에서는 코믹한 설정으로 접근했지만 실제 초보운전자에게는 진땀나는 상황들이다. 하기야 세월이 지나 돌이켜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오는 기억들이기도 하다.
정 : 초보 운전자 시절 진땀났던 경험을 이야기하니 아무래도 초보들이 경차를 끄는 경우가 많은데, 안전성에 대한 부분이 항상 걱정이 됐던 기억이 있다.
강 : 실제로 실용성이 강조 된 초기의 경차들은 안전성에 대한 고려가 적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작은 차이기 때문에 더욱 안전해야 한다는 개념들이 근래 들어 생기기 시작했다. 2015년 7월 쉐보레 더 넥스트 스파크가 출시되면서 ‘안전성 강화’ 경쟁에 불을 지폈다. 더 넥스트 스파크는 고급 안전 사양에 속하는 전방 충돌 경고, 차선 이탈 경고, 사각 지대 경고 같은 안전사양을 대거 갖추고 나왔다. 경험이 적은 초보를 고려한 후방 카메라와 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까지 달렸으니 여성 운전자들이 반길 만했다.
정 : 그러고 보니 <삼시세끼>에 에리카로 등장했던 스파크를 콘셉트로 한 광고에서도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더라. 에릭이 내레이션으로 “작은 차일수록 안전을 꼼꼼하게 챙겨야 해-”라는 말에 공감한다며, “통발도 싣고 홍학(튜브)도 태우고 산양유까지 안전하게 삼시세끼의 소중한 친구들이 타니까요”라고 말한다. 그게 바로 ‘넥스트 스파크’로서 과거의 경차와는 달라졌다는 걸 강조하는 부분이었다.
강 : 이런 안전에 대한 강조는 기아차 모닝도 마찬가지다. 모닝은 올해 1월 3세대 ‘올 뉴 모닝’을 내놓으면서 스파크의 고급화 전략에 대응했다. 올 뉴 모닝은 안전의 기초가 되는 초고장력 강판 사용비율을 확대하고, 충돌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충돌 보강형 구조용 접착제 비중도 높였다. 급제동과 급선회시 차의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주는 섀시 통합 제어시스템도 들어가고, 회전구간에서 안쪽 보다 바깥쪽 휠에 더 많은 동력을 전달하는 토크 벡터링 기능, 급 제동시 좌우 쏠림 현상을 방지하는 직진제동 쏠림방지 시스템도 장착됐다. 전방충돌 경보시스템과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은 전방에 있는 차와 충돌 위험이 감지 될 경우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내 주고, 그래도 위험이 지속 될 경우 차가 알아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주는 시스템이다. 최근 버스 기사들의 졸음운전으로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하면서 의무 장착이 추진되고 있는 바로 그 기능이다.
정 : 이 정도 되면 경차는 더 이상 그냥 ‘작은 차’란 의미는 아닌 것 같다.
강 : 그렇다. 경차는 더 이상 사전적 의미의 ‘작은 차’가 아니다. 작고 아름다우며 실용적이고 안전한 차가 최근의 경차다. 이 같은 트렌드는 이번 스파크 광고가 지속적으로 내 걸고 있는 ‘소중한 사람이 탈 차’라는 수식어에서 잘 나타난다. 배우 신구 씨가 등장하는 쉐보레 스파크의 TV 광고가 대표적이다. 디자인에서는 첫 눈에 반해 눈을 뗄 수가 없을 지경이었지만 다른 조건들, 특히 안전에 관련 된 내용을 꼼꼼히 체크한다. 그 차는 소중한 사람, 손녀가 탈 차였기 때문이다.
정 : 그 광고는 내가 봐도 인상적이었다. 대부분 자동차 광고가 차의 기능에 포커스가 많이 맞춰지는데 그 광고에서는 감성이 전해지더라. 신구가 매장을 찾아서 차를 꼼꼼히 살피는 이유는 ‘안전성’을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광고의 메시지를 잘 보여주면서도 그것을 기능이 아닌 결국 손녀에 대한 ‘사랑’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강 : 예전에 비해 확실히 경차들은 기능적으로 중형차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다. 하지만 경차에 대한 인식은 아직까지 크게 변한 것 같지 않다. 여전히 작은 차를 끄는 것에 대한 사회적 시선 같은 것들이 존재하니까. 그래서 최근 들어 경차들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노출을 통한 이미지 만들기에 더 적극적이다. 경차의 달라진 개념에 맞춰 새로운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정 : 사실 경차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는 조금 낮게 보는 시선이 있는 게 현실이다. 과거 프라이드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그 차의 이름과는 너무 상반되게 차를 끄는 이들이 프라이드를 갖기는 어려웠으니 말이다. 이런 현실은 지금도 그리 많이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에너지 문제를 보든 환경 문제를 생각하든 또 차들이 너무 많아 툭하면 막히는 우리네 도로사정을 생각하든 경차만큼 합리적인 선택도 없다고 생각된다. 미디어를 통해서라도 이런 경차에 대한 막연한 편견과 선입견이 깨지길 기대한다.
epilogue. 크기보다는 합리적인 기능으로
한때 드라마들은 서민들의 삶을 담기보다는 상류층의 삶을 담아야 성공한다는 공식이 있었다. 서민들이라고 해도 나은 삶을 더 보고 싶어 한다는 것. 그래서 이런 판타지를 자극하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차들은 중대형차들이나 럭셔리 세단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경차들이 설 자리는 그만큼 없었다는 것. 그나마 예능 프로그램은 훨씬 더 서민적인 정서를 추구하기 때문에 경차들이 자주 등장하곤 했다. 하지만 거기서도 경차가 작아서 불편하거나 타기를 꺼리는 이미지로 주로 소비되곤 했다. 이렇게 경차들이 설 자리가 없거나 또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곤 해서인지 <삼시세끼>에 들어간 에리카 스파크나 <청춘시대2>의 모닝이 유독 반가웠던 것 같다. 크기보다는 합리적인 기능과 실력으로 경차들이 평가되는 그런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x 자동차전문기자 강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