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경제가 모빌리티 혁신의 유일한 답은 아니다

2018-12-20     김진석
누가 통합될 모빌리티 시장을 주도할 것인가

[김진석의 라스트 마일]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모빌리티 영역에서의 혁신이 진행되고 있는 시대입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등 차세대 친환경 차량과 AI에 기반한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고 벌써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우버와 그랩 등의 모빌리티 플랫폼은 (우리나라는 아직 아니지만) 어느새 삶 깊숙이 자리 잡게 되었고 아마존(우리나라에서는 쿠팡이 대표적)이 제시한 물류에서의 혁신 역시 멀지 않은 미래로 보입니다.



이러한 혁신은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모빌리티 혁신은 결국 사람 혹은 물건이 이동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직/간접적인 비용이 혁신적으로 낮아지고, 그 결과로 인해 사회가 변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사회적 변화가 따라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람과 물건의 이동이 획기적으로 쉬워지게 되면서 기존에는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가 등장하고 우리의 생활 패턴이 변하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마치 인터넷과 모바일이 정보에의 접근을 획기적으로 쉽게 만들면서 우리의 삶이 변화했던 것처럼 말이죠. 또한 인터넷과 모바일은 온라인 상에서의 변화였지만 모빌리티는 오프라인 상에서의 변화이기 때문에 우리 삶에 더 피부로 와 닿는 변화가 이루어질 것 같기도 합니다.

모빌리티 혁신과 함께 자주 언급되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공유 경제’입니다. 공유 경제는 기존에 이미 존재하는 자원을 새로운 대상에게 대여해주거나 새로운 용도로 활용하여 기존에 없던 부가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공유 경제의 대표주자 중 하나가 모빌리티의 미래에 관해서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인 ‘우버’입니다.



분명 우버를 비롯한 여러 승차 공유 기업들은 도로 위의 수많은 차량들에 존재하는 빈 좌석을 공유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기존에는 없었거나 있어도 활용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이동 옵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승차 공유가 모빌리티 혁신의 모든 것은 결코 아닙니다. 승차 공유는 모빌리티 영역에서 지금 당장 실체화할 수 있던 영역이자 앞으로 시작될 다양한 변화들 중 1단계의 변화일 뿐입니다. 즉 공유 경제는 모빌리티에서의 혁신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 중 하나이며 유일한 대안은 아닙니다.

승차 공유가 현실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우선 엄청나게 많은 수요가 존재해야 하고 이러한 수요를 최대한 만족할 수 있도록 공급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두 가지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은 거의 예술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승차 공유 모델은 수요와 공급의 양 쪽 모두 특정 방향으로 유도할 수만 있을 뿐 통제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승차 공유 모델에서 수요와 공급을 매칭 시키는 일은 본질적으로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며, 그렇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이 완벽히 만족하는 균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어려운 일입니다.

현실적으로 승차 공유 모델의 수요와 공급의 매칭률을 100%로 유지하는 것은 고사하고 50% 이상으로 하는 것도 몹시 어려운 일입니다. 결국 승차 공유 모델만으로는 매칭의 실패라는 비효율이 존재할 수밖에 없어 승차 공유 기업들은 공급을 확실히 통제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당장에는 전업 기사 등 공급 측면에서의 통제력을 확보하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승차 공유 기업들이 점점 더 택시 회사를 닮아가는 것입니다.



반대로 기존의 택시 회사들 중에서 일부는 이미 존재하는 수요들을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합승 등 공급 제공의 효율화를 통해 더 나은 가격에 이동을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 플랫폼 개발에 나서거나 역으로 택시가 승차 공유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택시 회사들도 승차 공유 기업들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또한 완성차 업계 역시 본인들의 역할을 더 이상 좋은 차를 만들고 판매하는 데에만 두고 있지 않습니다. 완성차 업계는 앞으로는 자동차 산업을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Maas)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은 미래 전략으로서 움직이는 모든 것을 직접 제조하고 이를 활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뿐만 아니라 토요타는 그랩과 우버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고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모빌리티 관련 공동 출자회사를 세웠고 볼보는 LA 모터쇼에 단 한대의 차량도 전시하지 않고 차량 공유, 구독 서비스,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보여주는 데 집중할 예정입니다.

(최종적으로는 자율 주행의 시대가 되겠지만) 앞으로 펼쳐질 단계에서는 결국 누가 더 쉬운 이동을 다양한 방법으로 제공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경쟁이 갈리는 만큼 이를 실체화된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며, 승차 공유는 이러한 다양한 기술들을 확보하기 위한 발판 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앞으로의 변화는 반드시 공유 경제 진영이 주도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기반으로 혁신하는 기존의 세력이 미래를 주도할 수 있습니다. 어떤 분야의 기업이 앞으로의 모빌리티 시장을 주도할지는 현재로서는 예측이 도저히 불가능할 정도로 변수가 많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기존에는 자동차 시장, 중고차 시장, 대중교통 시장, 택시 시장이 모두 각기 존재하는 별개의 시장이었다면 앞으로는 심지어 항공 산업까지 모두 모빌리티 시장으로 통합될 것이라는 점은 지금 시점에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차의 시대가 오기 전에도 말이죠. 누가 이 시장을 주도할 것인지는 앞으로 두고 볼 문제입니다.

어느 시대나 그랬듯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읽고 혁신을 위한 물적/인적/기술 자본을 확보한 기업이 앞으로의 미래를 주도할 것입니다. 또한 이들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그 방향을 어떠한 정책과 규제로 유도할 것인지에 따라 우리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미래를 주도하는 기업이 지금은 택시 회사일 수도 있고, 자동차 회사일 수도 있으며 승차 공유로 대표되는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일 수도 있습니다. 과연 어느 쪽이 미래를 주도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어느 쪽이든 미래의 변화에 미리 고민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한 논의가 아직 제대로 시작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정말 단순히 승차 공유를 허용할 것이냐의 차원이 아니라 어떤 모빌리티의 미래를 디자인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분은 어떠한 모빌리티의 미래에서 살고 싶으신가요?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진석

김진석 칼럼니스트 :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다. 자동차 컨텐츠 채널 <카레시피>를 운영하며 칼럼을 기고하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