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신형 포니를 내놓는다면 얼마나 팔릴까?

2018-11-22     임유신
한국형 레트로 자동차, 그 성공 가능성은

“복고풍 유행이 또다시 밀려온다. 국산차도 역사가 쌓이면서 복고풍 후보가 하나둘 늘어나지만 정작 나온 차는 없다. 한국형 복고풍 모델이 나오면 성공할까?”



[임유신의 업 앤 다운] 자동차 유행은 돌고 돈다. 비슷한 형태와 구성으로 100년 넘게 이어져 왔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유행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예전 유행이 현재 다시 나타나더라도, 요즘 시대에 맞게 개선하고 발전한 형태를 보인다. 외부 요인 영향도 많이 받는다. 기름값이나 안전규제, 여가문화 변화 등에 따라 유행도 변한다.

유행 중에 반복 주기가 그리 길지 않은 것으로 복고풍(레트로)을 든다. 복고풍은 예전에 나왔던 차나 디자인 요소 등을 요즘 시대에 맞게 재해석해 되살린 것을 말한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복고풍은 쉽게 눈에 띈다. 예전의 명성을 되살리기 때문에 인지도를 빠르게 올리고, 과거 향수에 젖은 구매층을 쉽게 끌어들일 수 있다. 요즘 시대에 보는 과거 모습은 신기하고 새로워 보이기 때문에 관심을 끌기 쉽다.

복고풍이 긍정적인 효과만 있지는 않다. 과거 명성에 걸맞은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오히려 비난만 따른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보다는 재탕에 주력한다는 평이 나오기도 한다. 요즘 시대에 맞는 재해석 작업이 부실하면 식상하다는 혹평을 피할 수 없다.



무엇인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시장에서 복고풍은 가끔 써먹기 좋은 유행 요소다. 역사가 긴 업체일수록 복고풍의 원판으로 사용할 모델이 많기 때문에 유리하다. 아예 브랜드 기조를 복고에 두는 업체도 있다.

복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는 미니다. 과거 모델을 부활해 그 콘셉트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라인업 전체가 비슷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복고풍 모델은 대체로 일회성인데 미니는 아예 복고풍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받아들였다.

미니와 함께 꼭 거론되는 모델이 피아트 500과 폭스바겐 비틀이다. 두 차 모두 과거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피아트 500은 귀여운 스타일을 뽐내며 여전히 라인업을 지킨다. 비틀은 최근 단종이라는 비운을 맞이했다. 사실 비틀은 복고풍 모델의 대표로 통했다. 과거 비틀이 워낙 유명해서 후광 덕을 크게 봤다. 그런데 세대가 바뀔수록 관심은 시들해졌다.



복고 모델 특성상 원판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세대가 바뀌었는데도 새로운 느낌을 주지 못했다. 최근 SUV 인기 등 외부 요인도 겹쳐서 비틀은 명을 다했다. 포드 머스탱도 복고 모델 중 하나다. 5세대 모델 때 복고풍을 시도해 큰 인기를 끌었고, 6세대도 5세대의 복고풍 기운을 이어가며 식지 않는 명성을 과시한다.

이 밖에도 페라리 몬자, 푸조 e-레전드 콘셉트카, 포르쉐 911 스피드스터와 935, 스즈키 짐니, 알핀 A110 등 여러 복고풍 모델이 최근에 선보였거나 나올 예정이다. 또다시 복고 열풍이 일어난 조짐이 보인다.



복고풍 유행이 올 때마다 국산차가 떠오른다. 국산차 역사도 이제 꽤 쌓여서 복고풍 모델이 나올 만한데 복고풍 모델은 나오지 않는다. 복고풍 모델 출시 요구가 있는 차는 현대자동차 포니와 기아자동차 프라이드다. 포니는 패스트백 형태로 나왔던 초기 모델, 프라이드 역시 박스형으로 생긴 1세대가 복고풍 모델 후보다. 이 밖에도 몇몇 모델이 복고풍 후보로 거론되지만 역사성이나 존재감으로 볼 때 아직은 이르다.

포니는 최초 국산차로 인정받는 모델이고, 프라이드는 개성 있는 스타일과 실용성으로 사랑받았다. 두 브랜드에서 소형차 라인업을 유지하고 있으니, 넓게 보면 두 차 모두 현재까지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프라이드는 이름도 계속해서 사용한다. 그렇지만 두 차는 현재 소형차 계보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차라 독자적인 가치는 충분하다.



이 차들이 나오면 팔릴까? 새롭고 희소한 차에 관심이 높아진 요즘 분위기 속에서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할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불리한 점이 더 많다. 둘 다 해치백(포니는 엄밀히 말하면 패스트백) 스타일이라 국내에서 불리하다. 해치백도 완성도 높으면 팔리지만, 유독 국산 해치백은 완성도와 무관하게 사람들이 꺼린다. 이런 분위기를 깨지 못하면 성공하기 힘들다. 포니와 프라이드에 대해 좋은 기억을 지닌 사람들은 나이대가 높아서 직접 구매층은 아니다. 직접 구매층이지만 두 차를 모르는 젊은 사람들이 호감을 느끼려면 스타일 완성도가 뛰어나야 한다.

시장의 요구와 실제 판매량이 일치하지 않는 때가 많다. 일부의 목소리가 다수의 의견으로 포장되기 때문이다. 국산차 복고 모델도 요구하는 목소리는 크지만 정작 판매량은 많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업체도 돈이 되지 않는 차는 굳이 만들 필요 없다고 여긴다.



복고 모델은 단순히 판매량이나 수익만 놓고 따질 차는 아니다. 상징성도 크고 차종 다양화에도 기여한다. 아직도 차종 다양화가 미흡한 국산차에 꼭 필요한 차다. 자동차산업이 이 정도로 발달한 시장이라면 한두 차종 정도는 있어야 한다.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꼭 나와야 하는 차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탑기어> 한국판 편집장)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등을 거쳤다. 현재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으로 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