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코란도 가격, 진짜 투싼·스포티지보다 저렴한가
2019-02-21 전승용
쌍용차의 코란도 가격 책정,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일까
[전승용의 팩트체크] 열다섯 번째 ‘팩트체크’를 시작하기에 앞서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전 쌍용차가 잘 되기를 바라며 응원하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이번 팩트체크 역시 단순한 사실 확인 차원의 가치중립적 칼럼일 뿐, 현대기아차에 사주(?) 받아 신형 코란도의 싹을 잘라버리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쌍용차, 코란도 많이 파세요. 화이팅!!!
쌍용차가 다음주 화요일 출시 예정인 신형 코란도의 가격을 공개하며 사전 계약에 들어갔습니다. 정확한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옵션을 제외하고 트림에 따라 2216~2823만원 수준에서 결정될 예정입니다.
칭찬이 쏟아졌습니다. ‘가격 좋네!! 잘 돼서 좋은 모습 기대합니다’라는 응원의 댓글과 ‘잘 생각했다.. (한국)GM처럼 가격했다간 망해. 일단 현대기아차보단 싸게..품질은 좋게’라며 다른 회사와 비교하는 댓글이 인상적입니다.
또, ‘쌍용이 흥해야 현대기아차 가격이 내려간다’를 비롯해 ‘현대기아차에서는 나올 수 없는 가격’이나 ‘가격 좋아!!, 크기만 투싼보다 작지 않으면 합격’이라는 의견, ‘디자인이 좋은데 가격도 착하다. 이번 기회에 현대기아차 확 눌러버려라’는 글도 눈에 띄네요.
너무 좋은 반응에 신형 코란도의 트림별 가격과 트림별 사양을 살펴봤습니다. 또, 투싼과 스포티지 등 신형 코란도 경쟁 모델의 가격과 트림별 사양도 함께 찾아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신형 코란도의 가격은 그냥 ‘나올만한 수준으로 나왔다’ 입니다. 댓글처럼 극찬을 받을 정도로 저렴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양이 달라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투싼 및 스포티지와 엎치락뒤치락 합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이들보다 비쌀 수도 있겠네요.
엔트리 트림인 샤이니의 가격은 2216~2246만원입니다. 얼핏 보면 2381만원에 시작하는 투싼 1.6 디젤(스마트)보다 135~165만원 저렴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코란도의 샤이니 트림은 수동변속기 모델이지만, 투싼의 스마트 트림은 자동변속기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6단 자동변속기가 아니라 7단 DCT죠.
샤이니 트림에 자동변속기를 추가하면 가격은 투싼 수준으로 올라갑니다. 코란도보다 한 등급 아래인 티볼리도 자동변속기 장착 시 157만원이 추가됩니다. 2216~2246만원 중 어떤 가격을 선택하냐에 따라 투싼보다 저렴할 수도, 비쌀 수도 있다는 것이죠.
스포티지와 비교하면 조금 더 명확해집니다. 스포티지의 경우 코란도(1.6 디젤)보다 배기량이 큰 2.0 디젤 엔진에 장착하고도 2224만원에 수동변속기 모델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1.6 디젤에 7단 DCT가 조합된 엔트리 트림의 가격은 2366만원으로 투싼보다 15만원 저렴하네요.
제 생각으로는 투싼이나 스포티지보다 높은 가격에 나올 가능성이 더 높아 보입니다. 티볼리의 자동변속기 옵션은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부츠타입 기어노브’ 조합인데, 신형 코란도는 ‘6단 자동변속기+가죽 기어노브+드라이브 모드 시스템’으로 사양이 더 좋기 때문이죠. 티볼리(156만원)보다 자동변속기 옵션 가격이 더 비쌀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부에서는 신형 코란도는 기본 트림인 샤이니부터 긴급제동보조(AEB), 차선 유지보조(LKA), 앞차 출발 알림(FVSA), 부주의 운전경보(DAA), 안전거리 경보(SDA) 등 첨단 안전사양이 기본 적용됐다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투싼과 스포티지에도 전방 충돌방지 보조, 전방 충돌 경고, 차로 이탈방지 보조, 차로 이탈 경고, 운전자 주의 경고 등이 기본으로 들어갑니다. 이름만 다를 뿐 거의 비슷한 사양이 탑재된 것이죠.
이는 고급 트림으로 가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차량별로 트림에 따라 기본 사양과 옵션이 다를 뿐 비슷한 상품 구성을 했을 경우 최종 가격은 별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쌍용차가 매번 수동변속기 모델을 앞세워 가격 마케팅을 하는 것에 아쉬움이 있습니다. 물론, 재미를 봐서 계속 써먹는 것이겠지만, 사실상 살 수 없는(아니, 팔지 않는) 모델로 ‘저렴한 척’ 하는 것은 일종의 소비자 기만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실제로 요즘 수동변속 모델로 가격표를 발표하는 브랜드는 쌍용차가 거의 유일할 듯합니다.
뭐, 그래도 나머지는 나쁘지 않습니다. 디자인 평가도 괜찮고, 상품성에서도 현대기아차를 꽤 따라잡은 듯합니다. 코란도란 이름 발표를 시작으로 실내 이미지와 첨단 기술, 공간 활용성, 외관 디자인, 가격 등을 전략적으로 공개하는 마케팅도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현재 준중형 SUV 시장 상황은 신형 코란도에게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투싼과 스포티지가 형동생에 치여 힘을 못 쓰고 있는 세그먼트의 전반적인 위기 속에서 신형 코란도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전승용 칼럼니스트 : 모터스포츠 영상 PD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담갔으나, 반강제적인 기자 전업 후 <탑라이더>와 <모터그래프> 창간 멤버로 활동하며 몸까지 푹 들어가 버렸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