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브랜드, 마침내 그 모습을 보여주다

[박상원의 Pit Stop] 2017년 4월 12일, 뉴욕시 한복판에서 현대차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의 ‘진짜’ 모습이 마침내 공개됐다. 물론 이에 대해 반론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제네시스라는 브랜드는 지난 2015년 11월 4일 현대차에서 별도로 분리되었기 때문에 벌써 2년째 접어든 브랜드의 진짜 모습이라는 정의가 이상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제네시스 브랜드 산하 차종들인 G80과 EQ900(수출명 G90)은 현대차 산하에 있을 때 개발된 것으로, 모두 현대차의 디자인 방향을 반영했을 뿐 진정하게 현대차가 별도의 고급 브랜드를 만들고자 했던 의지나 철학이 반영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독자 브랜드로서의 디자인 방향은 4월 12일 공개된 제네시스의 GV80 컨셉트가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작년 뉴욕모터쇼에서 공개되었던 뉴욕 컨셉트는 또 무엇이었던가? 혼란스러울 수 있는 제네시스의 디자인 철학, 아래의 질의응답 형식으로 내용을 정리해봤다.



◆ 제네시스의 2016년 뉴욕 컨셉트: 양산차부터 시작된 디자인 컨셉트?

2016년 3월에 첫 선을 보였던 뉴욕 컨셉트는 금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 G70을 예고한다고 알려졌었다. 반면, 정작 현대차 내부에서 전해졌던 소식은 뉴욕 컨셉트는 이미 디자인이 끝난 G70을 바탕으로 만든 컨셉트라는 것이다. 즉, 원래 컨셉트카가 먼저 등장하고 언론과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서 그 디자인이 양산차에 반영되는 일반적인 순서가 아니라, 양산형 디자인이 이미 끝난 상황에서 그것을 바탕으로 컨셉트카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순서가 반대였던 이유는 새롭게 제네시스의 디자인 총괄을 맡은 동커볼케(Luc Donckerwolke) 전무가 향후 제네시스의 디자인 방향을 선보이고자 한 시도의 일환이었다.

따라서 현재 스파이샷을 통해 공개되고 있는 G70의 전면부와 후면부 디자인이 뉴욕 컨셉트와 매우 상이한 이유가 이해가 될 수 있다. 특히, 뉴욕 컨셉트가 양산형차의 모습일 수 없는 것이 동커폴케 전무는 2015년 11월 현대차로 이직했고, 통상 신차의 개발 과정을 볼 때 3년이 소요되므로 2017년 하반기에 출시되는 G70은 엄연히 구분하면 그의 디자인이 아니다. 오히려 2019년 이후 출시되는 제네시스 차종들, 즉 중소형 SUV인 GV70과 3세대 G80이야 말로 진짜 그의 디자인이다.



◆ GV80 컨셉트 #1: 전면과 후면부의 줄 형태의 램프들을 주목하라

내년 하반기 이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제네시스 첫번째 SUV인 GV80 컨셉트는 동커볼케 전무와 새로운 디자인팀이 향후 전개하고자 하는 제네시스의 디자인 방향을 잘 보여준다. 특히, 뉴욕모터쇼 프레스 이벤트에서 제네시스의 마케팅 총괄인 맨드프레드 피츠제럴드 전무는 GV80 전면부와 후면부에 좌우로 2개씩 총 4개의 줄 형상으로 구성된 전조등과 후미등 디자인이 향후 제네시스의 상징적인 디자인이 될 것이라고 말하여 G70까지의 디자인은 현대차 시대 디자인의 마지막 제품이 될 것임을 알렸다.

이러한 언급은 또한 벤틀리가 전면부에 원형의 전조등을 좌우로 각각 2개씩 놓고, 후면부에는 타원형의 램프 디자인을 채용한 것과 비슷한 디자인 철학을 구현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벤틀리 디자인을 벤치마킹한 것이 나름 자연스러운 것은 동커볼케 전무나 이상엽 상무 모두 벤틀리 출신 디자이너들이였기 때문에 ‘카피’했다는 발언까지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다.



◆ GV80 컨셉트 #2: 제네시스에게 가장 중요한 차종

GV80은 제네시스의 첫 SUV 차종으로 브랜드의 매출과 수익을 전담하는 가장 중요한 차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렉서스 브랜드에서 중대형 SUV인 RX는 전체 판매량의 40% 이상을 담당할 정도로 중요하고, 사실 제네시스가 독자 브랜드로 런칭할 때 가장 필요했던 것이야 말로 미국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렉서스 RX 세그먼트의 대항차였다. 이것이 내년에야 출시된다는 사실은 제네시스가 어떻게 보면 갑자기 런칭했다는 의혹에 신뢰를 부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찌 됐던 간에 현대차그룹은 독자적인 고급 브랜드가 필요했고, 이미 그 시도는 2년째를 맞이하고 있으며, GV80과 같은 차종의 등장은 매우 시급한 과제였다.

◆ GV80 컨셉트 #4: 인테리어에서 흥미로운 점들

컨셉트카라는 정의와 달리 GV80의 인테리어는 다소 심심했다. 즉, 과장된 디자인 언어도 없었고 오히려 양산에 가깝게 구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자 디자인 등은 아쉽기만 했다. 다만, 중앙 콘솔에 위치한 넓직한 디스플레이는 향후 제네시스 실내 디자인에 디스플레이가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알려주고 있으며, 단순하고 심심한 의자 등과 같은 인테리어 요소와 달리 숨겨진(?) 각종 공조 장치들은 특이하다 하겠다. 마지막으로, 문짝에서 문의 프레임이 없는 frameless 방식의 문짝들은 과거 2003년 당시 판매되던 그랜저의 틀없는 문은 물론 최근 마세라티의 르반테와 동일한 방식이다.



◆ GV70(가칭): 제네시스 디자인 철학은 현재진행형?

마지막으로 GV80에 이어 등장할 GV70의 디자인은 GV80 컨셉트와 또다른 디자인이라고 하니, 제네시스의 디자인 철학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계속 조율 중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GV70의 디자인은 목격자에 따르면 GV80 컨셉트보다도 더 멋지다고 하니 동커볼케 전무가 진정으로 그의 디자인 실력을 뽐낼 2019년 이후의 제네시스 신차종 디자인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다고 하겠다. 현대차는 물론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짊어질 제네시스 브랜드의 미래가 그래서 더더욱 기대된다.

칼럼니스트 박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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