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조사가 자율주행에 큰돈 쏟아붓는 진짜 이유
2017-09-23 이진우
자율주행차, 자동차 시장 침체의 유일한 돌파구
자율주행은 운전을 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유혹하기 위해 개발됐다
[이진우의 불편한 진실] 최근 몇 년간 국내 젊은이들의 자동차 수요 감소 현상이 여러 통계를 통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대의 자동차 구매율이 2014년에 1.7퍼센트, 2015년에 12.8퍼센트 감소했다. 2016년엔 3.7퍼센트 올랐지만 올해 상반기 다시 7.7퍼센트 빠졌다. 자동차 주요 소비층에 들어가는 30대의 소비도 감소 중이다. 2015년에 0.5퍼센트 감소하고 2016년 2.4퍼센트, 올해 상반기는 11.1퍼센트가 감소하면서 감소폭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자동차 구매 비중에서 30대가 18.2퍼센트를 차지했다. 30대의 자동차 구매 비중이 20퍼센트 이하로 내려간 건 통계를 집계한 201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젊은 층의 자동차 구매 감소는 비단 한국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까운 일본은 이미 2009년에 1964년 조사 이후 처음으로 자동차 보유 대수가 줄었다. 50세 이하 세대에서 자동차 보유율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올해 토요타는 내년도 일본 내 생산량을 5만 대 줄인 314만대로 계획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내 소비량이 약 7만 대 적도 줄어든 154만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나머지는 수출물량). 이는 인구가 줄고 있고 더불어 젊은 층의 자동차 외면이 뚜렷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4년 19세 이하 운전면허 발급 통계에 196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6~24세 운전면허 보유 비중도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국가를 넘어 세계적으로 젊은 층의 자동차 구매율이 계속 떨어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자동차가 예전처럼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인 소비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은 이동의 편리함과 속도다. 또 많은 사람은 운전의 즐거움을 탐닉하기도 한다. 그런데 현실 세계에서는 어떤가? 자동차는 늘 빠르고 즐겁게 달리는 존재인가?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대도시의 자동차도로는 엄청나게 막힌다. 당연히 속도가 느리다. 가고서기를 반복하기 위해선 신경을 곤두세우고 운전해야 한다. 당연히 운전하는 게 스트레스인 경우가 많다. 또 운전한다는 것은 다른 것을 못한다는 말이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다. 언제나 스마트폰을 봐야 하는 그들에게 운전은 거추장스러운 행위이다. 대신 그들은 자동차보다 편리하고 싼 버스나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대중교통 안에선 스마트폰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특히 국내 지하철은 와이파이도 아주 잘 잡힌다. 데이터 걱정 없이 동영상을 보고 게임을 즐긴다. 젊은이들이 운전할 때라고는 스마트폰이나 비디오게임으로 레이싱게임을 즐길 때뿐이다.
운전할 필요성이 없으니 굳이 돈을 들여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는 경향도 줄어든다. 특히나 올해는 운전면허시험이 강화되면서 응시생이 더욱 줄었다. 올해 서울 강남면허시험장의 응시생 수는 지난해보다 1만3,000명이나 줄어든 2만7,000명에 달한다. 거의 절반 가까운 숫자이고 이들 대부분이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하게 된 만 19세 이상의 젊은이들이다.
젊은이들이 운전을 기피하고 운전면허 취득조차 하지 않는다는 여러 통계 등은 자동차 제조사에게 암울한 미래의 예고다. 미래 소비 주체가 될 젊은이들이 차에 관심도 없고 소비 의향도 없다는 것은 기업으로선 미래 경영환경과 구조가 송두리째 흔들린다는 것이다. 적절히 대처하지 않으면 기업이 존폐의 갈림길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소비자들을 유혹하기 가장 좋은 솔루션이다.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해주니 스마트폰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보다 훨씬 더 큰 자동차 실내에 있는 모니터를 통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더불어 자율주행차는 대중교통과는 달리 외부 세계와 완벽하게 차단된 탑승자만의 공간이다. 이동을 하면서 게임을 하고 영화를 보고 잠을 자거나 밥도 먹을 수 있다. 개인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현대인들 더불어 젊은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수단이다. 더불어 완벽한 자율주행 세상에선 운전면허증이 없어도 차를 사고팔 수 있다. 즉 운전면허증을 가진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부터 운전이 어려운 고령층이나 장애인들도 소비 주체가 된다.
지금까지는 자동차를 소유하고 운전하는 것이 즐거움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는 운전하지 않으려는 욕구가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들에게는 운전보다 훨씬 재미있는 유희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운전의 즐거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스스로 완벽하게 운전하고 주차하는 자율주행의의 편리함을 경험하고서도 스스로 운전하려는 욕구가 전혀 사그라지지 않을까?
세상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율주행에 사활을 걸고 큰돈을 투자하며 개발에 열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율주행차는 운전하지 않고 면허증도 없는 젊은이에게 차를 팔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진우(<모터 트렌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