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없이도 잘 나가는 타이어, 어디까지 왔는가
2019-06-24 김태영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공기주입식 고무 타이어는 1895년에 처음 양산됐다. 그 후로 약 124년간 타이어 기술은 다양한 방면으로 발전했다. 카커스, 비드 와이어, 사이드 월 같은 타이어의 기본 구조는 과거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개선된 것이다. 이제는 나노 입자 구조를 강화한 컴파운드를 사용하고 비대칭 트레드 패턴으로 주행 성능에도 일조한다. 바퀴가 못에 찔리거나 공기가 완전히 빠져도 일정 거리를 달리는 런플랫 같은 기술도 대중적으로 사용된다.
자동차 타이어는 사용 목적과 용도에 따라서 대응 가능한 영역을 꾸준히 넓혀왔다. 기본인 레디얼 타이어는 4계절에 사용이 가능한 컴파운드를 바탕으로 주행 성능과 승차감의 균형을 갖추고 뛰어난 안정성도 실현한다. 에코 타이어는 젖은 노면 접지력은 강화하면서도 동시에 구름 저항을 줄이는 기술로 친환경 자동차의 새로운 솔루션이 됐다. 고성능 스포츠 타이어는 1000마력이 넘는 엔진 출력을 발휘하는 자동차를 도로에서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한다.
물론 공기주입식 고무 타이어는 다양한 장점만큼 단점도 존재했다. 따라서 이런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제조사들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타이어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공기가 없는 타이어가 대표적이다. 공기주입식 고무 타이어를 처음 개발했던 미쉐린은 이미 2005년부터 공기가 필요가 없는 타이어 컨셉트를 선보여 왔다. 이 기술은 일반 공기주입식 고무 타이어와 다르게 휠과 타이어가 붙어 있는 형태이다.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여러 개의 바퀴살이 휠 허브를 중심으로 스포크처럼 뻗어나가 타이어 트레드 면을 지탱한다.
공기가 없는 타이어는 내구성이 강하다. 울퉁불퉁한 지면을 지날 때 찌그러지거나 눌리지만, 단단한 폴리우레탄 스포크 덕분에 타이어에 가해지는 집중 모멘트가 효율적으로 분산된다. 이런 타이어 구조에는 장점은 많다. 공기가 없기에 타이어가 터지지 않는다. 공기압에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뛰어난 내구성을 바탕으로 타이어 교체 주기도 늘어난다.
물론 당장 양산차에 사용하는 것은 무리다. 현재까지의 공기 없는 타이어는 완성이 아니라 도전 중인 영역이다. 브리지스톤이 2011년 선보인 공기 없는 타이어 컨셉트의 경우 1세대 모델에서 최고 속도가 시속 6~10km 수준이었고, 2세대로 진화하면서 시속 60km로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다시 말해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상태다. 그런데도 이 기술은 계속해서 개발되고 진화한다. 게다가 일부 자동차 제조사가 공기 없는 타이어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협업 형태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와 EV 구동계에 관심이 많은 토요타/렉서스는 일찍부터 구동 저항을 줄이기 위해 공기가 없는 타이어에 관심을 가져왔다. 스미토모 고무 공업이 제작한 타이어 기술을 일부 컨셉트카에 매치해 공개하기도 했다. 스미토모(Sumitomo) 화학이 개발한 공기 없는 타이어는 휠 허브에 멀티 스포크 고무가 달린 형태다. 제조사에 따르면 기존 타이어 대비 무게가 5kg 이상 줄어드는 것이 장점이다. 이렇게 줄어든 무게는 구동계에 저항을 줄여 그만큼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이 기술 역시도 현재는 골프 카트나 중장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가까운 미래 양산차에 사용을 목표로 계속해서 개선해가는 중이다.
최근 GM은 미쉐린과 공동 개발한 업티스 프로토타입(MICHELIN Unique Puncture-proof Tire System)을 선보이며 2024년부터 관련 기술을 양산 승용차에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업티스는 쉐보레 볼트 EV에서 시제품 테스트를 시작으로, 올해 말부터 실제 주행 테스트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기술은 현재의 승용차에도 사용이 가능하지만 향후 등장할 새로운 형태의 이동형 모빌리티를 위한 투자에 가깝다. 자율 주행, 전기차, 공유 서비스 또는 다른 응용 분야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지 보수가 전혀 없는 신개념 타이어를 만드는 것이다.
공기가 없는 타이어는 타이어 평크도 없고 유지 보수가 필요 없다. 그만큼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이다. 하지만 이런 구조가 ‘자동차 타이어의 진정한 미래인가?’라는 질문에는 쉽게 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동차 주행 성능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폭넓은 주행 환경에서 대응이 가능한 타이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반면 공기 없는 타이어는 현재의 타이어만큼 성능을 발휘할 수 없을뿐더러 기능이 제한적이다.
예컨대 횡/코너링 모멘트에 견디기 위해 단단한 사이드 월이 강조되는 스포츠카 영역에는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가 없다. 공기가 없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하지만, 반대로 공기압 경고 등 타이어의 문제를 사전에 모니터링할 시스템이 없기에 100% 안전하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여러 각도에서 볼 때 아직은 시기상조의 기술로 보인다. 오늘 당장 자동차 뉴스 메인 화면을 채울만한 신선한 소재일 뿐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김태영 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온라인 자동차 섹션을 거쳐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자동차생활>, <모터 트렌드>에서 일했다. 현재는 남성지 <에스콰이어>에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주로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