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니로 EV는 지금까지 전기차와 무엇이 다를까
2018-10-03 김종훈
니로 EV는 뽐내기보다 쓸모를 이야기한다
[김종훈의 차문차답(車問車答)] 전기차 시대가 다가온다. 이제는 너무 많이 들어서 식상할 문장이다.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기 힘들다. 이미 전기차가 다음 시대를 이끈다는 건 기정사실이 됐다. 결국 속도 차이다. 느리든, 빠르든 지금도 변하는 중이다. 정부의 보조금이, 충전소의 개수가, 탈 만한 전기차 모델이 각자 전기차 저변을 넓힌다. 그 중 탈 만한 전기차 모델의 영향력이 크다. 호기심의 수준에서 쓸모의 영역으로 넘어가게끔 한다. 기아 니로 EV를 보고 그 지점이 떠올랐다.
Q. 기아 니로 EV는 지금까지 전기차와 뭐가 다를까?
국내 전기차 시장은 눈에 띄게 변화했다. 2010년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61대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당시 전기차는 관공서에서 전시용으로 등록한 수준이었다. 2014년에 와서야 1,308대로 1천 대 규모를 넘어섰다. 그 이후 해마다 2배가량 성장했다. 2017년에는 누적 2만 대도 넘겼다. 올해 역시 상승세는 여전하다.
이제 도로에서 전기차를 보는 일이 어색하지 않다. 충전 인프라 역시 대폭 늘었다. 곳곳에서 보이는 충전소도 어색하지 않다.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충전기가 눈에 띈다. 대형 마트에서도, 아파트 단지에도 충전소가 속속 들어섰다. 아직 부족하지만, 충전 못할 것도 없다. 중요한 지점이다. 단독 주택에 살지 않아도 전기차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니까. 더불어 정부 보조금도 아직 쏠쏠하다. 점점 줄겠지만, 아직 전기차 문턱을 확실히 낮춘다. 시기가 좋다.
다음 자동차는 전기차를 사볼까? 이런 마음을 품는 사람들 좀 있다. 그동안 전기차의 존재를 인식했다면, 이젠 전기차의 대중화를 바라본다. 호기심을 넘어 효율로 택할 시기가 도래했다. 그 전환점은 아무래도 주행거리가 만든다. 쉐보레 볼트 EV가 제시한 완충 시 383km 주행거리는 실용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도심 근거리용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동차로서 기능한다. 대중 브랜드 전기차로서 시장을 연 셈이다. 벽이 깨지면 그 다음을 기대한다.
기아 니로 EV에는 그 다음이 필요했다. 기아 니로 EV 역시 한 번 충전해 385km 달린다. 실용 영역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최고출력도 볼트 EV와 같은 204마력이다. 주행거리와 성능이 비슷한 상황이니 전기차로서 능력은 차이가 크지 않다. 니로 EV가 택한 그 다음은 대중성이다. 자동차로서 효율성을 중시한 공간과 성격. 니로는 하이브리드 모델부터 콘셉트가 명확했다. SUV인 척하지 않고 크로스오버로서 실용성에 주목했다. 차량 크기 대비 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했다. 해치백보다 두둑하고, SUV보다 안락하다. 편안한 배낭 같은 자동차랄까.
니로 EV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기차라는 진보적 형태를 택했지만, 일상의 실용성을 내세운다. 경쟁 전기차 대비 공간이 가장 넓다는 점을 앞세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기존 니로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전기차의 신선함을 더한다. 무엇보다 주행거리 준수하고 공간 넉넉하니 패밀리카 후보군에 편입된다. 그동안 전기차는 가정 내 주력 자동차 개념이 적었다. ‘세컨카’로서 기능했달까. 니로 EV는 그 틀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모색한다.
니로 EV의 대중성은 주행 성격에서도 알 수 있다. 물론 니로 EV도 전기차답게 소리 없이 가속해 이질적이다. 그 느낌은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전기차로서 오히려 즐길 요소로 볼 수 있다. 반면 회생 제동 시스템은 조금 다르다. 전기차를 더욱 이질적으로 만드는 특징이다. BMW i3 같은 경우는 오히려 그 특징을 두드러지게 했다. 전기차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질적이어서 더 특별하다고 표현했다. 해서 호불호가 생기기도 했다.
니로 EV는 회생 제동 시스템을 단계별로 조율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자마자 적극적으로 제동하는 단계부터 일반 자동차 수준으로 부드럽게 속도가 줄어드는 단계까지 나눴다. 전기차의 이질감을 덜어내면서 점차적으로 적응하도록 배려한 셈이다. 그 단계를 양쪽 패들시프트로 조절하도록 해 재미 요소로 만들기도 했다. 신선하면서도 낯설어 불편하지 않는 적정선을 마련했다. 가벼운 조향 감각과 부드러운 하체도 니로 EV를 더욱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전기차의 특징을 노골적으로 부각하기보다는 편한 자동차로서 접근한다.
전기모터로 가든 내연기관으로 가든, 결국 자동차라는 제품의 기본 성질은 변하지 않는다. 니로 EV는 그 중 안락한 이동성에 초점을 맞췄다. 전기모터의 장점을 더한 쓸모 많고 편안한 차. 전기차의 신선함보다 상품성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니로 EV의 차별점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김종훈 칼럼니스트 : 남성지 <아레나 옴므 플러스>에서 자동차를 담당했다. 자동차뿐 아니라 남자가 좋아할 만한 다양한 것들에 관해 글을 써왔다. 남자와 문화라는 관점으로 자동차를 다각도로 바라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