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나·스토닉 있는데, 왜 굳이 베뉴·셀토스를 추가할까

2019-06-20     전승용


베뉴에 셀토스까지…B세그먼트 SUV ‘많아도 너무 많다’

[전승용의 팩트체크] 현대차와 기아차가 이번 달에 각각 베뉴와 셀토스를 출시합니다. 코나와 스토닉이 나온지 2년 만으로, 이제 국산 B세그먼트 SUV 시장은 모두 7개의 모델이 경쟁하는 가장 치열한 전쟁터가 되겠네요.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는데요. 아무리 B세그먼트 SUV의 인기가 높다지만, 많아도 너무 많아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본격적인 칼럼에 앞서 간단히 국내 B세그먼트 SUV 시장의 역사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내 B세그먼트 SUV 시장은 2013년 2월 쉐보레 트랙스가 열었습니다. 지금까지 없었던 작은 SUV의 등장에 소비자들은 많은 기대감을 보였죠. 그러나 막상 출시된 후 판매량은 매우 저조했습니다. 워낙 생소한 모델이다 보니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는 인식이 있었고, ‘SUV=디젤’이던 시기에 가솔린 모델만 나왔기 때문이었죠. 또, 성능은 좋지만 실내 디자인과 소재 등이 저렴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으며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르노삼성이 같은해 12월 내놓은 QM3입니다. 국산차냐 수입차냐 이중국적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깜찍한 디자인과 당시 리터당 18.5km란 압도적인 연비로 높은 인기를 모았습니다. QM3의 가장 큰 역할은 트랙스 때와 달리 소비자들이 초소형 SUV도 살 만한 차라고 인식하게 만든 것이었죠.



이 열매는 대부분 티볼리에게 돌아갔습니다. 오랜만에 나온 쌍용차의 신차라는 기대감도 컸지만, 무엇보다 1600만원대(물론, 안 파는 수동변속기 모델이지만)에서 시작하는 넓은 가격대에 가솔린-디젤, 수동-자동변속기, 전륜-사륜구동, 숏바디-롱바디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춰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여성 소비자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높은 판매량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가만히 보고 있을 현대기아차가 아니죠. 2017년 7월 현대차는 코나, 기아차는 스토닉을 동시에 내놓으며 B세그먼트 SUV 시장에 뛰어들더니, 그것으로도 모자랐는지 이번에 베뉴와 셀토스를 추가합니다. 한 브랜드에 2개의 B세그먼트 SUV가 있는 신기한 광경입니다.

덕분에 국산 B세그먼트 SUV 시장은 트랙스, QM3, 티볼리, 코나, 스토닉, 베뉴, 셀토스 등 모두 7개 모델이 경쟁하는 전쟁터가 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국내 B세그먼트 SUV 시장은 쌍용차와 르노삼성, 한국GM이 차지하던 골목상권(?) 이었으니까요. 이미 코나와 스토닉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모델을 추가해 라인업을 세분화해야 했을까요. 영화 <해바라기>의 명대사가 생각납니다.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베뉴는 현대차 버전의 스토닉이고, 셀토스는 기아차 버전의 코나입니다. 물론 개발 콘셉트와 세부적인 상품성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어쨌든 현대차와 기아차가 비슷한 느낌의 B세그먼트 SUV를 각각 2종씩 갖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질문을 해봅시다. 그것은 바로 ‘지금 이 시점에서 베뉴와 셀토닉을 국내 시장에 내놔야 했을까?’입니다.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 제품 세분화를 통해 시장을 키우고 점유율을 높이려고 했겠지만, 현재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은 듯합니다.

이는 국산 B세그먼트 SUV 시장의 판매량 흐름과 현대기아차의 점유율 변동 폭을 살펴보면 보다 자세히 나타납니다.



트랙스에서 시작된 국산 B세그먼트 SUV 시장은 2013년 9214대 수준이었으나 2014년 QM3가 활약하며 2만8559대로 늘었습니다. 여기에 티볼리가 추가되며 2015년 8만2308대, 2016년 8만6226대로 급증했죠.

2017년 7월, 코나와 스토닉이 나오자 판매량은 11만6712대까지 뛰어올랐습니다. 이 둘의 실적은 6개월 치만 반영된 것으로, 1년을 다 채우면 15만대 이상도 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2018년 실적은 12만9824대에 그쳤고, 올해는 더 떨어졌습니다. 올해 1~5월 판매량을 살펴보니 총 4만6480대로 작년 같은 기간(4만9500대)보다 6.1% 감소했네요. 월평균 9900대 팔리던 곳이 9296대로 줄어들었습니다.



현대기아차의 판매량과 점유율도 하락했습니다. 지난해 2만5921대로 52.4%를 차지했던 이 둘의 실적이 올해는 2만2483대, 48.4%로 내려갔습니다. 코나는 1만8202대(36.8%)에서 1만7852대(38.4)로, 판매량은 조금 줄었지만 점유율은 늘었습니다. 반면 스토닉은 7719대(15.6%)에서 4631대(10.0%)로 판매량과 점유율이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코나에는 전기차가 있거든요. 올해 판매된 코나 1만7852대 중 전기차는 6372대로 35.7%에 달했습니다. 전기차가 없었다면 코나는 스토닉보다 더 떨어졌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현대기아차는 B세그먼트 SUV 시장 크기 및 점유율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물론, 베뉴와 셀토스가 출시되면 B세그먼트 SUV 판매량은 늘어나겠죠. 현대기아차 점유율도 오르고요.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정해져 있거든요. 그리고 전체적인 추세는 더 크고 고급스러운 모델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베뉴와 셀토스를 추가해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요.



일부에서는 더 많은 모델이 경쟁하면 소비자들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 더 좋은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릴 수도 있습니다. B세그먼트 SUV만 생각하면 맞는 이이기지만, 전체 시장을 놓고 보면 아니거든요.

B세그먼트 SUV가 늘어나면서 경차 시장은 위축됐고, 소형차(세단) 시장은 아예 사라져 버렸으니까요. 저렴한 가격에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실용적인 모델이 없어졌다는 겁니다. 그만큼 선택의 폭이 줄어든 것이죠. 말이 나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B세그먼트 SUV, 고급 트림에 이것저것 옵션 넣으면 절대 무시하지 못 할 가격이 되는 게 사실이니까요.

이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도 있습니다. 경쟁력 없는 제품은 시장에서 도태되는게 당연하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조사가 만들어가는 방향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전승용 칼럼니스트 : 모터스포츠 영상 PD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담갔으나, 반강제적인 기자 전업 후 <탑라이더>와 <모터그래프> 창간 멤버로 활동하며 몸까지 푹 들어가 버렸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