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자동차들 (24)
싸고 만만해서 자꾸 욕심나는 경차 SUV, 스즈키 짐니

[안민희의 드라이브 스토리] 가깝고도 먼 옆 나라, 일본은 경차 왕국입니다. 경차의 시장 점유율이 40%를 넘지요. 그만큼 다양한 경차들을 볼 수 있고, 독특한 콘셉트의 모델도 많습니다. 오늘 소개드릴 ‘스즈키 짐니(Jimny)’는 ‘경차 SUV’라는 재미있는 지향점의 자동차이지요. 싸고 만만해서 자꾸 욕심이 드는 차랄까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스즈키 짐니는 경차 SUV라는 독특한 포지션의 자동차다. 몸집은 작지만 프레임 차체, 네바퀴굴림, 높은 최저지상고, 험로 탈출 능력 등 알찬 구성 갖춘 것이 매력이다. 이는 1970년 등장한 1세대 모델부터 지금까지 내려오는 원칙이다. 그만큼 많은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유튜브에서 짐니를 찾아보면 오프로드 투어를 즐기는 영상이 수두룩하다.

현재 팔리는 짐니는 3세대 모델이다. 1998년 출시해 2012년 페이스리프트 후 지금까지 생산 중이다. 스즈키에게 짐니는 한 번 만들어 오래 파는 모델이다. 역사에 비해 모델 변경이 적은 이유다. 1970년에 출시한 1세대 짐니는 1981년까지, 1981년에 내놓은 2세대 짐니는 1998년까지 생산했다. 계산상으로는 곧 4세대 모델의 등장을 기대할 만하다.

스즈키 짐니의 디자인은 구형 SUV 같이 슬쩍 각진 모습이다. 조금은 단촐한 느낌인데 이는 실내도 마찬가지다. 가운데 센터페시아에는 오디오와 수동 에어컨, 구동계 설정 버튼 밖에 없다. 차급을 감안하면 버튼 눌러 ‘2WD, 4WD, 4WD-L’ 등의 전자식 파트타임 네바퀴굴림 설정이 가능한 부분은 환영할 요소다.



실내 공간은 작지만 알뜰한 구성이 돋보인다. 조수석 시트 아래 수납함을 다는 등 곳곳에 수납 공간을 만드는 한편, 뒷좌석은 리클라이닝 및 5:5 폴딩 기능을 더해 큰 짐을 싣기 편하게 만들었다. 다만 편의장비가 없긴 정말 없다. 기본형인 XG 트림에는 오디오가 옵션이고, 열쇠에도 문 열고 잠그는 버튼 하나만 있다. 열쇠 모양도 딱 1990년대 모양이다.

짐니의 길이×너비×높이는 3,395×1,475×1,680㎜, 휠베이스는 2,250㎜다. 직렬 3기통 658㏄ 터보 엔진 얹고 2WD 모드에서는 뒷바퀴를, 4WD 모드에서는 네바퀴를 굴린다. 엔진은 6,500rpm에서 최고출력 64마력, 3,500rpm에서 최대토크 10.5㎏·m을 낸다. 변속기는 수동 5단과 자동 4단. 연비는 일본 기준으로 14.8㎞/L, 13.6㎞/L. 공차중량은 980㎏, 990㎏다.

편의장비는 간소하지만 기계적 구성은 탄탄하다. 험로 주행을 위해 사다리형 프레임을 사용하고 크로스 멤버와 마운트로 보강해 진동을 줄였고, 에어 락 허브(Air Lock Hub)를 적용해 시속 100㎞ 이하에서는 2WD와 4WD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최저지상고를 200㎜로 높이고 앞뒤 오버행을 빠듯하게 줄여 장애물 시 접근각이 49°, 탈출각이 50°나 된다.



스즈키 짐니의 성격은 요즘의 자동차와는 판이하다. 지금은 차급과 상관없이 고급스럽고 편안한 자동차가 팔리는 시대다. 소형 SUV가 인기를 끄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SUV 소유자 대부분은 험로에 가지 않는다. 따라서 평소에 편안하게 달릴 수 있도록 도심 속 주행 환경에 최적화한 세팅을 더한다.

하지만 짐니는 이와 정반대다. 옵션은 최소한으로 두고 험로 주행에 필요한 장비만 꼼꼼하게 챙겨달았다. 그래서 몸집은 작아도 정통 오프로더에 가까운 느낌이다. 도시형 SUV와 우열을 가리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에게는 목적의 충실성이 중요할 뿐이다. 하지만 이런 마니아적인 성격이 있기에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험로주행은 하지 않기에 부담스럽긴 하지만 짐니를 갖고 싶긴 하다. 혜택 많은 경차인데다 값이 싸서다. 기본형인 ‘XG’ 트림이 수동 129만6,000엔(약 1,304만 원), 자동 140만7,240엔(약 1,416만 원)이고, 고급형인 ‘XC’ 트림이 수동 151만4,160엔(약 1,524만 원), 자동 162만5,400엔(약 1,636만 원)이다. 험로 주행 성능을 감안하면 무난한 수준이라 본다.

칼럼을 통해 현대기아차에게 제안하고 싶은 차가 있다. 짐니 같은 차는 아니다. 너무 마니악하니 우리나라에서는 팔기 힘들어서다. 대신 신형 모닝의 차체를 이용해 한국형 경차 SUV를 만든다면 어떨까? 도심 주행에 맞춰 네바퀴굴림 대신 승차감과 멋진 스타일을 더하고 적절한 가격을 매긴다면 국내 경차 시장의 크기와 다양성을 더 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안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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