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한국시리즈 최고의 스타와 당대 최고의 차

2017-11-01     강희수·정덕현


한국시리즈 역대 MVP들은 어떤 차를 받았을까
‘2017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vs MVP카 (1)

[강희수·정덕현의 스타car톡] 큰 행사를 치른 후 부상으로 자동차를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마도 그만한 홍보 효과가 있기 때문이겠지만, 자동차는 과거는 물론 지금도 역시 서민들에게는 하나의 꿈이자 로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연히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자동차가 부상으로 주어지는 건 하나의 전통이 되어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의 MVP는 우승팀 KIA의 투수 양현종. 그는 부상으로 프리미엄 퍼포먼스 세단 스팅어를 받았다. 그렇다면 역대 MVP들은 어떤 차들을 부상으로 받았을까. 한때 야구 전문기자로도 활동했던 자동차 전문기자 강희수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인 정덕현이 수다를 나눴다.

-------------------
강희수 기자의 이번 한국시리즈는 : 지난 3월 31일 개막해 한 시즌을 숨 가쁘게 달려온 ‘2017 프로야구’가 10월 30일 한국시리즈 5차전을 끝으로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정규시즌 상위 팀들만 참여할 수 있는 가을야구는 KIA에 8년만의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우승, 타이거즈 V11이라는 최고의 영예를 안기고 내년 시즌을 기약했다.
-------------------



정덕현(이하 정) : 사실 프로야구를 자세히 들여다 본지 너무나 오래됐다. 프로야구 출범 초창기에는 그래도 열성적으로 응원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해태 타이거즈나 MBC 청룡, 두산 베어스 그리고 삼미 슈퍼스타즈 같은 팀들을 두루두루 응원했다. 나중에는 해태 타이거즈 팬이 되었지만. 강 기자는 한때 야구 전문기자로도 활동했던 걸로 안다. 한국시리즈 MVP는 어떻게 선정되는가?

강희수(이하 강) : ‘왕중왕’전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시리즈는 우승팀과 함께 팀 우승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MVP도 배출한다. 우승팀 확정 후 기자단 투표로 선정되는 MVP는 한국시리즈가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스타다. 2017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MVP는 우승팀 KIA의 투수 양현종이다. 선발투수 양현종은 2차전에서 완봉승을 거뒀고, 마지막 5차전에서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7대 6 살얼음 같은 1점차 팀 승리를 지켰다.

정 : 프로야구 원년부터 부상으로 자동차를 받는 걸 봤던 것 같다. 차를 MVP 부상으로 주는 전통은 언제부터 시작 됐나?

강 : 한국시리즈 MVP에게는 수상의 영예와 함께 물질적인 보상도 따른다. 당대 대중들의 부러움을 살만한 부상(副賞)이 MVP에게 덤으로 주어진다. 역대 한국시리즈 MVP에게 주어진 부상은 역시 자동차가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차는 만인의 부러움을 살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물품이라는 얘기다. 기억하는 것처럼 자동차 부상은 프로야구 출범해인 1982년부터 시작됐다. 대우자동차의 전신인 새한자동차가 올스타전 MVP와 함께 한국시리즈 MVP에게도 ‘맵시’를 부상으로 내놓았다.



정 : 대우라는 그룹도 또 대우자동차도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당대만 해도 대우라는 이름의 존재감은 정말 컸던 걸로 기억한다. 이른바 세계 경영, 세계화를 주창하던 기업이었다. 당시 스포츠마케팅이 점점 주목받던 시기였으니 당연히 한국시리즈에 대한 관심이 있었을 거로 보인다.

강 : 당시만 해도 대우자동차는 현대자동차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쌍벽을 이루며 격전을 벌이던 시절이다. 특히 대우차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요즘 개념의 스포츠 마케팅에 열성이었다. 맵시를 시작으로 대우는 르망, 로얄 프린스 등 당대 최고 인기의 차를 한국시리즈 MVP 부상으로 내걸었다. 현대자동차는 1986년 포니 엑셀(MVP 해태 김정수), 1987년 스텔라(MVP 해태 김준환)를 선물했는데, 대우에 비해 프로야구 마케팅은 열세였다. 그러다 1995년 이후 대우를 밀어내고 싼타모, EF쏘나타 등을 MVP 부상으로 내걸기 시작했다.

정 : 그러고 보면 당시 대우에서 나왔던 르망이나 로얄 프린스 같은 차들은 어딘지 세련된 느낌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했었던 기억이 있다. 대학 시절 그런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친구들을 간간이 본 적이 있는데 그 땐 차가 엄청난 부러움을 사는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강 : 프로야구 출범기 자동차가 MVP 부상으로 등장한 것은 사람들의 ‘꿈’과 관련이 있다. 프로야구 자체가 고단한 삶에 찌든 대중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자는 뜻으로 출발했고, 자동차는 그 시대 대중들의 또 다른 ‘꿈’이었다. 프로야구 스타가 되는 것은 ‘성공’이라는 삶에서의 꿈을 이루는 것이고, 그들을 통해 ‘성공=자동차’라는 등식을 성립시키고자 하는 자동차 제조사의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었다. 당시 자동차가 얼마나 귀한 선물인 지를 알 수 있는 일화가 하나 있다. 프로야구 출범 첫해 올스타전 MVP에 뽑혀 ‘맵시’를 받은 김용희(당시 롯데)는 정작 그때까지 운전면허가 없었다고 한다. 김용희는 2년 뒤 올스타전에서 또 다시 MVP에 선정 돼 ‘맵시-나’를 타게 됐는데 그제서야 운전면허를 땄다.

정 : 한국시리즈의 MVP 부상이 항상 자동차만은 아니지 않았나. 스폰서가 바뀔 때마다 다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부상은 어떻게 결정 되는 건가.

강 : 한국시리즈 MVP에 주어지는 부상은 프로야구 꿈의 무대 ‘올스타전 MVP’ 부상과 어느 정도 궤를 같이 한다. KBO(한국야구위원회) 타이틀 스폰서 또는 자동차 부문 후원기업 계약에 따라 부상 품목도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 MVP 부상은 선수의 노고를 치하하는 선물인 동시에 후원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홍보 수단의 구실도 한다. 하지만 프로야구도 1999년까지는 타이틀 스폰서 개념이 없었다. 간간이 올스타전이나 포스트시즌에만 타이틀 후원기업이 등장하곤 했다. 1998년의 경우 올스타전은 코카콜라가, 포스트시즌은 현대아토스가 타이틀 스폰서를 했다.



정 : 그러면 지금처럼 타이틀 스폰서가 정해진 건 언제부터인가.

강 : 정규시즌의 타이틀 스폰서는 2000년 삼성증권이 나서면서 정례화 됐다. 삼성증권이 2004년까지 5년간, 이후 삼성전자가 2008년까지 4년간 스폰서 기업이 됐다. 2009, 2010년은 CJ인터넷이 프로야구를 후원해 ‘CJ 마구마구 2009 프로야구’가 됐다. 이후 롯데카드(2011년), 팔도(2012년), 한국야쿠르트(2013, 14), 타이어뱅크(2015~17)가 타이틀스폰서를 맡았다.

정 : 당연히 삼성전자나 롯데카드 같은 기업들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을 때는 부상이 자동차가 아니었겠다.

강 : 삼성계열이 맡았던 2000년부터 2008년까지는 한국시리즈 부상에서 자동차가 사라진다. 이 때는 현금 1,000만 원과 순금 또는 대형 디지털 TV가 선물로 주어졌다.

정 :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들이 있다. 프로야구에서 특히 한국시리즈에서 벌어진 명장면들은 그런 각본으로 찍으라고 해도 나올 수 없는 각본 없는 드라마가 많았다. 강 기자가 기억하는 한국시리즈 명승부와 그 시리즈에서의 부상은 어떤 게 있나.



강 : 한국시리즈 역대급 명승부로 손꼽히는 2009년 기아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결전에서는 ‘9회말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 나지완이 MVP에 선정 됐고, 부상으로 기아 자동차의 박스카 쏘울과 CJ 상품권 300만 원을 받았다. 당시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은 두고두고 회자 되는 명승부였다. 나지완은 양팀 전적 3승 3패, 잠실구장 7차전 9회말 5대 5 동점 상황에서 좌측 담장을 넘기는 거짓말 같은 솔로포를 쏘아 올려 시리즈를 마무리 지었다. 나지완의 아치는 한국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최초의 7차전 끝내기 홈런이었다.

정 : 내 기억으로는 삼성과 LG가 한국시리즈에서 붙었던 경기에서 삼성 마해영의 홈런 한방으로 역전했던 장면이 지금도 선명하다.

강 : 야구팬들이 이구동성으로 꼽는 명승부로, 2002년 삼성과 LG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나온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 장면이다. 당시까지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던 삼성은 해태 타이거즈의 상징, 김응룡 감독을 영입해 첫 역사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역시 명장으로 손꼽히는 LG의 김성근 감독이었다. 3승 2패의 성적으로 잠실구장에서 6차전을 맞은 삼성. 9회말 6-9로 뒤지던 삼성은 이승엽이 ‘야생마’ 이상훈을 상대로 동점을 만드는 3점 홈런을 터트리고, 곧바로 마해영이 끝내기 홈런을 때려내면서 20년 한국시리즈 무관의 제왕이라는 설움을 한방에 씻어 버렸다.



정 : 당시 마해영은 자동차를 MVP 부상으로 받았나.

강 : 극적인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 마해영이 MVP에 선정 됐지만 이 때는 자동차 선물이 없었다. 당시 한국 프로야구는 삼성증권이 타이틀 스폰서를 하고 있었는데 한국시리즈 MVP에게는 1,000만 원의 현금이 주어졌다. 한국시리즈에서 자동차 부상이 사라진 시기는 한화가 우승한 1999년부터 SK 와이번스가 우승한 2008년까지다. 한화의 구대성과 SK의 최정은 상금 1,000만 원씩을 받았다. 최정은 특별히 삼성 보르도 40인치 LCD TV도 부상으로 받았다. MVP에서 자동차를 받지 못한 게 아쉬웠던지 최정은 지난 7월에 열린 2017 올스타전에서 미스터 올스타에 뽑혀 기아차 스팅어를 기어코 부상으로 받아냈다.



정 : 그밖에 강 기자가 기억하는 한국시리즈의 명장면이 있다면.

강 : 지금은 고인이 된 최동원이 롯데를 1984년 한국시리즈 우승팀으로 올려놓은 경기도 야구팬들의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당시 최동원은 삼성을 맞아 혼자서 4승을 올리는, 지금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드라마를 썼다. 한국시리즈 7경기 중 이미 1, 3, 5, 6차전(완봉승-완투승-패-승)에 등판했던 최동원은 7차전까지 선발 완투승을 일궈 ‘최동원에 의한 최동원의 한국시리즈’를 만들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MVP의 영광은 7차전에서 3-4로 뒤진 8회 역전 3점포를 쏘아올린 유두열에게 돌아가 ‘맵시’를 얻었다. 대신 최동원은 1984년 정규리그 최고 수훈 선수에 선정 돼 로얄 엑스큐를 부상으로 받았다.

(2부로 이어집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x 자동차전문기자 강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