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산 코발트와 끔찍한 아동 착취, 그리고 BMW의 결단

2019-03-28     이완
BMW는 왜 콩고산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나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전기 자동차는 비싸다. 물론 비싼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배터리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로 리튬 이온 전지가 쓰인다. 리튬 이온 전지는 충전해 쓸 수 있는 2차 전지의 하나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에 들어간다. 그런데 이 전지가 전기차에 쓰이기 시작하면서 배터리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수요에 맞춰 공급이 늘고는 있지만 배터리 가격은 기대만큼 떨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이 빠르게 곳곳에 생겨나며 2~3년 안에 수요와 공급의 역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여전히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전기차 배터리는 왜 이렇게 비쌀까?



◆ 전기차 배터리 가격의 절반은 소재비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원가의 절반 정도가 소재 비용으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2천만 원짜리 배터리 하나를 만든다면 그 절반인 천만 원이 소재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소재비는 다시 양극재(배터리의 플러스극)와 음극재에 들어가는 원료에 대략 절반가량이 쓰인다.

양극재와 음극재는 리튬, 코발트, 망간, 니켈, 등으로 구성되는데 말 그대로 배터리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 광물이다. 이중 특히 국제 사회에서 문제 되고 있는 것은 코발트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코발트의 비싼 가격과 이 코발트가 생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논란이다.



◆ 콩고 코발트 현장의 아동 노동력 착취

‘하얀 석유’, ‘디지털 시대의 다이아몬드’ 등으로 불리는 코발트는 매장량이 많지 않다. 그리고 전체 매장량의 절반 이상이 아프리카 콩고 한곳에 집중돼 있다. 한 해 코발트 생산량의 60%가량이 이 콩고산일 정도로 생산 비중 또한 높다. 콩고에서 생산량이 늘면 코발트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생산량이 줄면 가격이 상승하는, 한 마디로 콩고 상황에 따라 코발트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수급 불안정 외에 중요하게 비판받는 것은 바로 코발트 채취 과정에서 심각하게 인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앰네스티는 수년 전 콩고 코발트 광산에서 벌어지는 아동 노동 착취 문제를 조사해 발표한 바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8~10살 수준의 어린이들이 맨손으로 코발트를 채취하고 있다는 충격적 내용이었다. 심지어 미국 방송이 취재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관리자는 아이에게 주먹질을 하는 등, 끔찍한 환경 속에 아이들이 놓여 있었다.

어린이들만이 아니었다. 성인들도 폐렴 위험이나 기형아 출산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고 국제 앰네스티는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2차 전지를 생산하고 이를 공급받는 세계적 기업들의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다수의 기업이 코발트가 열악한 환경에서 아동 노동력 착취를 통해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국제 앰네스티가 전한 것이다.

앰네스티의 노력으로 콩고의 코발트 생산 문제가 글로벌 이슈로 떠올랐다. 기업들도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7년 연말 발표된 앰네스티의 새로운 보고서에는 여전히 많은 관련 기업이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콩고 코발트를 공급받고 있다고 지목된 28개 기업을 분석, 공급 방식에 대한 개선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5단계로 평가했는데 최고 단계인 ‘가능한 모든 충분한 조처’에 해당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한 기업
없음

▪ 충분한 조처를 한 기업
애플, 삼성SDI

▪ 적정한 조처를 한 기업
델, HP, BMW, 테슬라, LG화학

▪ 최소한의 조처를 한 기업
소니, 삼성전자, GM, 폭스바겐, 피아트, 크라이슬러, 다임러 등

▪ 조처를 하지 않은 기업
마이크로소프트, 레노버, 르노, 화웨이, 보다폰, BYD 등

당시 앰네스티는 자동차 기업 중 BMW가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공급망 정책과 방식이 다소 개선된 수준일 뿐, 여전히 어떤 곳들이 제련하고 가공하는지를 공개하지 않았고, 평가 내용 또한 공개할 계획이 없다며 비판했다. 그런 BMW가 드디어 1년 반 만에 의미 있는 계획을 공개했다.



◆ 콩고 코발트 사용하지 않겠다는 BMW

최근 BMW 그룹의 구매를 총괄하고 있는 안드레아스 벤트 이사는 독일의 한 자동차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5세대 전기차가 출시될 2020년과 2021년부터는 콩고에서 생산되는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영 그룹에 속한 최고위 임원의 발표라는 점에서 BMW의 공식적인 결정이라 볼 수 있다.

인권 문제와 환경 문제 등을 일으키는 광물이 포함된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으로 회사 이미지가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고, 그런 우려 속에 새로운 공급 루트를 찾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피했다. 현재 BMW는 삼성SDI 등으로부터 배터리를 제공받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CATL 등과 손잡고 배터리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업체 CATL은 파나소닉을 따돌리고 세계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 1위 자리에 오른 곳이다. 최근 독일에 3천억 원 이상의 돈을 투자해 새로운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고, BMW는 이런 CATL로부터 5조 2천억 원 상당의 배터리셀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현재 CATL을 비롯해 대부분의 배터리 생산 기업들이 중국 화유와 같은 코발트 최대 공급업체와 손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콩고 코발트는 중국 자본의 지배하에 있다)

BMW가 CATL로부터 차기 배터리 셀 공급을 받기로 했다면 과연 콩고산 코발트를 제외하고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까? BMW 결정에 일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어쨌든 BMW는 아동 노동 착취로 채굴되는 콩고산 코발트와 작별을 고했다. 세계적인 기업들 중 가장 먼저 콩고 코발트 문제에 대답을 내놓은 곳이 아닌가 싶다. BMW의 이번 결정이 다른 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를 바란다.



◆ 추가 : 해법과 대안 찾기에 총력

국제 사회가 콩고 코발트 채취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파괴와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높인 이후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BMW처럼 아예 공급 루트를 바꾸는 기업이 등장하는가 하면, 코발트 생산 과정을 감시하는 시스템도 마련됐다. 또 테슬라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파나소닉도 계속해서 코발트의 비중을 줄여오고 있다.

LG화학이나 삼성SDI와 같은 우리나라 주요 배터리 공급업체들 또한 코발트 비중이 적은 배터리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발트 비중을 줄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코발트는 배터리에 안정성을 높여주기 때문에 이게 적을 경우 배터리 발열이나 내구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아예 새로운 형태의 차량용 배터리 전지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저렴하면서 효율이 높은 대체 광물을 이용한 배터리 상용화가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