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E클래스가 잘 팔리는 이유, 이거 빼면 서운하다

2017-09-18     김종훈


후크송처럼 끌리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디스플레이

[김종훈의 자동차 페티시] 후크송이란 음악 장르가 있다. 장르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특징 정도는 되겠다. 후크송은 귀에 꽂히는 짤막한 음악 구절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런저런 비판도 있지만, 결국 후크송은 수많은 사람의 귀를 유혹하는 데 성공했다. 듣다 보면 귀가 즐겁고 마음이 흥겨워진다. 다른 건 몰라도 끌리게 하는 하나는 확실히 존재한다. 끌려서 또 듣고 계속 들으니 더 끌린다.

자동차 칼럼에 난데없이 후크송이냐고? 음악 얘기를 하자는 건 아니다. 자동차에도 ‘후크(Hook)’가 중요한 까닭이다. 그동안 후크를 걸기 위해 여러 자동차 브랜드가 노력해왔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신차를 출시할 때 유독 강조하는 대목이 있다. 신차야 전반적으로 좋아진다. 브랜드도 알고, 소비자도 안다. 상향평준화 시대기에 ‘좋아졌다’는 것만으로 시선을 끌 수 없다. 감칠맛 넘치는 양념이 필요하다. 그게 자동차의 ‘후크’다. 지금도, 앞으로도 울려 퍼질.



모든 후크송이 성공하진 않는다. 그 안에서도 성패가 갈리듯,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최근 가장 성공한, 소위 히트곡이라고 불릴 만한 모델이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다. 물론 E클래스는 예전에도 잘 팔렸다. 하지만 5세대 E클래스의 반응은 놀랄 정도다. 짐작할 요소는 꽤 있다. S클래스에서 적용한 디자인이 완성형에 다다랐다. 점점 관심 높아진 반 자율주행 기술력도 꽤 탄탄하다.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하나를 꼽고 싶다. 5세대 E클래스의 후크는 디스플레이다. 12.3인치 LCD 디스플레이를 두 개 연결했다. 결과만 보면 쉽다. 그냥 LCD 디스플레이 두 개 붙인 거니까. 하지만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지점이다. 그냥 붙인 수준이 아니라 절묘하게 잘 붙였다. S클래스가 그냥 두 장을 나열했다면 E클래스는 두 장을 한 장처럼 보이게 했다. 이음새를 교묘하게 연결했다. 단순한 방법이지만, 효과는 산수의 영역을 초월했다. 기다란 디스플레이가 차량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장관이라니.



앞서 테슬라가 아이패드 붙여 놓은 듯한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로 충격을 줬다. 커다란 디스플레이에 수많은 버튼을 녹여버렸다. 기존 자동차 실내와 다른 형상이라서 신선했다. 전기차라는 낯선 개념을 싸는 포장으로 적절했다. 아우디도 TT를 통해 버추얼 콕핏 계기반을 선보였다. LCD 계기반이 얼마나 화려해질 수 있는지 강하게 주장했다. E클래스는 계기반 자체 기능보다 크기에 집중했다. 단순해 보이지만, 크기만으로 많은 걸 얻을 수 있다.

테슬라든, 아우디든, 벤츠든 노리는 지점은 하나다. 미래적인, 뭔가 다른 느낌. 감칠맛 나는 양념으로 풍미를 더하고자 한다. 사실 E클래스의 ‘와이드 스크린 콕핏’은 테슬라처럼 먼저 시작하지도, 아우디만큼 화려하지도 않다. 단지 디스플레이 하나만으로 설명하면 그렇다. 대신 벤츠의 변화에 결정적 요소로 화학작용을 일으켰다. S클래스부터 선보인 실내외 디자인 변화의 화룡점정이랄까. 역동적이면서 우아한, 그러면서 고루하지 않은 벤츠의 변화를 완성한다.



게다가 미래적 감수성도 극대화했다. 해가 바뀐 지금 봐도, 여전히 커다랗고 긴 디스플레이는 탐스럽다. 그동안 히트곡 숱하게 낸 벤츠인데다 다른 차에선 볼 수 없는 결정적 요소까지 있는 셈이다. 자동차는 유행 따라 이것저것 사는 옷이 아니다. 몇 년을 곁에 두고 타는 걸 염두에 둔다. 즉, 유통기한이 길수록 끌린다. 기계적 완성도와는 다른 개념이다. 오래 타도 좋을 신선도 얘기다. E클래스의 와이드 스크린 콕핏은 그 감흥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

5세대 E클래스 출시 행사를 기억한다. 커다란 무대 스크린의 레이아웃을 와이드 스크린 콕핏으로 꾸몄다. 반복되는 후렴구처럼 E클래스의 인장을 남기려 했다. 그만큼 자신했고, 효과는 탁월했다. 무대 화면으로 보던 그 디스플레이를 직접 본 순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실물은 생각보다 더 그럴싸했다. 그동안 칭찬하던 벤츠 인테리어의 절정에 짜릿했달까.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단순하지만 충격이 얼얼했다. 그 이후로도 볼 때마다 감흥이 지속됐다.



E클래스가 잘 팔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게다. 이것저것 고려할 때 괜찮은 선택이라는 결론. 그동안 쌓아온 명성과 기술이, 물론 바탕이 됐다. 하지만 다른 브랜드 모델과 놓고 봤을 때 끌리는 ‘후크’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귓가에 맴도는 후크송처럼 E클래스 와이드 스크린 콕핏이 자꾸 어른거린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