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M760Li의 괴력 vs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의 낭만

2018-05-23     김종훈


욕망의 끝을 보고 싶다면, BMW M760Li와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김종훈의 이성과 감성 사이] 원래 사람이 그렇다. 하나를 얻으면 또 다른 하나를 탐한다. 여건만 되면 그렇다. 그 마음이 쌓이고 쌓여 점점 위를 바라보게 한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점점 세그먼트 키워 다음 차를 고르는 게 정석처럼 굳어졌다. 크기는 더 크게, 출력은 더 높게, 안팎은 더 고급스럽게. 풍요롭고자 하는 마음에 한계란 없다. 팽창하는 욕망이 어디까지 닿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최근 자동차 두 대를 연이어 시승했다. BMW M760Li x드라이브와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다. 두 자동차는 장르로 따지면 공통점이 적다. 하나는 대형 세단, 다른 하나는 지붕 열리는 컨버터블이다. 하나는 진중하고, 다른 하나는 화려하다. 둘은 같은 후보군에 묶이지도 않는다. M760Li를 사려는 사람에게 그란카브리오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거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2억 원대 자동차를 모은다면 모를까. 하지만 둘은 명확한 공통점을 공유한다.



앞서 말한, 풍요롭고자 하는 마음이다. 풍요로움에 관해서 두 자동차에는 각자 정점에 다다른다. 욕망의 끝은 없겠지만, 두 자동차라면 그 어디쯤 경험하게 해준다. 각 장르에서 풍요로움을 대표한다고 해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다. M760Li는 대형 세단으로서 괴물 같은 출력을 더했다. 그란카브리오는 고성능에 컨버터블을 짝 지웠다. 둘 다 풍요롭지만 자극하는 지점이 다르다. 팽창하는 욕망이 각기 이성과 감성과 맞닿는다.



◆ 대형 세단에 짜릿함을 주입한, BMW M760Li x드라이브

M760Li는 BMW 플래그십 세단 7시리즈의 M 스포츠 모델이다. 7시리즈에는 대형 세단으로서 기대할 대부분이 담겨 있다. 진중한 디자인에 매끈한 주행성, 안락한 공간을 품었다. 플래그십으로서 최신 기술로도 무장했다. 앞에 타도 편하고, 뒤에 타면 더 편하다. 운전해도 여유롭고, 안 하면 더 여유롭다. 가족을 태우거나 누굴 모셔야 할 때도 부족하지 않다. 어떤 용도로든 편안함과 진중함으로 감싸 안는다. 유용함으로 따지면 언제나 꼭짓점에 속한다.



단 하나 아쉽다면 운전자를 뜨거워지게 하는 자극이다. 대형 세단이라는 장르 자체가 쉽게 자극을 허락하지 않는다. 출력이 풍성하더라도 쾌적하게 주행하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M760Li는 쾌적하면서도 화끈하다. 6.6리터 V12 트윈 터보 엔진이 돌기 시작하면 운전자에게도 아드레날린이 돌기 시작한다. 5미터가 넘는 세단의 거동이라고 믿기 힘든 몸놀림을 보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7초. 610마력으로 밀어붙일 때 자기도 모르게 숨을 참게 된다. 탄성과 감탄 속에서 도로가 줄어드는 착각에 빠진다.

출력 높은 자동차는 날카롭게 마련이다. 무지막지한 출력을 다루려면 예민하고 예리해지게 마련이다. 해서 사소한 불편함 정도는 감내한다. 하지만 M760Li는 날카로움마저 고급스런 시트로 감싼다. 대형 세단의 본령을 지킨 채 영역 밖 뜨거운 기운을 발산한다. 쾌적함과 편의성, 심장을 자극하는 출력까지 무엇 하나 포기하지 않는다. 얼마나 이성적인가.



◆ 그란투리스모를 낭만으로 치장한,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그란카브리오는 자동차로 즐길 요소가 풍성하다. 자동차가 표현하는 다양한 감각을 자극한다. 그란카브리오라는 이름에서 눈치 채듯 고성능 투어러에 지붕을 소프트톱으로 치장했다. 즉, 출력 풍부한 차량에 낭만까지 장착한 셈이다. 소프트톱 자체가 클래식 분위기를 담보한다. 덕분에 외관마저 즐길 요소가 풍성하다. 게다가 마세라티다운 배기음이 청각을 즐겁게 한다. 그러니까 시각과 청각, 고성능 자동차다운 거동으로 촉각까지 자극한다.



그란카브리오에 앉으면 단지 운전하는 기분 이상을 느낀다. 다양한 자극이 종합적으로 밀어닥치는 까닭이다. 그 가운데서 운전자는 공명하듯 감각이 풍성해진다. 밀어붙이든, 유유자적 도로를 유영하든 각기 다른 감흥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이 모든 감흥이 풍성하다. 그냥 맛만 보여주는 정도가 아니다. 차고 넘치도록 넉넉하게 마련했다. 즐긴다는 점에서 어느 한 구석 모자라지 않다. 심지어 밋밋한 실내 디자인마저 고풍스럽게 느껴진다. 애초 그란카브리오가 지향하는 지점이다. 최첨단보다는 전통과 기품. 감성적으로 풍요롭다.

M760Li와 그란카브리오는 고급스럽고 비싸다. 그에 걸맞게 출력도 넘친다. 욕망하는 것들을 하나씩 모으면 두 차종 중 하나에 닿는다. 둘 다 풍요롭지만, 풍요를 만끽할 지점이 다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김종훈 칼럼니스트 : 남성지 <아레나 옴므 플러스>에서 자동차를 담당했다. 자동차뿐 아니라 남자가 좋아할 만한 다양한 것들에 관해 글을 써왔다. 남자와 문화라는 관점으로 자동차를 다각도로 바라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