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와 인피니티가 드러낸 자동차 디자인의 미래

2018-09-06     송인호


페블비치에서 만난 미래 디자인

[송인호의 디자인 돋보기] 지난달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에서 ‘2018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Pebble Beack Concours d'Elegance)가 개최됐다. 이 행사는 태평양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 골프장으로 유명한 몬터레이(Monterey)의 페블비치 골프코스 18번 홀에서 매년 열리는 클래식카의 축제로 1950년 로드 레이스의 부속 행사가 그 시초다. 이름다운 클래식카의 우아함을 자랑하며 수많은 부유층이 참가하고 있는 이 행사는 최근 클래식카 외에도 신차발표회로 부유층 소비자를 만나는 장이 되기도 하는데 올해 역시 BMW가 3세대 ‘Z4’를 공개했고, 부가티의 하이퍼카 인 ‘디보(Divo)’ 또한 출시행사를 했다.

자동차 회사들이 선보인 콘셉트카 역시 주목받고 있는데 올해 선보인 콘셉트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자동차의 기본인 성능을 넘어서는 주행 감각과 속도에 대한 개인의 경험에 대한 해석을 디자인적으로 풀어낸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그중에서도 레트로 레이서 스타일의 인피니티 프로토타입 10과 메르세데스 비전 EQ 실버 애로우(Silver Arrow)는 헤리티지로부터 새로운 전동화 시대의 미래를 연결 짓는 그들의 해석이 돋보이는 의미 있는 콘셉트카라고 생각된다.



◆ 메르세데스 비전 EQ 실버 애로우 콘셉트

메르세데스의 비전 EQ 실버 애로우 콘셉트는 750마력의 순수 전기차로 실버 애로우라는 닉네임으로 불린 1938년 모델 W125에서 영감을 받았다. 메르세데스의 디자인 철학인 ‘센슈얼 퓨리티(Sensual Purity)’를 따르고 있는데 디자인 수장인 고든 바그너는 미래의 자율 차량에 대한 일반적인 예측과 달리 오히려 운전의 즐거움과 속도감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는 곧 메르세데스의 EQ 브랜드가 선보이는 진보된 럭셔리를 표출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EQ 브랜드의 디자인적 방향은 전적으로 전위적인 형태를 표방하며 진보적인 럭셔리라는 차별화된 아름다움을 말하는데, 이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적 요소의 조화와 함께 인간의 직관과 물질적인 디자인의 일체감을 나타낸다.



익스테리어에서 보이는 주된 디자인요소는 스포티한 실루엣으로 이는 지극히 감성적인 순수함에 기반한다. 5미터 30센티미터에 달하는 전장을 아우르는 간결한 아치형의 실루엣은 날렵하면서도 감각적이다. 전체적으로 간결하면서도 미래적인 이유는 심플하고 정갈한 차체의 볼륨과 더불어 퍼포먼스에 해당하는 디자인요소들이 가지고 있는 재질적인 대비와 정교한 디테일 때문이다. 카본 파이버 재질의 바디는 다중 레이어의 알루빔 실버 페인트가 그 옛날의 실버애로우 같은 알루미늄 재질을 연상시키고 있는 데 반해 프런트 스플리터부터 사이드를 관통하며 리어 디퓨저로 이어지는 기능적인 하단 부분은 카본 파이버의 재질적 특성을 살려 극적인 대비 효과를 주고 있어 명쾌함이 돋보인다.

또한 전기차의 특성으로 설명되는 가늘고 긴 프런트와 리어 라이트가 전체 차의 볼륨을 감싸면서 사이드 스커트의 블루 EQ 레터링과 함께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 요소로 쓰이고 있다. 그 외에도 디테일에 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168개의 스포크로 이루어진 휠은 경량 알루미늄으로 EQ 브랜드를 상징하는 로즈 골드 페인트로 마감했다. 프런트와 리어 각각 255/25 R 24와 305/25 R 26의 타이어는 차체를 균형 있게 지탱하고 있으며 타이어의 패턴 또한 벤츠를 상징하는 삼각별의 패턴을 적용하여 디테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인테리어에서 주목할 점은 진보된 럭셔리에 대한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으로 시간이 가도 변하지 않는 궁극적인 심미성과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 전통적인 고품질의 재질을 적용하고 있는데 말 안장에 쓰이는 고급 가죽은 시트와 스티어링 휠에 적용되어 있고 광을 낸 알루미늄 재질은 인테리어 전체를 감싸고 있으며 월넛 재질의 플로어는 과거 실버애로우 전성시대의 헤리티지와 미래의 연결성을 상징하고 있다.

한 편 모던함과 하이테크를 상징하는 다양한 기술 또한 선보이고 있는데 대형 프로젝션을 위해 마련된 면은 파노라마식 스크린과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운전자에게 가상 레이싱이라는 특별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데 과거의 실버애로우 또는 현재의 실버애로우와 가상 레이싱 대결을 펼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타이어의 트레이드에 적용된 삼각별은 레이저 조각으로 시트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이드 월은 고급스러운 그레이색 스웨이드로 마감해 익스테리어의 알루빔 실버 페인트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인피니티 프로토 타입 10

인피니티가 선보인 프로토타입 10은 전동화 시대를 대비한 인피니티 디자인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특히 과거 스피드스터의 정신을 재해석함으로써 과거와 미래의 연결하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는데 이를 인피니티 디자인팀의 창의성과 미래에 대한 야심을 담은 조형 언어로 승화시킨 상징적인 콘셉트카이다. 인피니티는 기술의 혁신을 핵심으로 하는 브랜드로서, 전동화 시대를 대비하고 있으며 2021년부터 출시하는 모든 모델은 전동화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프로토타입 10은 운전의 즐거움, 스릴 있는 성능 및 주행거리의 신뢰성을 목표로 인피니티 전동화의 기술적 핵심을 강조함은 물론 전동화 시대의 디자인 방향과 그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인피니티의 새로운 디자인 디렉터인 카림하비브(Karim Habib)의 주도로 진행된 글로벌 프로젝트는 영국 스튜디오에서 디자인과 디지털모델을 완료하고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스튜디오에서 제작되었다. 디자인의 방향성은 미학적 관점에서 미래 지향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는 이미 공개된 바 있는 인피니티 Q 콘셉트와 프로토타입 9를 계승하며 진보한 모양새다. 특히 모노 포스토라고 하는 1인승 시트는 운전자 중심을 지향하는 인피니니의 철학을 상징하고 있으며 다양성을 내세우는 전동화 시대의 플랫폼을 채택한 실험적 콘셉트이기도 하다.



프로토타입 10에서 강조하는 디자인언어는 간결하다. 미래가 브랜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디자인적 해석으로 형태와 기능을 통해 운전의 ​​즐거움과 스릴 넘치는 속도감을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과거의 스피드스터의 정신을 표현하고 있다. 깨끗하게 뻗은 수평과 수직 라인의 조합으로 군더더기 없는 긴장감을 연출하고 있으며 자신감 있는 프로포션과 기하학적 디자인 요소는 새로운 시대의 스피드스터는 이런 것이라는 명쾌한 해답을 내놓고 있다.

차의 정면에는 차체의 깊숙이 눌러져 있는 눈에 띄는 인피니티 배지가 있으며 사이드에서 프런트로 이어지는 날카로운 캐릭터 라인 위에는 극단적으로 슬림한 헤드라이트가 순수한 볼륨과 강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또한 차체와 대조적으로, 범퍼 바닥의 검정색 친(chin) 스포일러는 차량 전방의 다운 포스를 향상시키고 차량의 완전히 평평한 밑면 아래쪽으로 공기의 흐름을 유도하는 기능적인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프로토타입 10을 위에서 보면 마치 자연에서 막 채취한 매끈한 조약돌을 보는 듯하다. 군더더기 없는 순수함이 친환경 에너지를 위한 새로운 조형 요소를 상징하는 것일까? 운전석은 기하학적인 선으로 양분되어 깨끗하게 흐르는 표면 위에 극적인 대비를 연출하고 있다. 차체 외관으로 완전히 드러나 있는 순수하고 미니멀 한 조종석은 인피니티의 운전자 중심 디자인 철학이 반영되어 이는 곧 프로토타입 10의 콘셉트가 스릴 있는 운전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것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운전석 뒤로 촘촘히 조각된 수직형의 통풍구는 자동차 뒤쪽으로 공기를 유도하여 전기 모터와 배터리를 냉각시키는 역할을 하는 미니멀하면서도 섬세한 전기차다운 디자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지속적으로 전동화를 대비하고 있는 메르세데스의 디자인 철학인 센슈얼 퓨리티와 간결한 형태와 기능을 통해 운전의 ​​즐거움과 스릴 넘치는 속도감을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인피니티의 비전은 일견 일맥상통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디자인 정체성은 어느 정도 유사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하나 자동차회사마다 다른 다양성 또한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아직은 현실적이지 않은 미래에 대한 비전이지만 새로움을 기대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즐거운 일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송인호

송인호 칼럼니스트 : 현대·기아차와 미국 GM에서 18년간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대표작으로는 오피러스, K7을 비롯 쉐보레 볼트, 캐딜락 ELR 등이 있다.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의 주임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