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M3·클리오도 SM3처럼 ‘가성비 갑’ 모델 출시하면 어떨까

2018-10-05     이동희


SM3와 QM3, 적당한 값에 큰 자동차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선택

[이동희의 자동차 상품기획 비평] 지난 칼럼에서는 같은 브랜드 안에서 준중형 세단과 컴팩트 SUV를 비교했다. 차 크기를 바탕으로 한 세그먼트와 형태에서 차이가 있지만, 같은 전시장을 방문한 고객이 예산을 중심으로 차를 고를 때 좋은 비교가 되는 것이 이 두 차종이다. 작년에 현대 코나와 기아 스토닉이 런칭하며 본격 경쟁이 시작된 컴팩트 SUV가 떠오르는 세그먼트라고 한다면 준중형 세단은 무난함을 바탕으로 첫 차를 고를 때 가장 먼저 접근할 수 있는 분야다. 때문에 무난함이냐 개성이냐를 놓고 같은 예산에서 고민을 하는 분야기에 계속 비교를 해왔다.

세단이 아예 없는 쌍용자동차를 제외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브랜드는 르노삼성이다. 물론 다른 브랜드와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국내 컴팩트 SUV 시장의 첫 차는 쉐보레 트랙스였지만, 실제 판매 붐을 일으킨 것은 QM3였다. SM3도 아반떼의 독주를 막지는 못했지만 한 때 동급 판매 2위에 꽤 오래 머무르며 선전하기도 했다. 두 차종의 가장 큰 이슈는 기본 모델이 데뷔한 지 시간이 오래 흘렀다는 점이다. SM3는 2009년에 데뷔해 두 번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현재 모델에 이르렀고, QM3는 2013년 말에 데뷔해 지난해에 페이스리프트가 있었다. 경쟁 모델들이 데뷔한 지 1년 부근의 완전 신형(크루즈, K3, 코나, 스토닉)인 것과 비교하면 기본적으로 너무 오래됐다.



반면 그 덕에 값은 싸다. 특히 SM3는 최근 르노삼성자동차 생산 300만대 돌파 기념으로 특별한 가격표를 달고 나왔다. 자동변속기를 단 기본형인 PE 트림이 개별소비세 인하까지 더해져 1444만원이다. 이는 6단 수동변속기를 단 아반떼 스타일 트림(1404만원)에 IVT(147만원)를 더하면 1551만원이 되는 것과 비교하면 정말 싸다고 할 수 있다. K3와 크루즈가 나오면서 4620mm의 차체 길이로 아반떼와 함께 가장 작은 차가 되었지만, 1810mm의 차폭과 1475mm의 전고는 아직도 동급에서 가장 크다. 또한 넓은 트렁크까지 갖춰 기본적으로 활용성이 높고 인조가죽 시트가 기본인 점도 장점이 된다.

한 단계 올라간 SM3 PE 트림은 191만원이 비싼 1635만원인데 장비가 크게 늘어난다. 프로젝션 헤드램프와 LED 주간 주행등, 전방 안개등, 16인치 알로이 휠 등 겉모습이 달라지고 앞좌석 열선 시트, 버튼 시동 스마트 키와 전자식 룸미러에 포함된 하이패스, 레인센싱 와이퍼와 오토 헤드라이트, 후방 주차보조 경고 등 편의/안전 장비들이 많이 더해진다. 또한 스티어링 휠 오디오 리모콘과 알카미스 3D 오디오 등이 추가되어 일상용으로 쓰기에도 넉넉한 장비를 갖춘 셈이 된다. 물론 128만원이 올라간 LE 트림에는 최고급 가죽시트와 가죽 스티어링 휠, 스키 스루와 센터 암레스트가 달린 2열 시트, 좌우 독립식 풀 오토 에어컨과 뒷좌석용 에어벤트가 추가된다. 올라간 가격에 비해 장비가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이 모든 장비가 포함되어 1763만원이라는 것은 경쟁 모델 세단들이 이미 2천만 원을 한참 넘은 최상위 모델에서 선택이 가능한 듀얼 존 풀 오토 에어컨 등에서 차이가 생긴다.

물론 1930만원인 RE 트림으로 가면 전방 추돌 경고와 사각지대 경보와 같은 운전 보조 기능이 기본으로 달린다. 크루즈 컨트롤과 뒷좌석 열선 패키지(25만원)를 고르고 전후방 카메라가 포함되는 내비게이션 패키지(105만원)를 선택하면 총 차 값이 2060만원이 된다. 차선유지 보조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같은 적극적 주행 보조 기능이 없다는 점은 단점이지만 역시 경쟁 모델과 비교할 때 비슷한 옵션을 기준으로 200만~300만 원 가량 차이가 생긴다. 역시나 모델이 오래된 것을 제외하면 꽤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사실 SM3의 경쟁자는 동급 경쟁 모델이나 QM3가 아니라 SM5일지도 모른다. 모델 판매 30주년 기념으로 가솔린 2.0L 클래식 단일 트림으로 2170만원(LED 라이팅 패키지 포함, 15만원)에 팔고 있다. 107만 원인 내비게이션 패키지를 더하면 2277만원인데, 217만원 차이로 주행 보조 기능 몇 가지를 제외하고 똑같은 수준의 장비를 갖춘 중형차를 살 수 있는 셈이 된다.

이렇게 보면 SM5나 SM3는 단종 혹은 후속 모델이 나와야 할 시기를 지난 차들을, 시장에서 선호하는 옵션과 장비를 얹어 파격적인 가격에 팔고 있는 차들이다. 후속 모델의 개발이나 도입에 여력이 부족한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고 대체로 이렇게 생산 모델의 종류를 단순화시키면 실제 수익성에서도 나쁘지 않는 상태인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르노삼성의 올해 8월까지 판매량을 보면 비교적 신형 모델인 SM6가 3636대가 팔렸는데, 올드 보이 3총사라고 할 SM7/SM5/SM3의 판매 합계가 3598대로 거의 비슷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싼 차를 적당한 값에 살 수 있으면 그만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새 차를 통해 최신 기술이 적용된 더 안전하고 운전이 편한 차를 내놓는 것이 자동차 회사의 기본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시 SM3와 QM3의 비교를 시작하면 SM3에도 QM3와 같은 1.5L 디젤 엔진과 6단 DCT를 얹은 모델이 있다. 2016년 초에 판매를 시작한 1.5dCi로 가솔린 모델이 PE부터 RE까지 4개 등급으로 나뉜 것에 반해 디젤은 중상위에 속하는 LE 한 개 트림만 운영한다. 값은 2028만원으로 가솔린 같은 트림과 비교할 때 265만원 높다. 사실 SM3 이야기를 할 때 연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가솔린 모델도 15/16인치 휠을 기준으로 복합/시내/고속도로 연비가 각각 13.8/12.5/15.7km/L로 현대/기아차의 스마트스트림 파워트레인이 나오기 전에는 꽤나 좋은 편이었다. 더욱이나 디젤 모델은 17인치 휠을 기준으로 17.2/15.9/19.2km/L로 아반떼 디젤의 17.2/15.7/19.3km/L와 비교할 때 거의 비슷한 성능을 발휘한다. 아반떼 쪽의 배기량이 조금 더 높고 85kg 정도 무거운 점과 7단 DCT를 달았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아반떼 쪽의 출력이 136마력으로 SM3의 110마력보다 매우 높다는 것을 고려해도 차이가 크지 않은 편이다.

같은 배기량의 엔진과 변속기를 달았지만 QM3는 90마력을 낸다. 디젤 엔진을 기준으로 할 때 동급에서 스토닉에 이어 1300kg의 공차중량은 가벼운 쪽에 속해 절대적인 출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특히 17.3km/L의 복합 연비는 동급에서 가장 높은 숫자로 QM3의 최대 장점이기도 하다.



SM3 LE 디젤과 같은 등급이라고 할 QM3 LE 모델은 차 값이 2288만원으로 260만원 높다. SM3와 비교하면 LED 안개등 정도가 추가된 것 외에 가죽시트나 좌우 독립식 풀 오토 에어컨, 뒷좌석 에어벤트와 하이패스 등이 빠진다. 선택 사양인 천연가죽 시트커버(35만원)와 하이패스/전자식 룸미러(25만원)를 더해 옵션을 맞추면 2348만원으로 SM3와의 가격 차는 320만원으로 벌어진다. 물론 QM3에는 전방충돌 경고와 차선 이탈 경고 등이 포함된 ADAS 옵션(35만원)을 고를 수 있는데, 사각지대 경고는 상위 트림인 RE(2406만원)으로 가야만 기본으로 포함된다.

사실 QM3는 수입 모델임을 감안해도 동급 경쟁 컴팩트 SUV보다도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다. 또한 파워트레인도 한가지 밖에 없어 소비자의 선택 폭도 좁다. 게다가 같은 브랜드 안에서 그야말로 가성비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는 SM3가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값이 높게 느껴진다. 이는 같은 섀시를 바탕으로 하는 클리오도 마찬가지인데, 르노라는 별도 브랜드를 달고 프리미엄 소형차를 내세우고 있지만 하나의 매장에서 같은 영업사원이 판매하는 입장에서 QM3나 클리오는 타사는 물론 자사의 다른 모델보다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차라는 인상을 준다. SM3 전기차를 제외하고 8월까지 판매량인 962대는 클리오의 711대보다 많고 QM3의 1007대와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결국 두 모델의 가격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이다.



중간에도 언급했지만 르노삼성은 새 차를 빨리 내놓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그나마 새 차에 속하는 SM6와 QM6도 벌써 2년이 지났다. 그 동안 경쟁 모델들은 대부분 새 옷을 입었다. 올드 보이 3인방이 전체 판매에서 1/3을 차지하는 것은 어떻게 보아도 정상이 아니다. 물론 수익성이 좋고 적당히 팔기 쉬운 차들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오래된 모델로 가성비만을 이야기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도 그렇게 굳어질 수 있다. 최소한 미래에 대한 분명한 계획이라도 발표하거나 QM3의 파워트레인을 다양하게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동희

이동희 칼럼니스트 : <자동차생활>에서 자동차 전문 기자로 시작해 크라이슬러 코리아와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등에서 영업 교육, 상품 기획 및 영업 기획 등을 맡았다. 수입차 딜러에서 영업 지점장을 맡는 등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