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시가총액이 GM을 앞서기 시작했다는 건

[박상원의 Pit Stop] 2017년 4월 10일은 자동차 산업 역사에 있어 길이 남을 하루가 되었다. 왜냐하면, 미국 증시에서 테슬라의 시가총액(1개의 주식 가격을 모든 주식의 양과 곱한 기업의 가치)이 515억 달러(약 59조원)를 넘어서며 시가총액 502억 달러를 기록한 GM을 앞질렀기 때문이다. 놀라운 사실은 테슬라의 2016년 글로벌 판매량은 83,992대에 불과하지만 GM은 같은 기간 119배가 많은 1천만대를 판매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순이익 측면에서도 테슬라는 7.7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반면 GM은 94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짧게 말해 경쟁사보다 판매량 및 매출이 월등히 적고, 이익은커녕 적자를 기록하는 회사가 1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모범생 같은 회사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선, 시가총액이 결정되는 구조를 보자. 통상 셀사이드(sellside)라고 하는 증권사의 기업 분석가(일명 애널리스트)들이 주가를 산정하고, 그 산정 방식을 보통 기업가치평가(corporate valuations)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증권사들은 자동차 관련 업체들, 즉 현대차와 기아차와 같은 완성차 업체들과 현대모비스와 같은 부품업체들의 시가총액 산정에 있어서 순이익에 비례하는 PER(price to earnings ratio)을 사용한다.

반면, 투자은행(investment banking) 분야가 강한 외국 증권사들의 경우는 DCF(discounted cash flow)라는 현금흐름을 통해 산정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와 달리 테슬라는 PSR(price to sales ratio)라는 평가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이 방식은 순이익이 아니라 매출에 비례해서 시가총액을 결정하는 것으로써, 성장속도가 빠르지만 적자를 기록하는 기업들에 많이 적용되며, 특히 IT업체들의 주가 산정에 사용된다.



이처럼 테슬라는 월가에서 기존 제조업체가 아닌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IT업체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으며, 따라서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에서 GM을 압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기업평가 산정방식을 이해하면 테슬라가 급격히 부상한 것을 이해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바클레이스(Barclays) 증권 애널리스트처럼 테슬라의 높은 주가가 틀렸다고 주장하는 투자가들도 적지 않게 존재하는 만큼 왜 많은 사람들이 테슬라 주식을 선호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아마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마존은 1994년 창사 이래 오랫동안 적자였다. 반면, 매출은 계속 증가했고, 온라인에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면서 오프라인 강자들인 반즈앤노블, 보더스와 같은 서점은 물론 시어즈(Sears), 메이시스(Macys’)와 같은 리테일 강자들을 모두 이겼다. 흥미롭게도 아마존의 기업가치 평가에서 적자가 지속되던 기간에는 PSR이 사용되었고, 이는 아마존이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리테일 업계까지 장악할 것임을 믿은 투자가들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물론, 그들은 아마존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리테일에서 강력한 지배력을 발휘함에 따라 그에 맞먹는 주가 상승으로 충분히 보상받게 되었다. 결국, 수많은 투자가들은 테슬라 또한 아마존과 같이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선도할 업체로 보고 주식을 계속 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테슬라는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 어떻게 다른가? 우선, 테슬라는 1)완성차 업체로는 유일하게 전기차만을 판매, 근대사회의 주요 에너지원을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바꾸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으며, 2)동시에 자율주행차 시스템 보급의 선두주자로서 교통수단의 패러다임(paradigm)을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테슬라는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이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전기차의 ‘대중화’를 촉발시킨 장본인이며, Model S와 X, 3의 판매를 통해 소비자들은 물론 각국의 정치인들에게 전기차의 대중화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입증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미 출시된 GM의 전기차 Bolt를 비롯 2-3년 내로 출시되는 포르쉐의 Mission E와 벤츠의 EQ 전기차 차종 등 모두 테슬라가 아니었다면 탄생도 못했을 정도로 테슬라는 작지만 울림이 매우 큰 기업으로 우뚝 성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엘론 머스크는 테슬라와 파나소닉과 합작으로 개당 1조원 이상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여 하반기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고, 태양광 사업인 솔라시티까지 테슬라와 합병시킴으로써 원래의 전기차 제조업을 이제는 하나의 거대한 전기 에너지 생태계(ecosystem)로 변모시키고 있다.

돌이켜 보면 아이폰을 만들어 세상을 바꾼 애플의 스티브 잡스,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하여 사람의 구매패턴을 바꾼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모두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로 세상을 바꿨다. 단순한 컴퓨터 업체였던 애플은 통신업계는 물론 엔터테인먼트 업계까지, 아마존은 서점뿐만 아니라 온라인과 오프라인 리테일 업계 등 두 회사 모두 자신의 고유 영역이 아니라 다른 영역까지도 완전히 평정했다. 같은 맥락에서 테슬러의 시가총액이 GM을 앞장선 것은 일론 머스크 또한 그러한 선두적인 파이오니어 중의 하나로 인정받았다는 증거이고, 테슬라가 앞으로도 교통과 에너지의 세상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믿는 투자가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돌이켜보면 세상은 충분한 숫자의 사람들이 믿는다면, 그런 방향으로 변하지 않았던가?

칼럼니스트 박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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