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집게 추천] 1500~2000만원으로 구매 가능한 가장 효율적인 중고차
2018-02-18 김태영
“레저용이나 사업자 용도로 볼 때 이보다 효율적인 중고차도 찾기 힘들다. 픽업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코란도 스포츠는 대안이 아니라 정답이다.”
이번 원고의 주제는 1500만~2000만원 사이에 있는 추천 중고차다. 사실 이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차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가 같은 목적, 비슷한 가치로 중고차를 판단하는 건 아니다. 그러니 이럴 때는 타깃을 정확하게 잡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꼽은 조건은 두 가지다. 첫째 판매량이 많은 대중적인 성향이 아니어야 한다. 둘째, 목적에 충실한 차종이다. 판매량은 적어도 된다. 오히려 사용 용도가 확실해서 꼭 필요한 사람이 찾는 차가 좋겠다. 이런 조건을 갖췄다면 시간이 지나도 중고차 잔존 가치가 유지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쌍용 코란도 스포츠를 2000만원 미만 중고차로 추천하겠다.
쌍용 코란도 스포츠, 정확히는 2012년~2016년 사이에 출시된 모델이다. CX5, CX7, 익스트림, 어드벤처 60주년 기념 트림이 여기에 속한다. 주행거리는 4만~10만km 정도가 적당하다. 이런 조건이면 차의 상태가 좋을 경우 1300~1900만원 중고차 시세를 형성한다.
사실 ‘좋은 제품’이라는 결과물로만 봤을 때는 코란도 스포츠를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이해할 수 없는 조잡한 디자인과 엉성한 마무리 때문이다. 하지만 이 차는 그런 상품력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기획력과 시장의 요구에 맞는 절묘한 틈새시장에 속해 있다. 특히 픽업트럭이 활성화되지 않는 한국에서는 효율성과 경제성으로 따졌을 때 거의 유일한 제품이기도 하다.
그럼 코란도 스포츠는 누구를 위한 차인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나? 일단 출퇴근을 편하게 즐기고 싶은 사람을 위한 차는 분명 아니다. 실제로는 사업자가 대부분이다. 플로리스트, 인테리어 관리, 도배 작업이나 하수도 수리를 직업으로 하는 소비자에게 어필한다. 또 한편으로는 레저의 목적으로도 수요가 꾸준하다. 캠핑이나 서핑, 자전거, 모터사이클같이 본격적으로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실제로 주말마다 교외로 빠져나가는 코란도 스포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언젠가 엔듀로 모터사이클(오프로드를 전문적으로 달리기 위한 디자인)을 타려고 지인과 교외로 나간 적이 있다. 그런데 서울에서 약 100km 떨어진 어느 산속 캠핑장에 코란도 스포츠가 떼 지어 모여 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 도심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낯선 모습이다. 이들 모두가 캠핑, 카약, 엔듀로 모터사이클을 즐기기 위해 한 장소에 모여든 것이었다.
엔듀로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누군가를 예로 들어보자. 엔듀로는 도로가 없는 험로에서 타는 모터사이클이다. 따라서 집에서부터 모터사이클을 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장비를 목적지까지 실어서 이동한다. 모터사이클을 실어 나르는 용도로 국산 트럭이나 미국 픽업트럭도 종종 쓰인다. 하지만 엔듀로 모터사이클 두 대와 라이딩 기어를 싣고 장거리를 경제적이고 편하게 움직일 때 코란도 스포츠만 한 차가 없다. 계산기를 두드려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면 코란도 스포츠가 정답이다.
코란도 스포츠는 더도, 덜도 아닌 딱 적당한 적재함을 갖췄다. 대략 400kg의 화물을 소화한다. 이 정도 무게를 싣고 달리려면 충분한 견인력이 필요하다. 1998cc 디젤 터보 엔진은 155마력(36.7kg·m)을 발휘한다. 모델에 따라 구동 방식은 2WD와 4WD로 나뉜다. 당연히 이런 환경에선 파트타임 네바퀴굴림(4L, 4H)이 유용하게 쓰인다. 장거리 주행에서는 뒷바퀴굴림만 이용하고, 노면 마찰력이 적은 오프로드 구간에선 네바퀴로 견인력을 유지한다.
한국에서 코란도 스포츠 같은 픽업트럭은 특정한 소비자를 위해서 존재한다.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목적도 그만큼 명확해서 두꺼운 소비층을 장시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레저용으로 쓰기에 적합하다. 주말에 교외로 타고 나가는 차다. 도심에서 이 차를 흔하게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2000만원 이하의 예산에서 코란도 스포츠 중고차는 꽤 괜찮은 선택이다. 분명 모두에게 좋은 차는 아니다. 하지만 필요한 사람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