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M 캐딜락 CT6 vs <파수꾼> 김영광 (1)
[강희수·정덕현의 스타car톡] 우리에게 캐딜락이란, 그 이름은 익숙하지만 실체는 모호한 차다.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타기를 원하는 차로서 영화나 미드에 줄곧 등장하지만, 그것은 실로 미국인들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서인지라 우리에게는 다소 허세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힙합이 새로운 문화로 허세를 하나의 스웨그로 바꾸고 있듯이, 이제 수입차를 보는 것이 낯설지 않은 도로에서 캐딜락이라는 모호함은 독특한 개성이 되고 있다. 물론 그 허세의 부담은 여전하고 그래서 캐딜락 역시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어떤 타협점을 찾아가지만 말이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파수꾼>에서 김영광이 타고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캐딜락 CT6. 그 모호하지만 어딘지 있어 보이는 정체에 대해 자동차 전문기자인 강희수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인 정덕현이 수다를 나눴다.
정덕현(이하 정) : 사실 캐딜락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이들은 없을 게다. 하지만 그 이름만큼 그 실체는 솔직히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강희수(이하 강) : 요즘이야 지구촌 주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이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자동차 천국’에서 살아가는 미국인들의 차 사랑은 유별나다. 자동차에서 일생을 시작해 자동차로 일생을 마감하는 사이클이 미국인들의 보편적인 모습이다 보니 그들 모두는 저마다 꿈꾸는 ‘드림카’가 있다. 대표적인 차가 바로 GM의 럭셔리 브랜드 ‘캐딜락’이다.

정 : 요즘 간간히 광고가 나와서 그 모양을 보게 됐는데, 어딘지 묵직한 이미지더라.
강 : 미국 사람들에게 캐딜락은 ‘살아서 못 타면 죽어서라도 꼭 한번 타 봐야 하는 차’다. 살아서 경제적으로 성공하면 당연히 최고급 캐딜락을 몰 거다. 하지만 가난한 일생을 살아서 캐딜락을 탈 수 없었던 경우, 죽어서라도 타고픈 차가 바로 캐딜락이 되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무덤으로 실려 가는 장의차가 대부분 캐딜락이다. 가는 이에 대한 마지막 예우가 ‘캐딜락’이 된 셈이다.
정 : 그런데 어째서 그런 드림카가 우리에게는 생소하게 다가올까.
강 : 그게 참 캐딜락으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유럽과 일본에서 성장한 럭셔리 브랜드들이 세계 프리미엄 차 시장을 석권하면서 예전의 명성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브랜드로 사람들은 ‘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를 먼저 꼽고 있다. 캐딜락의 럭셔리한 명성을 무색하게 한 이 브랜드들은 세련된 디자인에 뛰어난 퍼포먼스와 안전성, 그리고 알뜰한 연료 효율성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 캐딜락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미국 시장만큼의 위상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갖춘 요소들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연료 효율성은 캐딜락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연비보다는 퍼포먼스를 우선시 해온 미국인들의 유별난 자동차관이 기저에 작용하고 있다.

정 : 사실 광고에 나오는 캐딜락을 보면서 우리와는 정서적으로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로 실용적인 선택을 주로 하는 게 우리네 대중들이 가진 자동차에 대한 대부분의 정서기 때문이다. 물론 드림카를 꿈꾸는 것이야 누구나 다 할 것이다. 하지만 그걸 실제로 사는 일은 그리 흔치 않다. 또 여유가 있어도 과한 외관이나 브랜드 혹은 비싼 가격의 차를 사는 일을 우리네 사회에서는 백안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 같은 걸 보면 연비를 추구하는 식의 실용적인 선택으로 차를 사는 것 같진 않더라. 대부분 트럭 같은 거대한 차를 끄는 걸 꿈꾸기도 하는데, 그런 차는 실제로 끌려면 보는 눈도 있고 연비도 부담스러울 것 같다. 하지만 아마도 유가가 저렴했던 시절을 경험했던 미국인들에게 큰 차에 대한 욕망은 지금까지도 그대로가 아닐까 싶다. 캐딜락이라는 자동차는 그런 욕망의 상징처럼 보인다.
강 : 미국에서 잘 팔리는 차는 유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월가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은 미국도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연비가 차를 고르는 중요 잣대가 된 적이 있다. 하지만 한 때였을 뿐. 지금은 다시 퍼포먼스를 중시하는 트렌드로 돌아갔다. 캐딜락으로서는 호시절을 되찾은 셈이다. 중세 대가문의 문장을 형상화한 화려한 엠블럼, 육중한 차체, 번쩍거리는 외관은 단시간에 크게 성공한 사업가의 상징처럼 한 시대를 풍미했다. 국가 내지는 글로벌 경제의 팽창기에 급작스럽게 부를 축적한 이들이 자신의 성과를 뽐내기에 딱 좋은 그런 차였다.
정 : 그런 면들은 <파수꾼>이라는 드라마에서 그 남자주인공인 장도한(김영광)이라는 검사가 타는 자동차로 캐딜락이 선택된 이유가 된 것 같다. 사실 많은 드라마들이 첫 회에 그 주인공의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그가 타는 자동차가 가진 특징을 이미지로 선택하기도 하는데,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타고 나온 차가 캐딜락 CT6더라. 물론 기존의 캐딜락과는 상당 부분 타협된 결과라고들 하는데, 어쨌든 첫 회에 장도한이 이 차를 끌고 고급 음식점 앞에 세운 후 발레파킹을 시키는 장면이 그 캐릭터와 잘 맞아 떨어진 느낌이었다. 장도한은 시골 출신으로 노력해서 성공한 검사로 등장하는데, 그렇게 갑자기 성공을 쥔 이 인물은 과거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캐딜락 같은 럭셔리카를 의도적으로 끌고 다닌다. 그것이 성공의 징표처럼 보여지기 때문이다.

강 : 장도한이 굳이 캐딜락을 탔다면 ‘과도한 럭셔리’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맞을 것이다. 그러나 캐딜락도 실상은 글로벌 시장과의 정서적 차이와 문화적 변화로 인해 고민이 많았다. 지극히 ‘미국적인 럭셔리’ 캐딜락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강력한 변화의 압박을 받게 된다.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도 통할 수 있는 ‘글로벌 럭셔리’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기업 안팎에서 제기 됐던 것이다.
정 : 사실 허세나 과시의 느낌이 다소 보편적인 대중들에게는 불편함을 주는 면이 있다. 그래서 이 <파수꾼>이라는 드라마에서 김영광이 캐딜락 CT6를 타고 등장하는 모습에는 의도적으로 그 불편한 느낌을 강조한 면이 있다. 처음 이 드라마에서 김영광은 성공을 위해서는 불의와도 타협하는 그런 말종에, 실제 사는 집은 허름한데 번쩍거리는 차를 끄는 분수에 맞지 않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드라마가 캐딜락이 갖고 있는 그런 정서적 차이를 캐릭터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상당부분 잘 끌어왔다는 뜻이다.
강 : 글로벌 시장에서 변화의 기로에 선 캐딜락은 제일 먼저 ‘살빼기’를 감행했다. 아이덴티티나 다름없는 ‘크고 강력한’ 미국 차의 특성을 버리지 못하는 대신, 속살을 빼는 방법을 선택했다. 차의 골격을 구성하는 프레임에 강성은 유지하면서도 무게는 대폭 줄인 소재를 썼다. 특히 고압 알루미늄 주조물과 복합 소재를 대거 적용하면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이 과정을 거쳐 차종별로 많게는 150kg까지 체중을 줄였다. 이는 연료 효율성 향상으로 연결 된다. 또 디자인을 손질하는 노력도 했다. 고유의 정체성 자체를 훼손할 수는 없기 때문에, 캐딜락이 갖고 있는 웅장함과 화려함은 그대로 두고 디테일을 순화하는 방식으로 세련미를 찾아 갔다. 각 대신에 곡선을, 극대화 된 볼륨 대신에 절제 된 비례를 채택했다.

정 : <파수꾼>에 등장한 캐딜락이 다른 느낌을 준 이유가 그런 변화 때문인가.
강 : 그렇다. 이 같은 노력이 반영 돼 탄생한 플래그십(기함)이 바로 ‘CT6’다. 종전에는 DTS라는 이름의 차가 기함의 구실을 했지만 변화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주자가 기함의 임무를 맡았다. 이름을 짓는 형식도 ‘CT’ 다음에 숫자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향후 캐딜락의 세단 라인업은 CT6를 기점으로 이름과 스펙이 재편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정 : 허세 같은 과한 이미지가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 부분 실용적인 노선을 선택하고 있다는 건데, 이런 캐릭터의 변화는 사실 <파수꾼>에서 초반에 등장한 김영광의 이미지와 후반부로 가면 드러나는 실제 모습과 의미적으로 잘 맞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허세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캐릭터가 바로 김영광이 연기하는 장도한이란 인물이기 때문이다.
2부에 계속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x 자동차전문기자 강희수
강희수·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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