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과 낭만, 열정이 가득한 이탈리아 자동차 (Ⅴ)
스포츠·럭셔리·퍼포먼스의 상징인 페라리 (2)

[황욱익의 플랫아웃] 페라리는 언제나 모터스포츠 혹은 F1과 그 궤를 같이 해 왔다. 몇몇 모델을 제외하고 변화하는 모터스포츠 규정에 기반을 둔 자동차를 만들었다. 경주차를 로드카로 개조해 판매했던 엔초 페라리의 전략은 희소가치를 아는 부호들의 요구에 부흥했고 거기서 얻은 명성들이 지금의 페라리를 만들었다. 현재 페라리는 한때 리틀 페라리로 불리던 V8 라인업과 설립초기부터 페라리의 전통이자 핵심이라 불리는 FR 레이아웃의 V12 라인업(GT 2+2), 자동차 마니아라면 누구나 한 번 쯤 꿈꾸는 슈퍼카 라인으로 구분된다.



◆ 페라리에 얽힌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들

많은 사람들이 페라리하면 슈퍼카만 만드는 회사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페라리는 스포츠카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며 F1 팀을 운영하는 회사이다. 물론 스포츠카의 범주에 슈퍼카도 포함되지만 슈퍼카만 제작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사실 슈퍼카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시대적인 상황, 메이커들의 철학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희소가치는 늘 존재해 왔으며, 슈퍼카 라인업의 등장시기가 일반 양산차의 모델 변경 주기보다 훨씬 길다는 점을 생각하면 늘 슈퍼카만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도 슈퍼카만(자동차 메이커가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워 소비자를 고르는 방식) 생산하는 회사는 파가니 존다를 비롯해 손에 꼽을 정도이다.

페라리를 상징하는 색상인 이탈리안 레드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원래 빨간색을 가장 먼저 메인 컬러로 사용한 이탈리아 회사는 알파 로메오와 피아트이다. 그러나 알파 로메오와 피아트가 사용하는 빨간색은 미묘한 차이가 있으며 페라리 하면 떠오르는 이탈리안 레드 역시 다른 회사들이 사용하는 빨간색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빨간색(로쏘)을 현재까지도 메인 컬러로 사용하는 회사는 알파 로메오 뿐이다. 빨간색은 메이커를 넘어 이탈리아 모터스포츠를 상징하는 색으로 불리기도 한다.



반면 페라리의 원래 메인 컬러는 노란색이다. 빨간색(이탈리안 레드)이 페라리의 메인 컬러처럼 고정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실제 페라리는 F1과 모터스포츠를 제외하고 양산차와 슈퍼카에서는 각 모델 별로 메인 컬러를 변경해 사용했다.

예를 들어 정통 페라리 라인업인 FR 레이아웃의 V12 모델들은 시대별로 은색이나 네이비 등을 사용하기도 했으며, V8 라인업은 노란색이나 파란색을 메인 컬러로 사용했기도 했다. 반면 슈퍼카 라인업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이탈리안 레드를 내세웠지만 스페셜 모델이나 특별 주문 모델은 검정, 노란색이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되기도 했다. 컬렉터들 사이에 빨간색 페라리는 가장 구하기 쉬운 색상이기도 하다.



원래 페라리는 1940년대와 1950년대 그랑프리(현재의 F1) 경주차가 채택하고 있던 FR 레이아웃을 채택하고 있었다. 최초의 미드십 레이아웃의 페라리는 1974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공개된 365 GT4 BB이다. 이미 F1에서는 로터스가 1960년에 미드십 레이아웃 경주차를 선보였고 FR 레이아웃을 고집하던 페라리는 1961년에 미드십 레이아웃 경주차를 선보였다.



아름다운 디자인과 폭발적인 성능에 비해 페라리의 작명 센스는 가끔 비웃음을 살 때도 있다. 우리에게는 멋있게 들릴지 모르지만 영어권 국가에서 페라리의 작명 센스는 개그 소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현재까지 페라리의 로드카 이름은 배기량과 실린더 숫자 등으로 표기되는 경우가 많지만 모데나, 마라넬로, 캘리포니아는 지역의 이름이고 최근 출시된 V12 라인업의 기함 812는 슈퍼 패스트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그나마 엔초 페라리는 사람의 이름이라 크게 이질감이 없지만 슈퍼 아메리카나 아메리카, 라 페라리, 투어 드 프랑스 등은 어딘가 모르게 촌스러운 면이 있다.

페라리는 더 이상 수동변속기를 모델을 생산하지 않는다. 페라리를 상징하는 게이트식 기어 박스는 21세기 초에 완전히 사라졌다. F355부터 장착하기 시작한 수동 기반 시퀀셜 기어박스(페라리에서는 F1 기어박스, 마세라티에서는 캄비오코르사로 불리며 같은 구조이다)는 더블 클러치 기어박스로 진화했고 레이싱카를 포함해 로드카까지 현재 페라리는 수동변속기를 전혀 생산하지 않는다. 페라리의 상징과도 같았던 게이트식 수동 변속기를 마지막으로 사용한 모델은 V8 라인업의 F430, 캘리포니아 전기형, V12 GT 라인업의 599 GTO, 슈퍼카 라인업에서는 F50이다. 현재는 전 라인업에 듀얼 클러치 변속기만 제공된다.



3부에 계속

자동차 칼럼니스트 황욱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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