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LPG차량 가격 내리고, LPG값도 인하하면 어떨까요?
2019-04-10 전승용
LPG 차량 연료비, 가솔린·디젤·하이브리드보다 얼마나 저렴한가
[전승용의 팩트체크] 지난달 26일부터 일반인도 LPG 차량을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그동안 LPG 연료 사용 제한 조항을 폐지한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을 공포·시행한 덕분입니다. 이에 따라 일반인도 신규 혹은 중고 LPG 차량을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고, 자동차 구조변경업체를 통해 기존에 보유한 휘발유 및 경유차를 LPG 차량으로 개조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당장 ‘도넛 탱크’를 앞세운 르노삼성이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르노삼성은 개정법이 시행된 26일부터 SM6 및 SM7 LPG 모델의 일반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7월쯤에는 SUV인 QM6에도 LPG 버전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7월 나오는 QM6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입니다.
현재 국내 판매되는 승용 LPG 차량은 SM6와 SM7 이외에 기아차 모닝과 레이, K5와 K7, 현대차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등 그리 많지 않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으로 LPG 연료를 사용하는 신차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LPG 차량의 장점은 아무래도 연료비가 저렴하다는 것입니다. 뭐, 질소산화물 등 배출가스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죠. 일반 휘발유 차량보다 엔진 성능이 떨어지고, 연료통을 추가할 공간이 필요하고, 겨울철 시동도 안정적이지 않다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음에도 LPG 차량이 각광받는 이유는 저렴한 연료비로 인한 경제성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LPG 차량의 연료비는 가솔린이나 디젤, 하이브리드 차량에 비해 얼마나 저렴할까요? 이들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을 정도로 연료비 절감이 가능할까요?
LPG와 가솔린, 디젤, 하이브리드가 모두 있는 LF 쏘나타의 연비를 기준으로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연비는 에너지관리공단 측정, 가장 좋은 모델을 기준으로 하겠습니다. 연간 주행거리는 2만km, 연료비는 4월 8일 16시 현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 전국 평균가로 했습니다.
LF 쏘나타 LPG 모델의 복합 연비는 9.6km/l입니다. 1년에 2만km를 달리면 약 2084리터가 필요합니다. LPG 가격이 796.68원/l이니 총 166만282원이 듭니다.
가솔린 모델의 연비는 12.6km/l입니다. 2만km로 달리는데 약 1588리터가 드네요. 리터당 1406.03원이니 총 223만2776원이 드네요. LPG와 비교해 연간 57만2494원이 더 들어갑니다.
디젤 모델의 연비는 16.8km/l로, 2만km를 주행하려면 1191리터가 필요합니다. 리터당 가격은 1302.44원으로 총 155만1206원입니다. LPG보다 10만9076원 적네요.
이번에는 하이브리드를 비교하겠습니다. 복합 연비가 18.2km/l니 2만km 달릴 경우 1099리터의 휘발유를 사용합니다. 1리터에 1406.03원으로 계산하면 154만5227원입니다. LPG와의 차이는 11만5055원 저렴합니다.
한눈에 보기 쉽게 퍼센테이지(%)로 정리해보죠. 가솔린 모델의 연료비는 LPG 모델에 비해 34.5%가량 더 듭니다. 반면, 디젤 모델은 약 6.6%, 하이브리드 모델은 약 6.9%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물론, 이 숫자는 어디까지나 LF 쏘나타를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차량의 특징에 따라 결과는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그리 큰 차이는 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 지금은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한 시기여서 세금이 낮은 LPG가 조금 손해를 보는 구조네요. 유류세 인하가 끝나면 LPG의 경쟁력은 이보다 조금 좋아지겠습니다.
제가 이번 칼럼을 쓴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자신의 주행 상황에 적합한 연료의 차량을 선택하라는 것, 다른 하나는 LPG 차량의 경쟁력을 지금보다 더 떨어트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단순히 리터당 연료비가 저렴하다고 해서 무턱대고 LPG 차량을 사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리터당 연료비가 저렴하더라도 연비에 따라 들어가는 총 연료비는 더 비쌀 수 있습니다. 자신의 주행 상황에 적합한 연료의 차량을 선택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LPG 차량이 가솔린 차량의 대체재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연료비가 저렴한 디젤을 대체하는 게 마땅하겠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이익은 가솔린 모델에서 나오기 때문이죠. 게다가 현대차도 신형 쏘나타를 내놓으며 디젤 모델을 제외했고, 르노삼성도 올해부터 SM6 라인업에서 디젤을 뺐습니다. 어쩔 수 없이 ‘LPG vs 가솔린’ 구도가 만들어진 셈이죠.
더 중요한 것은 제조사에서 LPG 차량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면 안 된다는 겁니다. LPG 차량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디까지나 경제성입니다. 여기에는 연료비뿐 아니라 차량 가격도 포합됩니다. 지금까지 LPG 모델은 택시, 렌터카 전용으로 만들어져 일반 가솔린 차량에 비해 훨씬 저렴합니다.
영업용에서 일반용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생기는 어쩔 수 없는 가격 인상은 그렇다 쳐도, 괜히 필요 이상의 고급 사양을 덕지덕지 넣어 가격을 올리는 것은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지름길입니다. 특히, 택시와 렌터카 사양의 기본 트림도 일반인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겠죠.
정부에서도 LPG의 가격을 올려서는 안 되겠습니다. 이는 많은 소비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부분인데요. 일반 판매를 시작한다고 해서 가격을 올린다면 LPG 차량의 장점은 단숨에 사라질 겁니다.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LPG 차량 판매 규제를 푼 것이라면 LPG 가격을 유지하거나 낮추는 과감한 정책도 필요할 듯합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전승용 칼럼니스트 : 모터스포츠 영상 PD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담갔으나, 반강제적인 기자 전업 후 <탑라이더>와 <모터그래프> 창간 멤버로 활동하며 몸까지 푹 들어가 버렸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