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는 ‘A/S 꽝’, 국산차는 ‘물렁’...고정관념의 명과 암
2019-04-14 임유신
“자동차마다 오래전부터 박힌 고정된 이미지가 있다. 세월이 흘러 특성이 변했는데도 이미지는 예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고정된 이미지를 보고 차를 판단해도 될까?”
[임유신의 업 앤 다운] 자동차를 살 때 사람마다 판단하고 결정하는 방법은 다르다. 어떤 사람은 대리점에 찾아가 실제로 시승해보고 꼼꼼하게 실물을 확인한 뒤 결정한다. 반대로 실물은 확인하지 않고 그냥 인터넷에서 훑어본 정보로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마음에 드는 차가 있다면 정보도 확인하지 않고 바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자신이 탈 차를 사면서 주변 사람이 골라주는 차를 사기도 하고, 주변에서는 그 차는 안 된다고 뜯어말리는데 자신의 선택을 밀어붙이기도 한다.
이처럼 차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방법은 제각각이지만 공통으로 의존하는 방법도 있다. 자동차의 고정된 이미지를 판단의 근거로 삼는 방법은 대부분 사람이 예외 없다. 고정된 이미지는 좋은 또는 나쁜 내용 모두 해당한다. 이미지가 좋은 차는 오래도록 판매에 긍정적인 효과를 얻지만, 나쁜 차는 잘 만들어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고정된 이미지는 바꾸기가 쉽지 않아서 잘 관리해야 하고 고쳐나가야 한다. 업체들도 좋은 이미지는 살리고 나쁜 이미지는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
고정된 이미지는 다양한 형태로 전파한다. 긴 설명이 필요하기도 하고, 짧은 슬로건으로 간결하고 명확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오랜 역사를 이어가는 어떤 차 또는 브랜드는 아예 격언 식으로 전해진다. 특정 차에 고정된 이미지가 박히기도 하고, 아예 브랜드 또는 회사 전체에 특정한 이미지가 생기기도 한다. 수입차 또는 국산차, 국가나 대륙 등 넓은 특정 군에 이미지가 고정될 때도 있다.
‘그 브랜드는 못생긴 차만 만든다’, ‘파워트레인이 대체로 부실하다’, ‘애프터서비스가 형편없다’, ‘디자인은 멋진데 마무리가 별로다’, ‘기본기는 충실한데 편의장비가 부족하다’, ‘인테리어 품질이 떨어진다’, ‘잔고장이 많다’ 등은 부정적인 이미지다. ‘안전도가 뛰어나다’, ‘운전의 재미가 남다르다’,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하다’, 등은 이미지를 잘 구축한 경우다. 고장이 잘 나는 차는 ‘두 대를 사서 타고 다녀야 한다’거나, 완성도가 뛰어난 브랜드는 ‘무슨 차를 골라도 후회 없다’는 등 격언과 유사한 형태로 고정된 이미지가 전달되기도 한다. ‘수입차는 비싸다’, ‘국산차는 기본기가 약하다’, ‘일본차는 내구성이 좋다’, ‘독일차는 역동적이다’, ‘미국차는 수준이 떨어진다’ 등은 특정 브랜드를 넘어 국가나 분야로 고정된 이미지가 넓어진 사례다.
고정된 이미지는 맞아떨어지기도 하지만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세월이 흐르면서 특성이 바뀌는 등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일본차는 내구성이 좋고 잔고장이 적다고 한다. 대체로 맞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잔고장이나 해결하지 못한 결함으로 인해 피해 보는 사람도 있다. 수입차는 애프터서비스가 별로라는 말도 예전과는 그 정도가 달라졌다. 수입차 시장이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비스센터도 늘어서 애프터서비스 환경이 과거보다는 나아졌다. 그리고 정작 그런 소리 듣는 브랜드 차 소유자는 크게 불편하지 않은데,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독일차는 하체가 단단해서 승차감이 딱딱하다는 이미지가 박혀 있지만, 요즘 독일차는 예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부드러워졌다. 반대로 국산차는 하체가 물러서 출렁거린다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요즘 그런 차는 거의 없다.
고정된 이미지가 바뀌기도 한다. 미국차는 디자인도 별로이고 부실하다는 고정된 이미지는 예로부터 있었지만, 요즘은 그런 이미지가 많이 희석됐다. 디자인이나 품질 개선이 이뤄지면서 수준이 높아졌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볼보는 예로부터 ‘안전의 볼보’로 통한다. 실제로 안전장비도 많고 안전도도 높다. 그런데, 요즘에는 볼보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브랜드도 안전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꼭 볼보만 유별나게 안전이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다. 고정된 이미지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변한 경우다. 그래도 여전히 안전 하면 볼보 브랜드가 떠오르니, 고정된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고정된 이미지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판단의 근거로 활용한다. 문제는 고정된 이미지가 대체로 맞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때도 있다는 점이다. 고정된 이미지만으로 판단한다면 제대로 된 결과를 얻기 힘들고 후회도 따른다. 차를 구매할 때도 고정된 이미지에 좌우되기 보다는 객관적인 판단이 앞서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일부의 의견이 확대되고 소문이 퍼져 고정된 이미지로 자리 잡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적당히 걸러 들어야 한다. 참고는 하되 전체가 그렇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정확한 평가가 이뤄진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탑기어> 한국판 편집장)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