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vs 벤츠, 같은 컨버터블이라도 성격이 다르다
2018-06-26 김종훈
컨버터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김종훈의 이성과 감성 사이] 여름이다. 여름이 시작되면 생각나는 차종이 있다. 컨버터블이다. 그 중에서도 소프트톱 컨버터블. 눈이 시리는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의 해안도로를 달리는 컨버터블은 언제나 설레게 한다. 감명 깊게 본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는다. 물론 현실과는 다른 포장된 이미지일 뿐이다. 솔직히 한여름은 지붕을 열기에 너무 덥다. 달리면 괜찮지만 멈추는 순간, 설렘보다는 무더위가 덮친다. 하지만 알면서도 그 장면을, 매번 꿈꾼다.
컨버터블은 확실히 감성의 영역에 머문다. 지붕을 열어서 좋은 이유보다 컨버터블이어서 불편한 점이 훨씬 많다. 일단 더 비싸고, 공간 좁으며, 관리하기 불편하다. 하지만 불편해서 더 탐나는 점이 컨버터블을 특별한 존재로 등극시킨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품고 싶은 마음은 감성이 강하게 작용해야 차오른다. 어떤 컨버터블이라도 남달리 보이는 이유다.
◆ 특별함으로 똘똘 뭉친, 미니 컨버터블
컨버터블, 하면 가장 먼저 미니 컨버터블이 떠오른다. 무엇보다 컨버터블을 비교적 만만한(?) 금액에 손에 넣을 수 있어서다. 가장 저렴한 모델로 피아트 500C가 있긴 하다. 그보다 조금 비싸지만 미니 컨버터블보다는 가격이 낮은 DS3 카브리오도 있다. 하지만 필러가 존재하는 까닭에 완벽하게 개방하진 못한다. 대신 지붕 여는 횟수가 늘어나긴 하더라도. 더 현실적 컨버터블인 건 맞지만, 마음속 장면과는 괴리감이 있다.
그런 점에서 미니 컨버터블은 컨버터블의 엔트리 모델이랄까. 게다가 미니 쿠퍼의 컨버터블 모델이기에 소프트톱이 잘 어울린다. 미니라는 브랜드 자체의 힘 덕분이다. 미니는 클래식 미니를 계승, 발전시켜왔다. 교과서 같은 표현이지만 다른 어떤 브랜드보다 어울리는 설명이다. 미니는 클래식 미니의 디자인은 물론, 미니라는 모델의 활기찬 정신도 이어왔다.
클래식을 이어온 미니 쿠퍼이기에 고전적인 요소가 잘 어울린다. 소프트톱 컨버터블은 그 자체로 고전미를 자아내지 않나. 과거 마차처럼 귀족들을 실어 나르던 그때 그 자동차 형태가 그랬듯이. 미니의 컨버터블 모델이기에 구조적 혜택도 있다. 미니 쿠퍼는 전면유리가 직각처럼 쫑긋, 서 있다. A필러가 눕지 않았기에 지붕을 열면 개방감이 극대화된다.
미니 컨버터블은 클래식 디자인인데다 컨버터블의 장점까지 품었다. 게다가 미니가 추구한 영역과 컨버터블이 고수한 영역은 겹치기도 한다. 독특한 자동차라는 점에서 미니와 컨버터블을 같은 장르로 엮을 만하다. 이동수단으로서 자동차를 바라보기보다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매개체로 바라본다. 컨버터블 중에 미니 컨버터블을 제일 먼저 떠올린 이유다. 게다가 특별함을 그나마 적은 값으로 소유할 수 있는 모델 아닌가. 그 와중에 이성적이기도 하다.
◆ 고전적 아름다움을 구현한, C클래스 카브리올레
미니 컨버터블을 제하면 다른 컨버터블 모델은 가격이 치솟는다. 컨버터블로 가는 길이 더 험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몇몇 장애물을 극복하면 미니 컨버터블과는 또 다른 감흥을 얻을 수 있다. 우아한 컨버터블이랄까. 클래식은 우아할 때 농도가 짙어진다. 소프트톱 컨버터블이라면 우아함을 드러낼 결정적 요소로 손색없다. 결국 어떻게 빚느냐 하는 문제다.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카브리올레는 더없이 우아하게 빚었다. 고전적인 선을 포착했다.
C클래스는 애초 S클래스처럼 보여 화제를 모았다. S클래스는 우아한 대형 세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그런 S클래스의 디자인을 이어받았으니 얻는 게 더 많았다. 크기만 다를 뿐 비슷하지만, 크기가 달라서 다르게 느껴졌다. 선이 더욱 정제되고, 차체가 아담하기에 오히려 고전적 흥취를 더했다. C클래스 카브리올레는 거기에 소프트톱의 매력까지 얹었다.
C클래스 카브리올레도 S클래스 카브리올레와 비슷한 감흥을 선사한다. S클래스 카브리올레를 보고 설레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풍만한 선에 소프트톱을 조합해 호화로운 요트를 도로에 구현했다. 지붕이 없기에 요트 같은 실내가 더욱 도드라진다. C클래스 카브리올레 역시 날렵한 요트가 연상된다. 차분하면서도 시선을 끈다. 컨버터블이라는 특별함을 우아함으로 풀어냈달까. 고전적인 형태를 취해서 오히려 더 신선해졌다.
C클래스 카브리올레에 닿으려면 (가격 면에서) E클래스의 유혹까지 이겨내야 한다. 그만큼 넘어야 할 장벽이 높다. 하지만 일단 닿으면 컨버터블이 주는 낭만에 진하게 취할 수 있다. C클래서 카브리올레가 보다 감성의 영역에 속하는 이유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김종훈 칼럼니스트 : 남성지 <아레나 옴므 플러스>에서 자동차를 담당했다. 자동차뿐 아니라 남자가 좋아할 만한 다양한 것들에 관해 글을 써왔다. 남자와 문화라는 관점으로 자동차를 다각도로 바라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