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성공한 비즈니스맨이 되어 돌아온 미니 컨트리맨
[김종훈의 자동차 페티시] 가끔 자동차가 친구 같을 때가 있다. 그러니까 의인화. 선호하는 모델일수록 더 짙어진다. 대화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만큼 친근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바라보다 보면 모델이 새 세대로 변경됐을 때 느끼는 감정은 남다르다. 단지 새로운 모델로 바뀌었다는 무미건조한 감정 이상이 스며든다. 어떤 식으로 성장했을까, 하는 기대감이랄까. 한동안 못 보고 오랜만에 약속 잡아 만나는 친구를 볼 때처럼 두근거린다. 세대 변경은 보통 7년 정도 걸리니까.
신형 미니 컨트리맨이 그랬다. 확연히 변했다. 플랫폼마저 바뀌었으니 거의 다른 차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면서 미니라는, 특색 있는 DNA는 세탁하지 않았다. 미니 컨트리맨 자체가 미니 DNA의 성장 방향을 나타낸다. 3세대 미니 쿠퍼가 있지만, 클럽맨도 있지만, 변화 폭은 컨트리맨이 더 극적이다. 전 세대 컨트리맨이 워낙 발랄했으니까. 좌충우돌 학창시절처럼.

신형 미니 컨트리맨은 사고뭉치 학생이 7년 세월 지나 어떻게 성장했는지 보여준다. 번듯한 비즈니스맨. 이제 구석구석 여유가 묻어난다. 풍족해진 생활수준도 짐작할 수 있다. 과거 오직 달리는 재미에만 몰두한 그때 그 모습이 아니다. 달리는 것 외에는 많은 걸 포기해도 마냥 행복하던 시기는 이제 과거가 됐다. 말쑥한 수트 빼입은 것처럼 점잖은 자리에도 어울린다.
모든 게 달라졌으면서 모든 게 익숙하다. 신형 미니 컨트리맨이 오래 만난 친구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다. 우선 외관은 울룩불룩한 면을 다듬었다. 그러면서 더 커졌다. 잘 다듬은 면은 이제 완숙한 성년의 피부처럼 매끈하다. 과격한 치장도 덜어냈다. 여전히 크롬이 눈에 띄지만, 화려하기보다 딱 필요한 치장 수준이다. 특히 전조등이 차분해졌다. 전 세대는 딱 청춘의 반항기가 담긴 듯 도발적이었다. 이젠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진중함이 엿보인다. 각이 점잖다.

실내는 성공한 비즈니스맨다운 질감이다. 그렇다고 가죽으로 전부 실내를 두른 건 아니다. 실내 구성과 질감을 재구성했다. 전에는 평범하지 않게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이젠 한껏 올라간 개성을 눌러 절충했다. 대신 질감을 더욱 고급스럽게 보이도록 신경 썼다. 가죽의 색이라든가 우레탄의 질감이라든가. 특히 도어트림은 원형 형태 장식을 버렸다. 뭐랄까. 어릴 때 좋다고 하던 헤어스타일을 이젠 과거 추억으로 바라보는 기분이려나.
신형 미니 컨트리맨의 성장 핵심은 주행 감각이다. 하체에서 기인한 성숙. 열에 아홉은 미니 컨트리맨의 하체를 불편해했다. 달리기 시작하면 꽉 잡아주는 맛이 일품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었다. 아무렴. 운전자 외에는 그 맛을 느낄 수 없었으니까. 대신 그 맛을 위해 희생한 많은 불편함이 있었으니까. 아무리 미니를 좋아해도 인정할 건 인정한다. 반면 신형 미니 컨트리맨은 확실히 배려심이 늘었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미니 컨트리맨은 성숙해졌다.

여전히 하체가 단단한 건 사실이다. 그건 미니라는 브랜드의 자존심 혹은 정체성이니까. 근원적 성격은 그대로지만 많은 면에서 폭이 넓어졌다. 운전자뿐만 아니라 동승자의 엉덩이도 신경 쓴달까. 꽉 조이기만 하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조이면서 때에 따라 탄성을 달리하는 건 그만큼 기술이 필요하다. 그 폭이 넓으면 넓을수록 영리한 서스펜션이다. 신형 미니 컨트리맨의 서스펜션이 영리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예전보다 폭이 비약적으로 넓어진 건 사실이다. 이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불평할 일은 적어졌다. 미니 옆에 탄 사람이 불편하지 않다니.
기타 편의장치도 꽤 늘었다. 역시 이 점 또한 배려심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 뒷좌석이 앞뒤로 움직이고, 트렁크도어는 발로 열 수 있다. 이젠 미니 컨트리맨을 단지 젊은이의 개성을 표현하는 차라고만 볼 수 없다. 미니 컨트리맨이 성장했고, 그걸 타는 사람도 폭이 넓어질 여지가 생겼다. 미니라는 브랜드가 다음 단계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그 증표는 미니 5도어로, 미니 클럽맨으로 보여줬다. 신형 미니 컨트리맨은 그 방향성에 방점을 찍는다.

한 모델의 변화과정이 인간의 성장과정처럼 보이는 건 재밌는 일이다. 그만큼 극적으로 변한 것이니까. 미니라는 브랜드는 성격이 강한 만큼 변화의 방향에 예민하다. 누구는 미니라는 브랜드명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그건 그것대로 미니가 안고 가야 할 숙명이다. 하지만 미니가 성장했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신형 미니 컨트리맨을 보고 열에 아홉은 관심을 보이니까. 신형 미니 컨트리맨의 성장은 최근 본 모델 중 가장 인상적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