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치백의 무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김형준의 숫자 깨먹기] 지난 글 [한국車시장은 어쩌다 ‘해치백의 무덤’이 됐을까] (http://v.auto.daum.net/v/n3vpiurHbs)에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그중 인상적인 건 ‘한국 차 시장=해치백의 무덤’이라는 전제에 의구심을 갖는 시각이었다. 폭스바겐 골프나 미니 등 수입 해치백은 썩 잘 팔리고 있지 않느냐는 게 그 이유였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우선 아래 도표 1을 보자.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 집계 자료를 토대로 한 도표 1은 2006년부터 2017년까지 11년 동안 국내 시장에서 국산 승용 모델과 국산 해치백의 판매량, 그리고 시장 내에서 해치백의 점유율을 담고 있다(이전과 마찬가지로 해치백 판매량을 별도로 확인할 수 없는 현대 엑센트, 그리고 경차와 크로스오버 모델은 집계에 포함하지 않았다). 보다시피 국산차 시장에서 국산 해치백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다. 대체로 1% 초반에 머물고 있으며 2015년엔 최저인 1.0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세단과 SUV, 미니밴 등의 승용 모델이 99대 팔릴 때 해치백은 1대 팔렸다는 얘기다. 참고로 수입차 시장에서 컨버터블의 판매 비중이 약 1%다.

인상적인 건 2007~2009년의 점유율인데, 2006년 1.55%에 불과하던 점유율이 이듬해 3.19%로 껑충 뛰었고 2008년엔 무려 5.45%까지 올라간 걸 확인할 수 있다. 1세대 현대 i30가 국내에 출시됐던 때로 2세대 i30가 출시된 2011~2012년에도 이와 비슷한 점유율 증가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글에서 국내 해치백 시장의 침체를 i30의 판매 부진과 맞물려 얘기한 배경이다.



2년 전인 2015년에도 상황은 비슷해서, 해치백 전체 판매량은 2016년 대비 2,800대 가량 많지만 시장 점유율은 약 2.7%에 머물렀다. (아래 도표 2 참조)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이 엿보이는데, 바로 국산과 수입 해치백의 판매량 역전 현상이다. 지난해 수입 해치백은 국산 해치백보다 5,600여 대 더 팔렸고, 재작년에는 1만5,000여 대로 격차가 더 컸다. 더 중요한 사실은 수입차 시장에서 해치백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지난 2015년 수입 해치백은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11.85% 점유율을 차지했고, 지난해 역시 조금 줄었지만 10%대 비중을 유지했다. 수입차가 국산차 5~6대당 1대 꼴로 판매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수입 해치백이 전체 승용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체감 비중은 이를 훌쩍 상회할 것이다.



체감만이 아니다. 아래 도표 4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2015~16년 주요 수입 해치백(폭스바겐 골프와 미니)의 연간 판매량은 국산 주요 모델인 현대 i30의 연간 판매량을 넉넉하게 앞서고 있다.



게다가 수입 해치백의 연간 판매량은 2011년 약 1만4,000대에서 2012년 1만5,000여대, 2013년 2만여대로 꾸준히 늘었다(2010년대 들어 수입 해치백 판매량이 꺾인 건 디젤게이트 여파로 폭스바겐 골프 판매가 반토막 난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즉 ‘한국=해치백의 무덤’이라는 표현은 전체 승용차 시장을 놓고 보면 영락없지만 수입차 시장으로 범위를 좁혀 보면 영 틀린 얘기인 셈이다.



해치백이 국산차 시장에서 홀대 받고 수입차 시장에선 환대 받는 기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 이유를 단순하게 ‘골프랑 미니는 주행성능이 좋으니까’라거나 ‘i30는 현대차의 해치백이니까’라는 식으로 매듭지어 버리는 건 곤란하다. ‘외제차 타고 싶은데 돈은 없으니까 골프 사는 거지’라거나 ‘누가 그 돈 주고 i30 사냐’는 지적은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폄훼가 지나치다.



분명한 것은 세단과 SUV 천지인 한국에서 해치백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다음 글에선 골프와 미니가 해치백 무덤 한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배경, 즉 그들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살펴보려고 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형준 (모터트렌드 편집장)
저작권자 © 오토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