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0만원에 파는 BMW X2, 심리적 장벽 해소할 수 있을까
2018-11-26 김종훈
BMW X2의 가치를 인정할 사람은 누구인가
[김종훈의 차문차답(車問車答)] 보통 신차 가격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기존 모델이 있으니까. 경쟁 모델을 고려하니까. 오차야 생기지만 예상 범위 내다. 하지만 세상사 무릇 예외가 존재한다. 기존에 없던 모델의 가격일 때. 예상 범위를 훌쩍 넘긴 가격이라면 조금 달라진다. 자동차를 바라볼 때 가격이 절대 기준으로 떠오른다. 용도나 취향보다 앞서는 절대적인 요소. 가격이라는 벽을 넘어서야 이성과 감성의 줄다리기도 벌어진다. BMW X2의 가격을 알자 벽이 생성됐다.
Q. BMW X2는 누구를 위한 자동차일까?
BMW의 짝수 모델은 ‘스타일’을 담당한다. 쿠페나 쿠페형 디자인으로 외관이 날렵하다. 보편적 형태에서 공들인 만큼 가격도 올라간다. 1보다는 2가, 3보다는 4가 더 비싸다. 1과 3 사이에서 2가 공백을 채우는 셈이다. 라인업 구성은 물론, 가격도 촘촘하게 릴레이로 이어놓는다. 정교한 전략이다. ‘이왕이면’ 더 좋은 걸 사고픈 심리를 자극하니까. 1 보러 와서 2에 솔깃하게, 2 보러 와서 3까지 사정권에 두도록. 볼륨 모델을 연결하는 모델의 또 다른 임무다.
BMW X2의 가격은 6,190만 원이다. 20d x드라이브 M 스포츠 패키지 딱 한 모델이다. 쿠페형 콤팩트 SUV로서, 앞자리가 다른 가격이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가격은 아니다. 크기 비슷한 다른 모델과 비교하면 더욱 고개가 뻣뻣해진다. 앞서 말한 연결 모델로서 가격을 연결하긴 한다. X1 20d x드라이브가 5천만 원 중반이었다. X3 20d x드라이브는 6천만 원 중반부터 시작됐다. 딱 그 사이에서 X2가 자리 잡았다. 그렇긴 하지만 심리적으로 부딪히는 벽이 높다.
X1과 X2 사이의 거리감이 작용한 결과다. X1은 18d x드라이브 모델이 있었다. 가격은 5천만 원 초중반이었다. 언뜻 보면 거의 1천만 원가량 차이 난다. 물론 이건 등가 비교 대상이 아니다. X2는 20d에, M 스포츠 패키지까지 장착했다. X1 20d x드라이브에도 M 스포츠 패키지를 장착하면 가격은 5,970만원으로 올라간다. 그러니까 결국 따지고 보면 X1과 X2는 약 200만 원쯤 차이 난다. 이렇게 보면 X1과 X2 사이의 거리감은 거의 없다. 하지만 X2는 더 낮은 트림을 선택할 수 없다. 그 조건이 심리적 거리감을 형성했다. 알고 보면 달라진다.
X2는 상위 트림에, M 스포츠 패키지로 역동성 강화한 모델이다. 트림이 하나기에 X2의 성격이 더욱 도드라진다. 쉽게 손을 뻗기 힘든 특별한 존재로 내세운다. 쿠페형 SUV로서, BMW에서 스타일을 담당하는 짝수 모델로서 정체성을 더욱 뾰족하게 벼린다. 그렇게 놓아야 하는 모델이 있다. 벽을 세워 더 또렷해져야 한다. BMW에서 짝수가, X2가 그렇다.
X2는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다. 쿠페형 콤팩트 SUV로서 자극할 요소가 필요했다. 인상을 새롭게 하기 위해 키드니 그릴을 뒤집었다. 3.0 CSL 같은 클래식 BMW에서 착안해 C필러에 엠블럼도 심었다. 동그란 머플러 팁 두 개도 양쪽 끝에 달았다. 노골적인 동그라미 머플러가 고전적으로 느껴지게. 모두 콤팩트 SUV를 달라 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쿠페형 모델답게 매끈한 달리기 실력도 벼렸다. 전고는 물론, M 스포츠 패키지 서스펜션으로 지상고도 낮췄다. SUV지만 날렵한 형태와 자세로 날렵한 주행 성격을 취했다. 속도를 높여도, 아니 속도를 높일수록 더욱 차분하게 달린다. 지금 타고 있는 자동차가 SUV라고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매끄럽게 움직인다. BMW가 잘 빚는 운전의 즐거움이 오롯이 담겼달까. 그러면서 천천히 달릴 땐 SUV의 넉넉한 품도 내비친다. 둘 사이를 영리하게 오간다.
기존 인식을 뒤집는 SUV. BMW가 X2를 선보이며 노린 지점이다. 벽을 깨고 달려 나가는 홍보 영상이 인상적이었다. 의도가 읽혔다. 받아들일 정도야 다르겠지만, X2는 그 의도대로 인식될 거다. X2의 외관부터 요소, 심지어 가격까지 생경할 수 있으니까. 기존에 없던 모델을 선보이기에 강렬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X2는 그 지점을 부각했다. 다시 말하지만 받아들일 정도는 다를 거다. 하지만 새로운 세그먼트를 지향한다면 그럴 필요가 있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그랬던 것처럼. 굳이 따지면 어떤 모델이든 처음에는 나름의 벽이 존재했다. 그리고 결국 벽을 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X2는 어떨까? X2의 가치를 인정할지는 전적으로 각자 몫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김종훈 칼럼니스트 : 남성지 <아레나 옴므 플러스>에서 자동차를 담당했다. 자동차뿐 아니라 남자가 좋아할 만한 다양한 것들에 관해 글을 써왔다. 남자와 문화라는 관점으로 자동차를 다각도로 바라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