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그룹의 완벽한 승리엔 꽤나 영리한 전략이 담겨 있다

2018-09-02     이동희


토요타 그룹 독주에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가세해
디젤 엔진 대신 비중 커지는 수입 하이브리드 시장 분석

[이동희의 자동차 상품기획 비평] 최근 몇 년 동안에 벌어진 일련의 디젤 엔진 관련된 이슈는 자동차 구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비를 최우선 구매 동기로 생각하던 이들이라면 당연히 디젤 엔진을 얹은 차를 1순위에 올렸지만, 최근에는 가솔린 하이브리드와 전기 모터라는 대안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현대자동차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판매가 급증한 것은 조금 다른 이유다. 중대형 세단에서 비슷한 값으로 높은 연비를 얻을 수 있고 보통의 자동차와 사용 방법에 차이가 없는데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얹어 높아진 가격에 대한 저항이 낮은 것이 가장 크다. 이는 비슷한 성능을 내는 소나타나 K5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점과 비교할 때 더욱 그렇다. 여기에 더해 1회 충전 후 주행거리가 길어진 전기차까지 가세하면서 디젤 엔진을 쓰는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 합당한 이유가 될 것이다.

이런 경향은 수입차도 마찬가지다. 브랜드가 모든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갖추고 판매에 적극적인 토요타와 렉서스는 물론이고 혼다는 주력 모델인 어코드 신형을 내놓으며 좀 더 발전된 하이브리드 모델을 함께 선보였다. i 브랜드에서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판매하던 BMW도 3시리즈와 7시리즈, X5에 PHEV를 추가했고, 벤츠는 EQ라는 전동화 브랜드를 소개한 것에 이어 주력 SUV 중의 하나인 GLC에 역시 PHEV인 350 e 4매틱을 더했다. 가장 최근에는 포르쉐가 4도어 모델인 파나메라 4에 PHEV인 E-하이브리드를 추가하며 이런 추세에 불을 붙였다.



2018년 8월을 기준으로 수입차 중에서 고를 수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은 모두 27종으로 파워트레인을 기준으로 순수 전기차를 포함한 전체 435종 중에서 약 6%에 해당한다. 모델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차종은 해치백, 쿠페, 4도어 세단, SUV까지 다양하다. 물론 이러한 다양성에는 토요타와 렉서스가 크게 한 몫하고 있다. 쿠페인 LC500h는 물론이고 해치백인 토요타 프리우스 패밀리와 렉서스 CT200h를 판매하기 때문이다. BMW도 이와 비슷한데 쿠페인 i8과 세단인 330e와 740e, SUV인 X5 40e가 있다. i8을 포함해 모두 PHEV인데 i퍼포먼스라는 별도의 서브 브랜드를 달았다. 벤츠가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단 모델들을 EQ라는 별도 브랜드로 관리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가격대는 2490만 원인 토요타 프리우스 C부터 시작해 BMW i8 1억9580만 원까지 폭이 매우 넓다. 3천만원 대에 3차종으로 프리우스와 프리우스 V, CT200h가 해당한다. 4천만 원 대에는 프리우스 프라임과 SUV인 RAV4, 캠리와 어코드가 있다. 5천만 원대로 올라가면 하이브리드 모델 중에서 단일 차종으로 가장 판매량이 높은 렉서스 ES300h와 NX300h, 링컨 MKZ 하이브리드, 인피니티 Q50S 하이브리드와 닛산 무라노 하이브리드, BMW 330e 등 많은 차종이 팔리고 있다.



현재 수입차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6천만~8천만 원대에는 되레 하이브리드 모델의 종류가 크게 줄어든다. 이는 판매 상위권에 항상 있는 벤츠와 BMW의 중형 세단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없기 때문인데 상대적으로 SUV가 많은 점이 특이하다. 벤츠 GLC e 4매틱, 인피니니 QX60 하이브리드, 7천만 원대는 렉서스 GS450h와 RX450h가 있다. 단순히 가격만으로 볼 때, 수입차 중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1억이 넘는 가격표를 달고 있는 차에 가장 많다. 아무래도 대형 고급차일수록 가격 저항이 크지 않고 배기량이 크고 무거운 차일수록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이 많은데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가장 필요하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 i8 이외에도 X5 40e(1억370만 원), 볼보 XC90 T8 AWD(1억1020만/1억3780만 원), 렉서스 LS500h(2WD 1억4900만 원, AWD 1억5500만/1억7070만 원), LC500h(1억7천760만 원), BMW 740e(1억4200만 원), 포르쉐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1억5720만 원) 등이 있다.

판매량에서 보면 토요타 그룹의 완벽한 승리다. 7월까지 렉서스와 토요타를 합쳐 모두 1만6637대를 팔았는데, 이 중 하이브리드 모델은 1만2721대로 전체의 76%에 해당한다. 특이한 것은 토요타보다 렉서스 브랜드의 하이브리드 판매 비율이 더 높다는 점인데, 같은 기간 동안 하이브리드 판매 비율은 토요타가 64%(9천620대 중 6천141대)인데 반해 렉서스는 무려 94%(7천17대 중 6586대)에 달한다. 이는 토요타에 캠리와 RAV 가솔린 모델이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의 약 80% 정도로 팔리기 때문인데, 두 차종 모두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격차가 약 600만 원 정도 차이로 차 값의 20%에 해당한다. 때문에 연비가 우수하다고 해도 이 정도의 가격차를 극복하고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렉서스는 가솔린 엔진을 얹은 ES350과 RX350을 더 높은 가격을 매겨 전략적으로 하이브리드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반대로 토요타는 가솔린 모델의 값을 싸게 하는 것은 물론 프로우스 C와 프리우스 등 2천만~3천만 원대 모델들로 진입 장벽을 낮추어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양쪽 모두 판매 제품의 가격과 주요 고객층의 구매 동기 중요도를 고려한 선택으로 꽤나 영리하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많이 팔린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렉서스 ES300h로 7월까지 누적 등록 대수는 4천656대다. 토요타 캠리가 3천484대로 2위, 프리우스가 1천389대로 3위에 올랐다. 10위까지의 순위를 보면 렉서스 NX300h가 714대, RX450h가 616대, RAV4 HV가 559대, 프리우스 C가 553대, 링컨 MKZ 하이브리드가 384대, CT200h가 361대, 벤츠 GLC 350e가 267대, 혼다 어코드 221대 순이다. 이중 어코드는 7월부터 판매를 시작해 누적 숫자는 작지만 7월 판매 대수를 기준으로 하면 ES, 캠리에 이어 3위다.



판매 대수에서 가장 놀라운 차는 사실 벤츠 GLC 350e다.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출고를 시작해 4개월 동안 판매한 숫자다. 쿠페와 AMG를 제외한 GLC 모델 전체 판매가 2837대로 이 중 9.5%에 해당한다. BMW의 i퍼포먼스 3총사인 330e와 740e, X5 40e도 판매 합계가 131대로 적지 않다. 그 동안 디젤 엔진을 주력으로 판매하던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변화를 보여주는 숫자로 렉서스가 독점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시장에 손을 뻗겠다는 의미다. 특히 벤츠는 EQ 브랜드를 확장하기 위해 S 클래스와 C 클래스, GLE 등에 PHEV 모델과 48V 전기 시스템과 모터를 추가한 차를 꾸준하게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 친환경차 시장은 편중된 정부의 지원책 때문에 PHEV를 포함한 하이브리드를 건너뛰고 전기차로 재편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가 급속도로 늘어나면 이를 위한 충전시설의 부족이라는,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PHEV를 포함한 하이브리드에 대한 지원책의 균형이 더해져야 한다.



수입차 하이브리드 시장은 그 동안 토요타 그룹이 주도하고 혼다를 제외한 다른 브랜드는 비주력 모델에 한 두 종류를 선보이는데 그쳤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대로 디젤 엔진에 대한 시장의 불신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힌 고급/고성능 모델의 투입 등 적극적인 공략으로 차츰 시장을 키우고 있다. 반면 아직 국산차는 준중형급인 현대 아이오닉과 기아 니로가 판매량에서 시장을 이끌고 있고, 그랜저급 이상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기에 고급차 시장에서는 그대로 수입차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가 PHEV를 포함한 전기차 시장까지 진출할 것이 예정되어 있기에 이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동희

이동희 칼럼니스트 : <자동차생활>에서 자동차 전문 기자로 시작해 크라이슬러 코리아와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등에서 영업 교육, 상품 기획 및 영업 기획 등을 맡았다. 수입차 딜러에서 영업 지점장을 맡는 등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