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이오닉 vs <알쓸신잡> (2)

[강희수·정덕현의 스타car톡] 전기차는 자동차의 미래라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전기차 하면 먼저 떠올리는 건 그래서 아마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모델이 되었다는 영화 <아이언맨> 정도가 아닐까. 현대차에서 출시된 아이오닉은 그래서 미래를 위한 포석이지만 아직까지 대중적인 입지를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최근 나영석 사단의 tvN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등장한 아이오닉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자동차 전문기자인 강희수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인 정덕현이 이 날 <알쓸신잡>에 나온 아이오닉에 대한 수다를 나눴다.

정덕현(이하 정) : 아직까지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고 해도 전기차가 자동차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전기차를 선택하는 데는 상당히 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생각 같은 것들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그저 성능 좋고 연비 좋고 잘 나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에너지 문제나 환경 문제 같은 걸 염두에 두고 왜 전기차여야 하는가에 대한 합리적인 생각이 구매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알쓸신잡>이라는 인문학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과 아이오닉이라는 전기차가 잘 어울린 점은 바로 이 점이라고 생각한다.



강희수(이하 강) : 맞다. 아직까지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전기 자동차는 전 지구촌이 피해갈 수 없는 미래다. 일반화가 되지 않아 당장은 불편을 겪겠지만 언젠가는 가야할 길이라는 것이다. 바로 이런 당위와 현실 사이의 갭이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대중 전파력이 높은 방송에서 당위성을 안고 전기차의 일상화에 앞장 서야 할 이유도 여기 있다. <알쓸신잡>이 ‘감히’ 아이오닉 일렉트릭(전기차)을 타고 공주행 나들이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정 : ‘감히’라는 표현에는 그 공주행이 마치 하나의 도전처럼 느껴진다는 뜻인가.

강 : 그렇다. 충전과 최대 주행거리 문제 때문이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완충 후 공인 최대 주행거리는 191.2km이다. 그런데 이 주행거리는 차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전기차는 기본적으로 회생제동 시스템(감속 시 증발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켜 배터리를 충전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자주 밟는 도심 운행 시 주행 거리는 더 늘어난다.

정 : 일반 휘발유 자동차와는 정반대라는 게 신기하다. 휘발유 자동차는 보통 도심 운행이 더 연료를 많이 잡아먹지 않나.



강 : 그렇다. 그런 점에 전기자동차의 또 다른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의 운전자들은 대부분 장거리 운전보다 출퇴근 같은 근거리 운전이 더 많기 때문에 효용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 : 그렇다면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최대 주행거리에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겠다.

강 : 현대자동차가 도심 주행거리를 측정한 유튜브 영상에는 아이오닉 전기차가 1회 완충으로 351.1km를 달리는데 성공한 장면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그런 경우도 있다’이지 ‘누구나 그렇게 달릴 수 있다’는 아니다. 운전 습관은 친연비적인지, 승차인원은 몇 명인지, 에어컨은 켰는지, 외부 온도는 몇 도인지 등이 모두 변수가 된다.

정 : 아직 만족할 만큼 구축되지 않은 충전 인프라와 장거리 운전 그리고 최대 주행거리 이런 걸 염두에 두고 보면 이번 <알쓸신잡>에 들어간 그 장면들이 왜 ‘도전’의 느낌을 주는 지가 이해가 된다.

강 : 그래서 그 장면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아까 말했던 다양한 변수를 감안한 아이오닉의 공인 주행거리가 191.2km다. <알쓸신잡>의 출연자들은 이런 차를 타고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에서 ‘공주’까지 달렸다. 포털 사이트 DAUM의 지도 검색으로 확인해 보면 ‘만남의 광장’에서 ’공주시청’간의 거리는 123.09km다. 이 구간은 모두 고속도로이기 때문에 회생제동 시스템이 작동하기에는 가장 불리한 조건이다. 게다가 성인 4명이 한 차에 탔다. 에어컨도 켰을 것이다. 공인 주행거리 191.2km로도 결코 녹록하지 않은 여건이다.



정 : 공주에 도착해서 아이오닉에 ‘밥을 먹이는’ 장면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한 인원이 타고 그만큼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는 것이고 또 필요하면 ‘찾아가는 충전 서비스’로 또 밥을 먹인 후 그만큼을 달릴 수 있다는 의미이니 말이다. 충전시간의 관점으로 보면 그 만나는 장소를 밥집이 아니라 공주의 휴게소로 한 점도 그냥 우연한 일로 보이지 않는다. 밥을 먹으러 갔으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시청자들도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휴게소에서 이들은 차를 마시며 무얼 먹을까를 정하는 모습만을 보인다. 즉 그만큼 짧은 시간에 충전이 가능하다는 걸 그 장면이 말해주고 있다.

강 : 물론 아이오닉은 <알쓸신잡> 말고도 <무한도전>에도 등장했었다. 젝스키스가 나왔던 특집에서 그들이 타고 공연장으로 이동하는 장면에 들어갔다. 이처럼 지금 아이오닉 같은 전기 자동차는 확실히 홍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경우 전기자동차의 상징이 되어 있는 테슬라 같은 경우를 보면 그 회사가 가진 이미지와 전기자동차가 잘 연결되어 포지셔닝 됨으로써 전 세계 대중들에게 매력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면이 있다.

정 : 테슬라의 경우를 보면 대중문화와 굉장히 친화적으로 연결되어 좋은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 하면 환경적으로는 좋지만 어딘지 차의 진짜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속도감 같은 건 떨어질 것이라 선입견을 갖는데 테슬라는 그런 걸 대중문화 속에 살짝 녹여내면서 쉽게 풀어내고 있더라. 미국의 유명한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사우스파크>의 한 에피소드가 테슬라를 언급한 장면이 그렇다. 그 장면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살고 싶다면 있는 힘껏 엑셀을 밟는 게 좋을 거야. 오, 잠깐! 이거 테슬라 자동차야? 오, 이런! 그렇담 아주 살짝 밟아!” 현대차의 아이오닉 같은 전기차도 이런 홍보 이미지 전략이 전제되어야 전기차 전반에 대한 인식이 깨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태호 PD나 나영석 PD 같은 혁신적인 이미지를 가진 제작자들이 나서준다면 전기자동차에 인식을 깨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epilogue. 미래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기름 값은 갈수록 오르고 해마다 나빠지는 환경 때문에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는 삶을 위협하는 정도가 체감수준에 이르고 있다. 결코 화석연료 시대의 종언이 먼 미래가 아니라는 현재의 증거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아이오닉 같은 전기자동차는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사실 자동차의 판세를 가른 건 차의 우수성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 영향력 있는 이들의 선택에 의해서다. 전기자동차는 이미 자동차의 초창기 시대였던 1800년대에도 도로를 굴러다녔다. 하지만 당시 존재하던 전기자동차, 가솔린 엔진 자동차, 심지어 스팀 자동차 같은 것들 중에서 가솔린 엔진 자동차가 여러 가지 이유로 선택받음으로써 지금까지 그 흐름이 이어진 것뿐이다.

그렇다면 이 화석연료 시대의 끝자락에서 다시금 전기자동차의 시대를 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선택’이 아닐까. <알쓸신잡>의 인문학이 과거의 것을 가져와 현재를 바꾸기 위해 효용성을 갖듯이 우리에게 전기자동차는 그런 효용성으로 미래를 예고한다. 다만 그 미래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 영향력 있는 문화의 아이콘들이 나서줘야 하는 이유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x 자동차전문기자 강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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