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과 마진 톡톡히 챙긴 BMW, SUV 부진은 뼈아프다

2018-06-24     김형준


벤츠에 추월 허용한 BMW코리아, 추격의 고삐 당기나?

[김형준의 숫자 깨먹기] 6884대. 2018년의 절반이 채워져 가는 가운데 국내 수입차 시장은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집계한 현재(1~5월)까지 판매량은 11만679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만2401대 많다. 비율로 보면 23.7% 늘어난 수치다. 개별 수입 브랜드들도 활황을 말해주듯 대부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트로엥(-42.9%)과 혼다(-34.2%)의 하락세가 눈에 띄지만 이들 역시 애초 판매량이 적거나(시트로엥, 340대) 주력 제품이 신모델로 변경을 앞두고 잠시 공백기를 가지면서 일시적으로 판매량이 떨어진(혼다 어코드) 경우라 부진을 운운하긴 어렵다.

그보다 눈길을 끄는 브랜드는 BMW다. 이들은 지난 5개월 동안 3만372대를 팔았다. 판매대수 총량에선 여전히 메르세데스 벤츠(3만4821대)에 뒤진다. 자연스레 판매 순위도 2위에 머물러 있다. 흥미로운 점은 판매 증가율이다. 29.3%로 시장평균에 못 미친 벤츠(16.3%)보다 높다. 판매대수 증가폭도 앞선다. 1~5월 벤츠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881대 많지만 BMW는 6884대 늘었다. 속단은 금물이지만 지난 2016년 벤츠에 선두를 내준 이후 내리 뒤좇기만 해온 BMW가 서서히 추격의 고삐를 당기는 모습이다.



이 같은 해석은 ‘신차 가뭄’에서 비롯한다. 수입차는 신차 출시 일정, 주력 판매차종의 재고 상황, 임포터와 딜러가 실시하는 프로모션의 규모 등에 따라 판매추이가 크게 달라진다. 물론 그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신모델 출시다. BMW의 경우 올해 이렇다 할 신모델을 찾아보기 어려웠음에도 29.3%, 6884대의 판매신장을 보인 셈이다.

원동력은 크게 3가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제품 가짓수, 이를 토대로 한 탄력적인 판매전략 수립, 그리고 언제나 제 몫 이상을 해주는 주력 모델이다. KAIDA 집계상 올해 1대라도 등록된 BMW 제품은 모두 52가지다. 승용과 SUV, 스포츠와 전동화 모델 각각에 특화된 브랜드 명을 붙이고 차급에 따라 1~7의 숫자가 붙는 제품 라인만 따져도 최소 16종류다(고성능 M 모델군을 뺴고도 그 정도다). 차체 크기와 형태, 파워트레인과 구동계 종류 등에 따라 제품을 세분화하는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의 전형이다. 올해 팔린 제품 종류만 74개에 이르는 벤츠를 제외하면 어느 브랜드도 따라올 수 없는, 분명 압도적인 가짓수다.

제품 라인이나 종류가 늘어날수록 브랜드 관리의 어려움이 따른다는 단점은 있지만 반대로 다양한 판매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올해 BMW의 경우 부정적이기보다 긍정적인 측면이 더 도드라졌다. 3/4시리즈 라인이 대표적이다. 3/4시리즈는 BMW 내에서 두 번째로 판매 비중이 높은 간판 모델 라인이다. 지난해 5월까지 6175대를 기록한 이 라인의 판매량은 올해 7947대로 1772대 늘었다. 올 가을 완전변경이 예고된 끝물 모델임을 생각하면 꽤 놀라운 성과다. ‘재고 소진’을 위한 강력한 프로모션 때문에 모델 믹스의 변화를 놓쳐선 안 된다.



올해 그란투리스모(3시리즈 라인), 그란쿠페(4시리즈 라인) 등의 크로스오버 모델과 x드라이브, 330/430i 같은 상급 모델은 전체 3/4시리즈 라인에서 41%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31.8%에서 크게 오른 수치다. 이들은 모두 일반 모델(320/420i, 320/420d 등)보다 많은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제품들이다. 게다가 3/4시리즈 라인이 BMW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6.2%로 지난해(26.3%)와 큰 차이 없다. 탄력적인 모델 운용으로 더할 나위 없는 양질(판매량과 수익성)의 성과를 얻어낸 셈이다.

물론 올해 BMW 판매신장의 가장 큰 몫은 5/6시리즈 라인, 그 중 5시리즈 세단이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5월까지 5583대에 불과(?)했던 5시리즈 판매량은 올해 같은 기간 1만4336대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BMW코리아가 올해 판매한 신차 두 대 중 하나(50.3%)는 5시리즈였다는 얘기다(모두 M 모델 제외). 지난해와 올해 같은 기간 각각 1만4650대, 1만6225대가 판매된 벤츠 E 클래스 세단과 격차도 크게 줄어들었다. 여전히 엔트리 제품(520d, 5743대, 40.1%)과 디젤 엔진 모델(8634대, 60.2%)의 비중이 높지만, 528i에서 530i로 대체된 가솔린 엔진의 중급 모델 판매실적(5373대, +3518대/37.5%, +4.3%)이 크게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신호도 없지 않다.



하지만 모든 숙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다. 최상급 제품 라인인 7시리즈와 SAV 라인업은 지금 BMW에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7시리즈 판매량은 지난 5개월간 1102대로 지난해(1120대)와 큰 차이 없지만 브랜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에서 3.6%로 줄었다. BMW가 SAV라 지칭하는 SUV 제품군의 부진은 더 뼈아픈데, 지난해 4948대였던 판매량이 올해 3799대로 1149대나 빠졌다. 당연히 브랜드 내 비중도 21.1%에서 12.5%로 성큼 떨어졌다. 지난해 말 인증서류 오류 문제로 자발적 판매 중단에 들어간 X1의 공백도 있지만 X3에서 X6에 이르는 SUV 제품 전반에 활기가 떨어진 상태다. 침체된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신모델 투입만한 게 없다. BMW는 신규 모델 X2와 X4 완전변경 모델 등 최근 인기 있는 쿠페 스타일 SUV를 하반기 출시할 계획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형준

김형준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과 <톱기어> 한국판, 남성지 <지큐>에서 일했다. 글로벌 자동차 전문지 <모터 트렌드>의 편집장으로 다년간 자동차 문화에 대해 심도 깊은 기사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