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5에게 고성능인 1.6 터보 엔진이 최적인 까닭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잘 생겼습니다. 그리고 잘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기아자동차가 최근 내놓은 3세대 K5는 여러모로 성공적입니다. 일단 디자인이 공개되던 순간부터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거의 이구동성이었죠. 그리고 시승을 해 본 결과 차 자체도 아주 잘 만들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최소한 올해 타 보았던 신모델들 가운데 가장 추천할 만한 모델이라는 판단입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에게는 좀 더 확실한 선택을 돕고, 브랜드에게는 소중한 모델이 더 성공적일 수 있도록 의견을 드리고자 합니다. 그것은 ‘자신감과 명쾌함’입니다.

시승회에 가면서 제가 3세대 K5에 던진 질문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쏘나타에 비하여 늦게 출시된 만큼 3세대 플랫폼의 숙성도가 더해졌는가, 둘째, 다이내믹한 디자인과 일맥상통하는 주행 특성을 가졌는가, 셋째, 엔진들을 순차적으로 출시한 쏘나타와는 달리 다양한 엔진들을 한꺼번에 선보인 K5는 현재 가장 고성능인 1.6 터보 엔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이 세 가지였습니다. 질문들의 목적은 각각 K5의 절대적 완성도, 제품 성격의 일관성, 라인업의 적합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K5 1.6 터보는 대답을 해 주었습니다. 대단히 훌륭한 제품이었습니다. 최근 발표된 모델들 가운데에서 가장 돋보입니다. K5 1.6 터보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겠다는 의견입니다. 그래서 보다 자신감 있는 접근법이 요구됩니다.



첫째 질문, 즉 플랫폼의 숙성도에 대한 답은 ‘매우 그렇다’입니다. 쏘나타도 낮아진 무게 중심을 활용하여 중형 세단으로서는 상당히 또렷한 주행 감각을 전달하는 신선함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속도가 높아지면서 늘어나는 노면 소음과 불필요한 차체의 움직임 등으로 숙성이 아쉬웠었습니다. 그런데 K5는 명료한 감각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훨씬 매끄러운 구름 감각과 노면 요철에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주행 안정성, 콘크리트 노면에서도 소음과 진동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정숙성과 방진 대책 등으로 그 차이를 단번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K5의 휠베이스가 1cm 길어진 것 이외에는 거의 제원상 차이가 없습니다. 즉 확실히 정교하게 숙성되었다는 뜻입니다.

둘째 질문, 디자인과 주행 특성의 일관성 역시 ‘그렇다’입니다. K5의 다이내믹한 디자인에 대해서는 거의 이구동성으로 호평 일색이었다는 점이 주행 특성에도 잘 녹아 있습니다. 첫 번째 질문에서 확인했듯이 K5는 쏘나타에서 확인했던 기본적으로 향상된 주행 성능을 바탕으로 숙성도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쏘나타와는 반 클릭 다른 성격을 추구합니다. 이전 세대들에서도 K5는 주행 특성에서 쏘나타와 차별성을 만들려고 노력했었습니다. 하지만 중형 세단이 핵심적 패밀리카의 역할을 하던 시절에는 그 차별화가 자칫하면 치명적인 실수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쏘나타를 아빠차, 가족차의 굴레로부터 자유롭게 해 주련다’는 새로운 방향을 현대차가 선포했습니다. 즉, 크로스오버 SUV들이 패밀리카의 역할을 담당하는 이제는 세단들이 그저 밋밋할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이제는 오히려 K5에게 기회가 온 것입니다. 기아차가 반 클릭 차별화 했었던 지점이 이제는 세단들이 가야 할 포인트가 된 셈이니까요. 그리고 K5 1.6 터보는 확실히 그런 느낌을 주었습니다. 역동적인 디자인에 걸맞는 조종 성능과 동력 성능이 일맥상통합니다. 겉모습과 달리는 감각이 서로 맞아떨어진다는 것은 스테디셀러가 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라는 점에서도 K5의 신차효과가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제가 ‘반 클릭’이라고 했듯이 본격적인 스포츠 세단의 설정은 절대 아닙니다. 단단한 듯, 그러나 전반적 승차감은 보편적인 세단의 평안함을 제공했습니다.

세 번째 질문, K5가 현재 가장 고성능인 1.6 터보 엔진을 사용하는 방법에서 결론이 났습니다. 쏘나타 센슈어스처럼 K5는 1.6 터보 모델에게 특별한 외모를 주지는 않았습니다. 쏘나타 센슈어스에서도 그랬지만 1.6 터보 180마력 엔진은 스포츠 세단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일반적인 용도에는 아주 훌륭한 출력과 다루기 쉬운 출력 특성을 가진 이른바 일상용 다운사이징 엔진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의도된 것은 아니겠지만 8단 자동 변속기의 특성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 변속하게 해 주면 이 8단 자동 변속기는 2.0 CVVL 엔진의 6단 변속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끄럽게 작동하고 원활하게 변속합니다. 아주 고급스럽습니다. 그런데 쉬프트 패들을 이용해서 수동으로 변속하며 스포츠 드라이브를 하려고 하면 쉬프트 다운에 거의 1초에 가까운 – 스포츠 드라이빙에서는 거의 영겁에 가까운 – 변속 지연을 겪습니다. 그러니까 패들을 사용하지 않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이것들을 요약하면 이렇게 됩니다.

1. K5는 쏘나타보다 우수한 숙성도를 가진 잘 만든 차다.
2. K5는 쏘나타와 성격에서 적당한 차별점을 추구하였고 이것이 최근의 세단 시장 트렌드에는 더 잘 어울린다.
3. K5의 1.6 터보 엔진은 일상용으로 풍성하지만 절대 고성능은 아니며 8단 변속기는 특히 일상 용도에서 빛을 발한다.
4. 게다가 K5 1.6 터보는 쏘나타 센슈어스와는 달리 겉모습에서 특별한 차별화를 하고 있지 않다.

이것이 무슨 뜻일까요? K5는 1.6 터보가 K5의 주력 모델이라는 뜻입니다. 2.0 CVVL 모델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K5의 디자인은 역동적입니다. 그리고 K5가 ‘Play’라는 단어를 강조하고 30대 밀레니엄 세대들을 겨냥합니다. 그렇다면 K5는 쏘나타보다 역동적이어야 합니다. 쏘나타는 K5보다 다소 연령층이 높거나 여성 고객들을 상대한다면 2.0 CVVL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디자인, 주행 감각이 모두 반 클릭 역동적인 K5는 1.6 터보를 주력으로 하는 것이 쏘나타와의 충돌도 최소화하면서 자신만의 입지를 다지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그러면 K5가 쏘나타보다 비싸지지 않냐는 걱정을 하실 겁니다. 하지만 대책은 있어 보입니다. 일단 쏘나타보다 K5는 대략 50만원 전후 저렴하게 가격이 책정되었습니다. 2.0 CVVL끼리의 가격표 비교는 오히려 쏘나타 기본 트림(스마트)이 저렴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은 K5에는 기본인 익스테리어 디자인Ⅰ 패키지가 쏘나타 기본형에는 88만원짜리 옵션이기 때문입니다. K5 1.6 터보는 2.0 CVVL보다 80만원 비쌉니다. 그러니까 쏘나타 2.0 CVVL보다 K5 1.6 터보는 대략 30만원 정도 비싼 셈이 됩니다.

이미 이 단계에서도 30만원으로 1.6 터보 엔진, 8단 자동 변속기, 랙형 전동 파워 스티어링을 살 수 있다면 K5 1.6 터보는 엄청난 바겐세일입니다. 그리고 만일 K5가 2.0 라인을 삭제하고 1.6 터보로 통일한다면 볼륨 디스카운트 효과와 생산 부품의 단순화 등 간접 효과로 더 가격을 낮출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2.0 모델의 마진이 보다 높은 상황이라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K5의 소통 방식이 현대와 쏘나타에 비하여 직설적이고 대중적이라는 점입니다. 현대차의 세단 정책은 사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성격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한 눈에 역동성을 이해할 수 있는 K5의 디자인에 비하여 쏘나타는 센슈어스 스포트니스와 같이 조금 더 생각하고 살펴봐야 하는 디자인 언어를 선택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가죽만 사용하는 K5에 비하여 쏘나타는 일반 가죽과 고급 나파 가죽을 사용하는 등 좀 더 고급감을 강조하는 방향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즉 K5는 심플하고 직설적인 반면 쏘나타는 다채롭고 이해를 요구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K5는 라인업도 보다 직설적이고 이해하기 쉬워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엔진에 관계 없이 동일하게 패키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조치는 훌륭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불과 80만원 차이로 2.0과 1.6 터보 모델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도록 엔진 라인업을 단순화하고 (가능하다면) 1.6 터보의 가격 경쟁력을 더 향상시키는 것이 K5에게는 더 좋은 방법이 되리라 믿습니다.

K5는 2019년을 대표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기아차는 용기를 갖고 소비자들에게 명쾌한 선택을 제시하기 바랍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나윤석 칼럼니스트 :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트레이닝, 사업 기획 등 분야에 종사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총괄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을, 자동차 업계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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