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원의 Pit Stop] 몇일 전, 완성차 업체에서 근무할 당시 연구소에서 함께 근무했던 친한 동생이 카톡을 보냈다. ‘형, 나 아이오닉 일렉트릭 샀어요.’ 내 주변에서도 전기차를 구입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생각에 감개무량해 하는 순간, 다음 문자가 더 놀라웠다. ‘그런데, 일렉트릭은 주문하면 출시까지 5개월 걸린데요.’ 예상보다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것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쉐보레 볼트 전기차(Bolt)의 경우는 금년 물량이 이미 동난 상태. 각종 보조금도 매력적이고 그가 살고 있는, 비교적 새로 지은 아파트에는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어 전기차 구입 결정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필자도 오래된 차를 교체할까 생각하고 있었기에, 동생의 문자는 많은 생각을 낳게 했다. 왜냐하면, 그 동생의 전기차 구입은 앞으로 2~3년간 차를 새로 사려는 사람들에게 닥칠 파워트레인과 관련된 갈등의 서곡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은 단기적으로는 유효하겠지만,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사용비중이 점차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지난주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면서 각국의 탈 화석연료 계획에는 차질이 생겼지만, 딸인 이반카 트럼프조차 그녀의 아버지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노력했다는 기사까지 나왔을 정도로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고자 인류의 의지는 되돌리기 어렵다.
더 나아가, 자동차 강국인 독일을 비롯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 중국에서 진행 중인 전기차 대중화 시도로 인하여 전기차 시대는 착실히 다가오고 있는 중이다. 중국의 경우 내연기관 분야에서 선진국 업체들과 경쟁하기에는 기술력도 떨어지는 데다 본국에서의 내연기관차의 급격한 증가는 곧 환경 파괴의 확대를 뜻하기에 전기차 대중화에 관심이 지대하다. 전기차는 어느 국가든 새로운 기술이므로 중국에게는 내연기관을 뛰어넘어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강자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자면,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BMW의 ‘실키식스’나 벤츠의 각종 휘발유, 디젤 엔진들의 명성을 뛰어넘기보다는 새로운 기술인 전기차를 먼저 대중화시키는 것이야말로 그들을 차별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고 있다. 마치, 피처폰의 강자였던 모토롤라나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에서 애플에게 밀려 사라진 것처럼, 지난 100년간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발전해왔던 자동차 산업의 질서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전기차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대를 앞당겨 올 주역으로는 중국 외에도 독일이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향후 2년~3년 뒤에 독일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전기차 공습을 맞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전도사 역할을 지난 1년간 디젤게이트로 미국 정부는 물론 각국 정부에게 질타를 받은 폭스바겐이 맡을 것이다. 이미 폭스바겐은 캘리포니아 주정부에게 보상할 배상금 중 약 2조원 이상을 캘리포니아의 전기차 충전시설용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자회사인 아우디와 포르쉐에서는 다양한 전기차 SUV 및 전기차 스포츠카를 2020년까지 출시할 예정이다.
BMW는 2013년부터 i3라는 전기차를 판매 중이기도 하고, 전기차 출시에 있어 상대적으로 늦어 보이는 벤츠(물론 B클래스 전기차도 있었지만…)도 적극 동참할 것이다. 특히, 지난 2016년 하반기에 안젤라 메르켈 총리를 대표로 하는 독일 정부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고, 동시에 독일 정부의 전기차 개발에 대한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물론, 모두가 잘 아는 테슬라는 오래전부터 모델S와 모델X로 샌프란시스코는 물론 홍콩과 독일 등 전세계의 앞서 나간다는 부자들의 애마를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완성차 업체들은 내연기관의 개발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유가는 미국과 중동간의 석유 생산 경쟁으로 배럴당 50달러 이하에서 정체된 지 3년째다. 따라서, SUV와 트럭들의 판매비중은 높아지고 있고, 이미 무거운 차들에 전기배터리나 모터를 추가한다면 연비는 낮아질 수 있다. 더 나아가 신차 판매가 증가 중인 신흥국 지역은 구매력이 낮기 때문에 다양한 이유로 인해 내연기관은 최소한 승용차 분야에서는 20년 이상 살아남을 것이다. 이는 캘리포니아 주정부 산하 공기자원위원회(CARB)에서도 예상하는 시나리오이다.
내연기관의 존속 속에 하이브리드, 전기차, 그리고 수소연료전기차까지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는 파워트레인의 미래는 완성차 업체들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들은 상호 제휴를 통해 내연기관을 비롯한 차세대 파워트레인 개발에 있어 서로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다임러는 이미 르노-닛산과 소형 내연기관을 공동 사용 또는 개발 중이며, 도요타는 BMW를 비롯 마쯔다, 스즈키, 다이하쯔, 스바루 등과 각종 기술을 공동개발 또는 공유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지금 새 차를 산다면 어떤 파워트레인을 사야 할까? 디젤은 과연 몇 년내로 승용차에 탑재가 어려워질 것인가? 하이브리드 차종을 산다면 과연 배터리는 오래 유지될 것인가? 전기차를 산다면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전기차 충전기 설치는 쉬울 것인가? 그 무엇보다도 내가 사는 자동차는 10년 뒤에도 감가상각이 평균 정도는 유지하지 않을까? 어쩌면,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구매한 동생이 3년 리스(lease) 프로그램을 선택한 것이 현명할 지도 모른다. 3년 뒤의 미래는 더더욱 변해 있을 것이니까…
칼럼니스트 박상원 (자동차 애널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