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LS는 과연 벤츠 S클래스의 경쟁자 될 수 있을까

2018-04-21     김종훈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를 상대하는 렉서스 LS의 전략

[김종훈의 이성과 감성 사이] 대명사가 된 자동차가 있다. 한 세그먼트에서 어떤 상징이 된 모델. 긴 세월 동안 가치가 흔들리지 않은 결과다. 아니, 시대가 바뀌어도 매번 새롭게 가치를 증폭시킨 까닭이다. 진화하기에 그 영역이 더욱 공고해진다. 그 사이, 상징을 흠모하는 사람들의 인식도 퇴적층처럼 깔린다. 이 과정이 세대 바뀔 때마다 반복된다. 그렇게 긴 시간 상징으로 군림한다.



◆ 더 완벽해진 기함의 본,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몇몇 모델이 있다. 프리미엄 대형 세단이라면 누구나 쉽게 답할 거다. 그러니까 S클래스. 메르데세스-벤츠 S클래스가 확보한 상징성은 공고하다. 누군가에게 목표가 되는 자동차. 혹은 누군가가 자연스레 선택하는 자동차. 다양한 곳에서 S클래스가 상징으로 쓰이고 읽힌다. 이런 자동차는 선택당하는 입장에서 지극히 이성적 모델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대형 세단을 고려할 때 첫손에 꼽히니까. 여러 후보를 고려할 때 언제나 처음을 연다.



2013년에 출시한 현행 S클래스도 여전하다. 여전히 대명사로 회자하고, 상징으로 공유한다. 기대하고 기대받는 모델일수록 세대 바뀔 때 집중한다. 예전 명성을 저울질하며 기대하면서도 의심한다. 당시 벤츠는 점점 노화하는 브랜드 이미지에 고민 많던 때였다. 그러던 차에 6세대 S클래스는 사람들의 저울질을 삽시간에 종결시켰다. 곡선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실내외에는 생동감과 우아한 기품이 담겼다. ‘매직 보디 컨트롤’로 승차감의 격도 높였다. 역시 S클래스였다. 모두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다 동그랗게 풀었다.



플래그십은 브랜드의 총력을 기울여 만든다. 6세대 S클래스는 그렇게 보였고, 사람들도 결과물에 동의했다. 그렇게 S클래스는 벤츠의 새 세대를 열었다. 중후한 외관 대신 펄떡거리는 근육질을, 고루한 실내 대신 세련된 공간을 제시했다. ‘벤츠 회춘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다. 강렬한 선언 이후로 플래그십의 낙수효과가 다른 모델로 이어졌다. 벤츠 S클래스의 상징성은 다시 반복됐다. 다시 목표가 되고, 다시 자연스러운 선택지가 됐다.



6세대 S클래스는 다분히 감성적인 면이 강화됐다. 즉, 음미할 거리가 많아졌다. 그럼에도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한 세그먼트의 대명사격 모델이기에. 한국에선 더욱 이성적 자동차로 군림한다.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한국에서 S클래스가 많이 팔린다. 프리미엄 대형 세단을 고를 땐 누구나 S클래스에서 한참 머문다. 이것저것 따져 볼 때 S클래스를 외면하긴 힘들다. S클래스가 국내 수입차 판매 10위권을 고수하는 이유다.



◆ 다름을 강조한 기함, 렉서스 LS500h

거대한 상징에 대적하려면 다른 면을 자극해야 한다. 렉서스 LS500h는 감성적으로 자극할 요소를 채워 나왔다. 둘을 라이벌로 비교하긴, 열 번 생각해도 힘들다. 판매 대수가 증명하니까. 하지만 이성의 영역을 공고하게 세운 S클래스와 다르다는 점은 분명하다. 게다가 과격할 정도로 다름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감성적인 면을 자극해 다르게 보이길 원한다.



우선 렉서스는 과감하게 외모를 바꿨다. 플래그십 세단을 이렇게 빚어도 될까 싶을 정도로 날카롭다. 이해의 영역을 넘어 반응의 영역으로 인도한다. 호불호를 떠나 확실히 반응하게 한다. 주행 시 사운드 제네레이터로 앙칼진 소리도 연주한다. 고성능 배지 단 모델도 아닌데 운전자의 심장을 소리로 자극한다. 그러면서 여전히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정숙성도 담보한다. 그 과정이 다소 과장되게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품질, 정숙 같은 고요한 단어와는 다른 파장을 일으킨다.



실내에도 감성을 자극할 요소를 다분히 적용했다. 대시보드엔 여섯 가닥 선이 가로지른다. 일본 현악기 ‘코토’에서 영감 받은 형태다. 동승석 앞에는 독특한 패턴도 볼 수 있다. 일본 유리 공예 ‘키리코’의 문양이다. 전통 요소를 나름대로 해석해 자동차 실내에 해석한 셈이다. 타쿠미(장인)을 내세운 새로운 슬로건과도 맞닿아 있다. 의외로 이런 점에 흔들리는 사람이 많다. 자동차라는 차가운 기계에 따스한 숨을 불어넣었으니까. 보통 안 해도 되는 걸 신경 쓸 때 감성이 움직인다. LS500h는 과격하게 시선 끌며 색다른 화법을 펼쳐놓는다.

S클래스와 LS500h는 경쟁 모델이다. 하지만 둘의 대결이 흥미진진하지는 않다. 어떤 세그먼트보다 이성의 벽이 높은 까닭이다. 그럼에도 둘이 달라서 나란히 놓으면 흥미롭다. 프리미엄 대형 세단이라서 차이가 더 극적일지도 모른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