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란도, ‘롱바디’ 없이도 대성공 자신하는 세 가지 이유
2019-02-28 전승용
신형 코란도, 투싼·스포티지 잡을 수 있을까
[전승용의 팩트체크] 쌍용차·쉐보레·르노삼성이 현대기아차를 넘어서기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현대기아차는 하루가 멀다 하게 신차를 출시하고, 심심하면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고, 그것도 모자라서 매년 연식 변경 통해 상품성을 개선합니다. 쌍용차·쉐보레·르노삼성이 이런 변화를 따라잡기란 도저히 불가능해 보입니다. 이미 규모의 경제, 또는 선순환 고리에서 엄청난 격차가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80%에 달하는 현대기아차의 국산차 점유율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그렇다고 아예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뛰어난 상품성을 가진, 업계를 뒤흔들만한 신차가 나오면 철옹성 같은 현대기아차도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소형 SUV 시장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는 티볼리, 쏘나타·K5의 점유율을 뒤흔든 SM6·말리부 등이 그러합니다.
최근 나온 쌍용차 신형 코란도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진심으로 쌍용차, 신형 코란도의 선전을 응원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제가 지난주에 썼던 ‘신형 코란도 가격, 진짜 투싼·스포티지보다 저렴한가’ 칼럼에 왜 그렇게 부정적인 댓글이 달렸는지 새삼 깨닫게 되네요.
‘신차 계속 지금처럼 나오고, 가격도 착하게 나왔으면 좋겠네요. 쌍용 흥해라!! 그리고 다른 기업처럼 내수차별 안 하면 성공할 거에요’란 글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듯합니다. ‘진짜 작정하고 나온 것 같네요. 대박 나서 코란도로 4만대 이상 생산 가능하면 연간 15만대 생산도 꿈은 아니겠어요’란 댓글도 인상적입니다. ‘성공! 현대기아차 꼭 잡아주시길’이라던가 ‘쌍용이 잘 돼서 현대기아차 기세를 눌러줬으면 한다. 그리고 착한 기업이 돼라’는 당부의 말도 눈에 띕니다. 아, 중간에 있는 ‘싼타페급에 투싼 가격이니 무조건 대박이다’란 댓글은 살짝 무시해주시면 됩니다. 신형 코란도는 딱 투싼급에 투싼 가격입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로 봐서 코란도(코란도C)는 뭔가 투싼·스포티지와 상대도 안 될 정도의 약자처럼 보입니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표현처럼 투싼·스포티지는 코란도가 절대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벽이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선전은 기대하지만, 결코 이기지는 못할 것이라고요. 과연 그럴까요.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현재 코란도는 상당히 저평가된 상태입니다. 최근 몇 년간의 부진 때문에 존재감을 잃었을 뿐, 투싼·스포티지에 그렇게까지 밀렸던 모델은 결코 아닙니다. 상품성만 따라준다면 이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능력이 충분히 있습니다. 코란도C가 처음 나온 2011년부터 함께 살펴볼까요.
2011년 2월 22일에 국내 출시된 코란도C는 그해 말까지 1만615대가 판매되며 나름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나름 선전했다는 표현은 당시 쌍용차를 둘러싼 어려운 환경 때문인데요. 사실, 코란도C는 중국 상하이자동차에서 인도 마힌드라로 넘어가는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당초 계획보다 2년가량 늦게 나온 모델이었습니다. 이런 늦깎이가, 그것도 2009년 투싼ix와 2010년 스포티지R이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던 상황에서도 1만대를 넘겼다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은 판매량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출시 이후 4년 연속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2012년 1만6685대를 시작으로 2013년에는 1만9317대를 판매하더니 2014년 2만1840대로 2만대를 넘겼습니다. 같은 기간 투싼·스포티지가 3만7000~4만8000대 사이를 왔다 갔다 한 것을 고려하면 꽤 존재감 넘치는 경쟁자였음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를 정점으로 코란도C의 판매량은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2015년 1만5677대, 2016년 8951대, 2017년 7841대에 이어 작년에는 고작 3610대를 파는데 그쳤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란도는 투싼·스포티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 팔리는 저평가 모델이 되어버린 것이죠.
코란도C의 부진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겠습니다. 첫 번째는 제품의 노후화, 두 번째는 티볼리와의 간섭, 세 번째는 준중형 SUV 시장의 전체적인 부진입니다. 한 마디로 ‘나온 지 10년 된 사골 모델이 안에서는 티볼리에 밀리고 밖에서는 싼타페에 치였다’는 것이죠. 이에 대해서는 더 세부적인 분석이 가능하지만, 이 칼럼에서는 생략하겠습니다.
다행히 이번에 나온 신형 코란도는 전작과 달리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코란도C가 겪었던 부진의 원인을 대부분 해결한 상태에서 나왔기 때문이죠.
첫 번째로 최신 모델인 만큼, 새로운 디자인 및 다양한 첨단 사양을 탑재했습니다. 티볼리에서 호평 받은 디자인 언어를 그대로 적용했으며, 긴급제동보조(AEB), 차선 유지보조(LKA), 앞차 출발 알림(FVSA), 부주의 운전경보(DAA), 안전거리 경보(SDA) 등의 첨단 사양을 기본 적용했습니다. 여기에 딥컨트롤이라는 차량제어기술도 탑재했습니다. 결코 투싼·스포티지에 밀리지 않고, 몇몇 사양은 더 우수합니다.
티볼리와의 간섭도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티볼리가 아무리 인기 모델이어도 나온 지 벌써 4년이 지났습니다. 예전에는 티볼리를 파는 게 더 쉽고 실적에 도움이 됐다면, 이제는 코란도를 파는 게 더 이익인 시기가 온 것입니다. 이에 맞춰 영업사원들도 전사적으로 코란도 판매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이번에 나온 신형 코란도는 꽤 만족스러운 상품성을 갖췄습니다. 티볼리 판매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쌍용차의 전체적인 볼륨을 높일 여력이 생겼다는 것이죠. 티볼리와 코란도의 윈윈을 노려볼만 합니다.
준중형 SUV 시장의 부진 문제에 대한 부담도 투싼·스포티지에 비해 적습니다. 이들에게는 자신들보다 더 많이 팔리는 형님(싼타페·쏘렌토)의 존재가 있지만, 코란도는 G4 렉스턴 이외에 이런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티볼리처럼 롱바디 모델을 내놓는다면 싼타페·쏘렌토급 중형 SUV 볼륨을 빼앗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합니다. 그러나 쌍용차에 문의 결과 “현재 코란도 롱바디 모델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코란도와 G4 렉스턴 사이급 모델을 출시할 수도 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어쨌든 쌍용차는 신형 코란도를 계기로 브랜드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고 싶어 하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이는 모습입니다. 티볼리가 꾸준히 볼륨을 책임지고 있지만, 수익성이 그리 큰 모델이 아닌 만큼 코란도를 통해 안정적인 흑자 전환을 이루고 싶은 것이겠죠.
올해 판매 목표는 3만대로, 월 3000대를 팔겠다고 합니다. 투싼과 스포티지의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이 각각 3100~3550대임을 고려하면 매우 공격적인 숫자입니다. 그만큼 새로운 코란도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겠네요. 신형 코란도를 직접 보니 티볼리로 거둔 성공 경험치가 고스란히 녹아 있었음이 느껴졌습니다. 자신감을 보일만 합니다.
이처럼 쌍용차는 신형 코란도로 투싼·스포티지를 넘어설 준비를 마친 듯합니다. 지난 칼럼에 언급한 것처럼 현재 준중형 SUV 시장 상황은 신형 코란도에게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투싼과 스포티지가 형동생에 치여 힘을 못 쓰고 있는 세그먼트의 전반적인 위기 속에서 신형 코란도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저는 충분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전승용 칼럼니스트 : 모터스포츠 영상 PD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담갔으나, 반강제적인 기자 전업 후 <탑라이더>와 <모터그래프> 창간 멤버로 활동하며 몸까지 푹 들어가 버렸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